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의 산소 도둑, 김 부장

+절도죄, “거울아, 거울아, 김 부장은 왜 팀장이니?”

by 김땡땡

도둑은 조용하기라도 한데, 말 많고 시끄러웠던 김 부장을 회상하며

(혹시나 읽으시는 김 씨 성을 가지신 분들이 있다면, 저도 김 씨니 이해해 주세요)


지난 회차에서 면접을 보았던 에피소드를 적었어요. 그리고 오늘은 면접 이후에 드디어 입성하게 된 던전의 몬스터들에 대한 내용을 차근차근 적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인간쓰레기, 김나부랭이


구라가 꽃피우는 대축제


지난 회차에 면접을 본 회사를 드디어 입성하게 되었어요. 첫 출근 후에 첫 번째 인간쓰레기 김나부랭이를 만나게 됩니다. 김나부랭이는 제가 속한 부서의 팀장이었어요. 출근하고서 얼마 안돼서 부르더라고요. "김 과장, 잠시 와볼래요?" 그게 김나부랭이의 구라 대축제의 시작이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파악하고자 불렀던 것이고, 하나하나씩 할 수 있는 업무를 물어보는 시간을 갖았어요. 그리고선 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설명을 드렸어요. 허나 여기서 크나큰 두 가지의 문제가 있었다는 걸 그때에는 알지 못했어요.


첫째, 애초부터 김나부랭이 부장과 저는 분야가 다른 엔지니어였기에 김나부랭이는 저에 대해서 파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점이에요. (토목 분야에는 이전 회차에서 적은 대로 여러 분야가 있어요. 예를 들면 구조, 항만, 토질, 도로, 기타 등등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둘째, 팀원들 또한 김나부랭이와 다른 분야의 인력들이었다는 점입니다. 팀에 속한 인원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업무분야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요. 그렇기에 서로가 어느 정도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인력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부분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업무에 들어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와 진짜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인력이 전멸한 상태네?'라는 것을 말이죠.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했기에 그의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은 구라의 바다로 흘러갔습니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적어보겠습니다. 땅이 단단한 경우에는 그 위에 바로 구조물을 올립니다. 어차피 지반이 구조물에 의해서 눌린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지반이 단단하지 못한 경우에는 구조물 하부에 말뚝을 깊게 심고, 깊게 싶은 말뚝이 깊은 심도의 단단한 지반층에 박히게끔 계획을 합니다. 그렇게 하게 되면 지반이 무르다고 해도 말뚝으로 구조물의 무게가 실리고 그것이 단단한 지반층으로 넘어가게 되는 거죠.


이러한 말뚝 기초 형식을 선택하게 되면 어디에 말뚝을 배치해야 할지를 엔지니어가 결정해야 합니다. 이것을 결정할 수 있는 인력이 단 한 명도 없었어요. 토목 엔지니어의 모든 업무는 역학과 설계기준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누구도 앞서 언급한 두 가지(역학&설계기준)를 학습한 인력이 없었어요. 그저 구전 지식에 의해서 알고 있는 상태였죠. 그렇기에 조건이 살짝만 바뀌어도 맞는 제대로 된 말뚝 배치인지 아닌지를 분간할 수 있는 인력이 없었던 겁니다.


결국 김나부랭이는 스스로의 무능으로 인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저 일을 '시키기'만 했고, 그걸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은 없었던 겁니다. 알고 있는 것이 없었기에 그의 입에서 나온 모든 얘기는 구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수영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수영강사를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서서히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기존 인력에게서 업무를 넘겨받아서 진행하려고 확인해 보면, 말도 안 되는 결과물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죠. 김나부랭이가 아는 것이 없다 보니 그 밑의 직원들 또한 마찬가지로 배울 게 없었던 이슈로 인하여, 정말 Ctrl+C, Ctrl+V로 업무를 진행해 왔던 겁니다. 막상 받아보면 정말 불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혼자서 불을 끄려니 감당이 되지 않았지요.

결국 김나부랭이에게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직원들을 교육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제가 하나하나씩 확인하면서 업무를 진행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라고 말이죠. 여기서 다시 역시 '김나부랭이'스러운 피드백을 건네줍니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야, 김 과장이 다른 직원들을 교육시키면 교육받는 직원을 다른 업무에 투입시키지 못하잖아."


두둥!! '정말 제정신이 아닌 인간인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I need money라는 생각으로 이너피스를 외쳤습니다. 정말 여태껏 회사 생활을 하면서 다른 직원들을 가리키지 말라는 지시를 하는 회사는 처음 겪어봤습니다.


인력 투입은 못해줘


그 당시 회사의 업무 중에 유일하게 외주로 가끔씩 나가는 업무는 전부 제가 맡고 있는 분야였어요. 그 말인즉슨 회사에서 업무량을 감당하지 못했기에 외주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저 또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계가 왔기에 더 이상 처리는 불가능하니, 사람을 더 투입시키든 혹은 외주를 보내든 결정을 해야 한다 라는 얘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에 들었던 대답이 "인력 투입하기에는 업무량이 많지가 않아"였습니다. 이 대답을 듣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국은 외주를 보내버렸습니다. 인력 투입시킬 시기도 놓치고, 저 또한 하고 있던 업무가 있었기에 처리를 할 상황이 되지 않았기에 외부 인력에게 보내는 걸로 마무리를 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저 산소 도둑, 김나부랭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사실 나부랭이씨가 했던 행동이 이해가 되지는 않아요. '산소 도둑이었구나'라는 정도만 납득하고 있어요. 사실 정말 큰 문제는, 관행이 옳다고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나부랭이씨의 사고방식이었어요. 그 당시에 제가 구조물의 안정성에 대한 계산을 하고 그것을 보고서 형식으로 만드는 업무 또한 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때문에 저는 항상 김 부장이 계획한 결과를 계산으로 검토하는 업무 또한 하고 있었어요. 계산을 함으로써 수치로 나오는 결과보다 관행을 우선시했기에 사실 언제 구조물이 무너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하게 일이 허다했어요.


첫 번째 인간쓰레기 토픽으로 김나부랭이씨에 대해서 적어보았어요. 여러분 주변에도 있으신가요? 화가 많이 나지요? 서 영 락 대리. 정말 화가 날 수밖에 없죠. But 먹고살아야 하니 힘내보아요.


막상 다 적고 나니 뭔가 심심한 느낌도 들고, 찜찜한 이 느낌은 뭘까요?

그렇다면 이번에도 시 한 편을 적고서 마무리 지어 볼게요.


시제 : 칠하다


벽을 칠하라 했다

때 묻은 말 위에, 진실이 보이지 않게


페인트 냄새는 독했지만

김 부장은 말했다

"이 냄새, 회사 냄새 같지 않아?"


그는 말로 벽을 덧칠했다

구라 한 겹, 무능 한 겹, 그리고 변명 한 통

그 위에 ‘경험’이라는 단어를 붓으로 써 내려갔다


나는 물었다.

“부장님, 여긴 곰팡이 낀 자리인데요.”

그는 웃었다

“괜찮아, 보고서엔 안 나와.”


벽은 점점 두꺼워졌다

도면 위의 수치처럼

그의 거짓이 켜켜이 쌓였다


칠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는 벽이 아니라

자기 얼굴을 칠하고 있었다는 걸


그 얼굴엔 부장이라는 직함이

매니큐어처럼 번들거렸고

양심은 롤러 아래에 눌려 찌그러져 있었다


나는 붓을 놓았다

손끝에 묻은 흰색 페인트가

하얗지 않다는 걸 알아버렸다


그건 색이었다

회색과 검정이 싸운 뒤 남은 타협의 색,

그 이름은 생존이었다


그날, 나는 배웠다

회사에서는

‘칠하다’는 일보다

‘덮다’는 일이 훨씬 빠르다는 걸


ps)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keyword
이전 01화면접제의 받은 그날, 꼬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