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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게 건네주는 작은 돌들이 쌓인다

by 경칩의목련

나그네가 길을 가고 있다.

이 길은 메마르고 먼지 바람이 부는 길.

발이 퉁퉁 붓고 목이 바짝 타도 안간힘으로 걸어가고 있다.

때로 내리는 빗물로 목을 겨우 축여 보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

오아시스를 상상해보면 좀 덜 힘든 것도 같다.

언젠간 시냇물이 나타나는 날도 있지 않을까?

우선은 실컷 마셔야지.

그리고 발도 좀 담구어야겠다.

힘이 나면 그 옆에 오두막을 짓고 살 수도 있겠지.

그럼 이 고통도 끝이 나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하며 마른 땅을 걷는다.


그 길에는 나그네만 있지는 않다.

다른 이들도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다들 힘들다는 아우성에 나그네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부축하며 걷고 있다.

애석하게도 그 중에서 그 나그네의 힘이 제일 좋은 듯하다. 또는 그렇게 소문이 나버렸나보다.

힘들다면서 작은 돌을 하나씩 그에게 넘긴다.

'너는 잘 하잖아.

요것 하나만 부탁해.

네가 젤 빠르니까 그래도.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작고 사소한 돌들인데 자꾸만 받아다가 주머니에 넣으니 무거워진다.

한껏 무거워진 주머니 탓에 걷는 발걸음이 너무나 힘겹다.

하지만 돌을 주는 손들은 이어진다.

나그네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진다.

나그네는 쓰러진다.


나그네의 주머니에 넣어졌던 돌들은 다시 주인들에게로 돌아갈까, 아니면 나그네의 죽음과 함께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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