“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었다”
알면서도 기다려지는 게 있다.
무언가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이다.
내가 요즘 기다리는 건 한 학기의 끝, 종강이다.
막상 종강하면 잉여로운 하루에 행복하다가도 엄습하는 불안감에 허우적거릴 것을 알면서도.
그런 막연한 불안감이 두려워서 나는 종강이 오기 전부터 계획을 세웠다. 바쁘게 몸을 움직이면 왠지 모를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올스탑’되어 갈 곳을 잃은 채 허우적거리고 싶지 않았다. 그게 더 두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종강만을 기다린다. 계획은 머리로 생각했다. 써서 남기면 이뤄야만 한다는 강박이 들어 나를 밀어 넣을 거 같아서.
앞만 보고 달리는 차는 위험하다는 걸 안다. 해야 할 것 많은 취준생에게 이런 강박은 필요하면서도 굉장히 위태위태해 보인다.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찬찬히 둘러보면서 세상을 알아가기로. 넓고 깊게 보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로.
“끝은 영원한 시작”이지만 끝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새로운 시작은 절대 오지 않는다.
좋은 결말에서 좋은 시작 다시 또 좋은 결말, 이런 선순환을 만들어가고 싶다.
“어차피 결말은 언제나 시작에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었다” (책 <1984> 중)
지금 제대로 맞는 결말이 나의 시작을, 또 궁극적인 결말을 결정할 것을 안다. 마무리하는 시점 여유를 가지고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