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무의 오더는 예술이었다

미로에 갇힌 오더

by 김땡땡

이전 회차에 적었던 김 부장과는 다른 김상무

강아지가 조용하면 사고를 친 것 같은 쎄함이 있다 하죠.

예, 바로 김상무의 조용함은 사고의 전조


두 번째 인간쓰레기, 김상무식이


“그게 어려워?”라며 엑셀 파일을 세로로 여는 남자


그렇다, 상무식이는 무지의 바닥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어요. 우선 상무식이와 저는 서로 다른 분야를 다루는 엔지니어였어요. 그는 지반분야 엔지니어였과, 저는 구조분야 엔지니어였어요. 그렇기에 서로가 다루는 업무 또한 달랐어요. 당연히 상무식이는 저의 업무에 대해서 깡통이었죠.


이전 회차에서 말씀드린 내용대로, 그 회사는 항상 제가 속한 업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구조분야 업무량에 대해서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아서였어요. 왜냐, 인정하게 되면 인력을 추가로 2~3명 정도를 더 뽑아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질끈 눈을 감고서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을 택한 거죠. 결론적으로는 애초에 저 혼자서 프로젝트를 끌고 나가는 건 무리였어요.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어요. 상무식이의 입장은 다음과 같았어요. '그렇게 시간을 길게 쓸 업무가 아닌데, 넌 언제까지 잡고 있는 일만 하고 있을 거니, 다른 일도 한참 쌓여있는데'라고 말이죠.

정말 아무것도 모르기에 가능한 발상이었죠. 여러분 다들 경험해 보셨죠? 나보다 직급을 위에 있는데 깡통만 흔들며 불꽃놀이 하는 상사들 경험해 보셨죠? 그가 하는 불꽃놀이에 속이 새까매지는 기분 느껴보셨죠?


그리하여 결론은 모르면 뭐다? 입을 닫거라 상무식이야.


잡코리아도 울고 간 상무식이


제가 담당하는 업무를 회사에서 감당하지 못했고, 계속해서 추가 인력 채용을 권유했어요. 어차피 외주로 일을 내 보낸다고 해도 결국은 제가 다시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라서 도돌이표였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상무식이에게 '일이 너무 많으니 사람을 추가로 뽑아야 한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이때 그의 솔루션은 놀라웠어요.


"김 과장, 그러한 요구를 할 때에는 최소한 김 과장이 알고 있는 엔지니어라도 추천을 하고서 얘기하는 게 맞아"

이게 말인가요. 이게 정말 한글이 맞는 건가요. 이게 정말 논리가 있는 건가요. 이게 도대체 뭘까요. 그 당시에 저는 드디어 해탈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무에서 시작해서 상무식이로 돌아갈지니.


'사람이 부족하면 회사에서 어떻게든 사람을 채용할 방법을 찾아야지, 나보고 일할 사람을 찾아오라니? 이게 제정신인가?'라는 생각과 살심이 치솟았어요.


아마도 그가 하고자 하는 얘기의 결론은 '나는 아 몰랑, 정말 몰랑, 제가 50대지만 난 몰랑' 이었을 테고 저는 '이런 시부랑 부랑, 상무시부랑' 왠지 적으면서 보니 라임이 맞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들은 대안을 논하지 않는다, 안주를 논한다.


그나마 상무식이가 사람들 얘기는 잘 들어주는 편이었어요. 문제는 듣기만 한다는 거였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일을 하다가, 정말 너무 일이 벅차고 힘든 날에 상무식이가 '김 과장 술 마시러 갈래?'라고 했던 날이 있었어요. 그렇게 상무식이, 산소도둑 김 부장 그리고 저 이렇게 3명이서 술을 마시러 갔어요. 그 당시에 사무실에서 제 업무가 너무 많다는 건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어요. 이걸 분배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첫째,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 할 수 있게끔 교육시키는 것조차 회사에서 거부했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정말 속이 미어터지는 상황이죠. 그러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술을 마시면서 제가 가진 고충에 대해서 얘기를 했죠. 역시나 대안을 논하기보다는 '여기가 고기가 맛있어'라는 인터스텔라 같은 답변이 돌아왔어요. 고기는 내 돈 주고 사 먹어도 되는 거고, 내 고충에 대한 피드백을 달라니까? 왜 피드백은 안 주고 고기 타령이야? 상무식이 혹시 흑백요리사 나가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당신의 배를 보니 나가도 될 것 같은 미식가 이긴 한데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적지 않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전히 의아한 점이에요. 왜 해결이나 대안을 구상하지 않고 안주를 구상할까?


너도 할 줄 모르면서 나보고 하라고? 니 연봉 나한테 줄 거야?


그 당시 상무식이와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 끊임없이 저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토픽이에요. 토목 설계 분야 엔지니어들 중에서 계산에 관련된 업무를 하는 엔지니어들이 있어요. 저는 구조분야 데한 계산 프로그램을 사용함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줄곧 사용해 본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관련된 공부도 꾸준히 해온 상태이기에 큰 문제가 없었어요. 당연히 그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던 토목 구조 관련 프로그램들도 무난히 사용할 수가 있었어요. 입사할 상시에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던 프로그램 중에 하나는 사용 경험이 없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어차피 같은 분야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익히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문제는 상무식이가 하는 분야의 프로그램이었어요. 그 당시 기억으로 상무식이가 회사에 요청해서 구입한 지반 분야 계산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무식이는 이 프로그램을 구입만 해두고서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그 공부를 저에게 시킨 것이죠. 분야도 다른데 뭔 뜬금없는 요청인가 싶었지만? 일단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공부하기 시작했죠. 하다 보니 대략 어떤 메커니즘으로 사용하는 건지에 대해서 알게 되더라고요.


문제는 각 분야마다 설계기준이라는 것이 있어요. 저는 구조분야이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설계기준만 숙지한 상태였죠. 아무리 프로그램을 익힌다고 한들 설계기준을 모르면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가 없어요. 그러한 이유로 회사에 요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상무식이가 요청한 프로그램을 숙지하려면 구조 분야 업무를 다른 분이 3~4달가량 맡아서 해줘야겠다고 말이에요. 당연히 팀장인 산소도둑 김 부장은 NO! NO! 를 외쳤죠. 왜냐, 제가 구조분야에서 빠지는 순간에 1명이 빠진 대가로 최소 4명을 투입시켜야 하는 상황이니 거절할만했죠.

(실제로 제가 적고 있는 그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4명이서 저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상무식이는 왜 저에게 지반분야 계산 프로그램을 숙지하고 했을까요?

그 당시 회사에서 계산 관련 업무를 하는 회사 소속 직원은 상무식이와 저 둘 뿐이었어요. 그러하니 상무식이 입장에서도 다른 분야 계산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요청을 한 것 같이요. 제가 상무식이라면 직접 익혔을 텐데 이해가 가지는 않아요.


그나저나 참으로 이해가 안 가는 건, 제가 상무식이가 요청한 프로그램을 익혀서 하면 그만큼 연봉을 올려줄 거냐는 말이죠. 결국 상무식이 업무인데, 만약 지반 분야 계산 프로그램을 익혀서 그 업무마저 제가 하게 되면 연봉을 더 올려줄 거냐는 말이죠. 안 주겠죠? 저도 안 줄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마더 테레사도 아니고, 왜 회사는 봉사와 희생을 요구하는지 의아합니다.


김상무식이의 오더는 예술이었다.


위에 적은 대로 김상무식이의 오더는 정말 혀를 내두르다 못해, 소의 혀도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였어요.

여러분, 예술은 그저 느끼는 거라던데 어쩌면 맞는 걸지도 몰라요. 직장인의 예술은 '분노'를 느끼는 거니까요.


여러분 다들 각자의 일상에서 예술 같은 이해가지 않은 일이 새롭게 펼쳐지고 계실 수도 있어요.

그저 느껴보세요, 분노를


어쩔 수가 없는 같아요.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끝내기는 싱거우니, 오늘도 시 한 편을 적어볼게요.



<상무식이 입십생로랑>


회의는 끝났고

해결책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대신 술이 깨어났다


그들은 오늘도 대책 대신 테이블을 펼쳤다

자, 이제 문제를 굽자

소급은 뿌려졌고, 책임은 뒤집혔다


누군가는 말했다

"이게 다 경험이야"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경험에 취해, 현실을 구워 먹는다


안주는 뜨겁고

대화는 미지근하다

한입 물 때마다

입안 가득

기름 탄 현실의 맛이 난다


그들은 웃었다

웃음은 위로처럼 들렸지만

의미는 없었다

유리 부딪치는 소리로만

들려왔다


문제는 술잔 밑에 앉아 있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이제 다 잊자"

그 순간,

진짜 잊힌 건 내가 왜 힘들었는지였다


고기는 익었고,

문제는 생으로 남았다

나는 씹을수록

역겨움의 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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