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려서 살아보는 건 처음이라

3. 체력만들기

by 경칩의목련

아프기 전에도 나는 몸에는 자신이 없었다.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바운스로 던져주신 공 5개를 못 잡아서 C를 받고,

100m달리기를 20초 내에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는 그런.

하지만 항암 후의 체력은 그런 낮은 체력에도 더 바닥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항암이 1회, 2회, 3회차 거듭되면서 구토와 설사로 체중은 앞자리가 3번 바뀌었고,

(호중구가 떨어질 때면) 감염 + 부상 위험 때문에 병실에 머물도록 하였기 때문에 근육량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10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워져서

너무나 기다렸던 퇴원 때에도 입원실에서 정문에 있는 차를 타러 가는 길에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고

마지막 항암 때는 휠체어를 타고 퇴원할 수 밖에 없었다.


이식 직후에는 방 안에서 거실까지 나오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2달 가량을 식사를 방 안에서 해결했다. 식탁 의자에 앉아서 식사가 차려지길 기다리고, 또 그걸 삼키는 동안 앉아 있는 것이 힘들었다.

화장실까지 가는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져서 기저귀를 입고 있었다.

화장실 가는 길에 몇 번의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대소변을 참게 하는 그 힘도 근육에서 나오는 것인데, 급작스러운 체중 감량 때문에 참아내는 힘이 예전보다 훨 못해지게 된 것이었다.

자주 대소변이 마렵기도 했다. 밤에는 최소 2번씩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났는데, 그 또한 근육량의 감소로 수분 저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더 방에서 나오기가 싫어졌고 하루 종일 누워서 재발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었다.


[항암/이식으로 체중 감소 후 생긴 일]

- 일상 생활의 움직임도 버겁게 느껴진다

- 대소변을 참는 힘이 약해진다

- 대소변이 자주 마려워진다(근육의 수분 저장량이 감소함)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오랜 경력의 간호사인 언니가 기가 막힌 처방을 내렸다.

거실에 내가 흥미를 가질만한 물건들을 가져다두고 나오라고 꼬시는 것.

사진, 스카프, 모자, 먹을 거리, 때로는 재밌는 TV 채널이기도 했다.

그리고 아픈 동안 하고 싶었던 것, 가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써보라고 했다.

언니 차에 얻어타고 드라이브 스루로 카페라떼 한 잔을 샀을 때는 너무도 즐거웠다.


[이식 후 체력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 3개월 내외]

- 집안 내에서 활동 반경을 넓히기: 거실을 뱅글뱅글 돌기

- 일상 생활을 스스로 하는 연습하기

- 날 것을 만지는 요리나 짐 들어올리기 금지

-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 장거리 여행 금지


점차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던 4개월 즈음 담당교수님께서

혈액 수치들이 다소 안정화되었으니 슬슬 가볍게 걸어보라고 권하셨다.

(사람마다 혈액수치의 회복이 다르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꼭 담당교수님께 확인이 필요하다.)


용기내어 단지 내 공원을 걷기 시작했는데,

'어? 이상하게 자꾸 넘어질 것 같다.' 하더니 결국 내리막에서 발목을 삐고 말았다.

며칠 후, 아이와 등원하다가 물 웅덩이를 피하기 위해서 아이를 들어올렸는데 허리를 뼜다.

삐걱이는 허리와 발목으로 재활의학과를 찾아갔더니

'오랜 와병 생활 동안 내 근육들이 움직이는 방법을 잊어버렸다'고 했다.

(정확한 전문용어는 기억나지 않고 취지만 기억난다)

예를 들어, 물건을 들어올리는 동작을 할 때 예전에는 6개의 근육이 함께 움직였지만

지금은 2-3개의 근육들만 움직여서 역할하는 상태. 거기에 근력까지 약해져 있으니까 당연히 부상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리치료사 선생님께서 나를 짐 볼에서 밀기도 하고, 코어 운동을 가르쳐주기도 하시면서 몸에 힘을 주는 법을 다시 배웠다.

마치 아기가 뒤집고, 기고, 앉고, 일어서기를 용쓰면서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식 후 체력 회복 6개월 이후]

- 아파트 단지 또는 조용한 공원 산책하기

- 전문가와 함께 재활운동을 시작하기 (유투브에서 항암 후 재활 검색, 또는 재활의학과 방문하기)

-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 장거리 여행은 자가용으로

- 마트, 시장과 같은 대중장소는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시간에 다녀오기(감염 주의)


체력회복의 단계에서는

1. 예전의 체력을 생각하면서 빨리 회복하려고 무리하지 않는다.

- 점상출혈, 염좌, 감기 등으로 아프기 쉬우므로 갓난아기처럼 천천히 단계를 높여가며 운동을 해간다.

2. 체력이 다 회복된 후에 운동하려고 한다면 계속 회복이 늦어진다.

- 아기들도 수 많은 시도 끝에 울면서 뒤집기를 성공하듯이, 계속 노력해야지 회복이 얻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3. 지금 운동이 무리가 되는지, 더 해야 할지 고민될 때는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다.

- 재활의학과, 필라테스 1:1 수업 등을 통해서 지금의 몸 상태를 진단받고 전문가와 함께 기초 운동을 익힌 후에,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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