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은 Apr 15. 2022

아침을 깨우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야 아점을 깨우는 사람

아침이다.


일을 쉬게 된 이후로 좀처럼 새벽에 일어나게 될 일은 없었는데, 오늘은 얼떨결에 5시가 되기도 전에 기상을 했다. 


한창 회사를 다닐 때에는, 업무가 끝나면 새벽 3시~6시 사이에 퇴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각 시간마다 길거리의 모양새는 매우 달랐다.


새벽 2-3시는 세상이 가장 고요한 시간이다. 이때 퇴근하면, 퇴근시간에는 1시간 30분이 걸렸던 그 길을 30분 만에 갈 수 있었고, 길거리에는 가끔가다 몇 대씩 지나가는 택시, 학생인지 모를 책가방을 매고 걸어가는 사람, 그리고 술에 취해 몇 시간 전부터 그곳에서 잠이 들어 있는 사람, 이 정도의 존재가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새벽 4시는 본격적으로 '아침을 깨우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시간이다. 버스 첫차 시간들이 보통 새벽 4시대에 몰려있는데, 의외로 이 시간에 버스를 탄다면 버스가 북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노량진으로 가는 수험생, 건물 청소를 하러 가시는 어르신들, 그리고 출근을 하는 건지 퇴근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매우 초췌한 k-직장인,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시간에 이동해야 하는 손님들을 위한 택시 등등. 


새벽 5시-6시는 의외로 길거리가 한산한 시간이다. 일찍 출근한 누군가는 업무를 하거나,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지하철 첫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거나, 특히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때에는 이 시간을 잘 노린다면 출근시간 직전의 폭풍전야와 같은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지하철 첫차를 타보면 출근하는 자와 술을 마시고 퇴근하는 자(?)가 뒤섞여 있는, 그래서 공기에서 오묘하게 알코올 냄새가 나는 그런 상황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새벽 퇴근을 자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아침을 깨우는 사람은 누구인가.


대중교통 첫차를 타고 일터로 나가는, 이 부지런한 사람들이 아침을 깨우는 것인가. 아니면 나 같은 불쌍한 직장인들이 드디어 아침이 되었다고 퇴근할 때가 되었다고, 아침을 때려 부숴놓고 장렬히 전사하는 것인가.


누가 됐든, 아침을 깨운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충분히 박수받을 자격이 있고.


하지만 쉬지 않고 달리는 자동차는 언젠간 고장이 나듯. 가끔은 나를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럴 시간이 없더라도, 우리는 만들어 내야 한다.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


그래서 나는 이번 기회에 아점을 깨우는 자가 되기로 했다. 아침을 깨우는 자가 있으면 아점을 깨우는 자도 있지 않겠는가? 비록 몸에 고장이난 이후에야 이런 결심을 해서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노력해보려 한다.


지금 지친 몸으로 제 글을 읽고 있는 분, 우리 같이 아점을 깨워도 될 거 같은데, 어때요? 같이하시죠 우리!









작가의 이전글 더 이상 아메리카노가 쓰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