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아니, 씨잎새 최대표

그 잎새를 파쇄기에 갈았어야 했는데

by 김땡땡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오늘은 일곱 인간쓰레기 중에 하나, 그간 적어온 인간 군상들의 대표였던 최대표를 들고 왔어요. 처음 만났던 그의 모습은 호쾌하고 당당한 사람이었어요. 물론 첫인상이에요.

정말 사람은 궁지에 몰려야 본모습이 보인다는 옛말은 깨달을 수 있었던 씨잎새 최대표를 꺼내어 보고자 합니다.


너는 이미 다 계획이 있구나?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출처 2019 영화 기생충)

최잎새는 정말로 계획이 무궁무진했어요. 늘 하던 얘기가 생각이 나요. "나는 이 회사를 100명, 200명이 넘는 회사로 만들어야, 지금 16명 정도 되는 너희들이 이 회사에서 한 자리씩 차지할 수 있어."

"우리 회사는 10년 동안은 영업을 안 해도 충분히 먹고살 만큼 벌어놨어, 그렇다고 영업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정말 말로만 들어보면 이미 대기업이 된 환상 속에 들어갈 법한 얘기들이었어요.


허나 그의 환상일 뿐이죠. 말 그대로 환상이었어요.

첫째, 영업으로 받아들인 프로젝트는 많았어요. 실제로 일이 끊길 일은 없었거든요.

둘째, 회사의 업무량 대비 사람을 고용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왜냐, 애초에 오너를 할 그릇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분명 인력이 보다 충원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눈 가리고 아웅 하며 충분히 현재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업무라고 줄곧 말해왔죠. 그렇게 얘기한 마지막 씨잎새는 결국 외주를 내보내고 맙니다. 그것도 제가 직접 작업하면 일주일이면 해결될 일을 400만원 가량의 금액을 주고서 일을 맡기는 불상사가 생기곤 했어요. 능력이 좋은 높은 임금의 사람을 뽑기보다는 200 중반 언저리의 신입 혹은 주임급의 사람들로만 사무실을 채우려는 부분도 정말 어처구니가 없던 부분 중에 하나였어요.

셋째, 실제로 회사에 어느 정도 알아서 업무를 처리할 엔지니어들을 보유할 생각조차 없었어요. 실무를 혼자서 처리할 정도의 인력은 기껏해야 3명 정도였어요.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사급 한 명, 상무급 한 명, 그리고 제가 마지막 한 명이에요. (저를 치켜세우는 게 아니라, 정말 워낙 회사에 제대로 된 인력들이 없었어요)

넷째, 사람들을 교육시키는 시간은 투입할 생각이 없었어요. 내근직으로 일하는 설계 엔지니어들은 책자를 많이 봐야 실무에 도움이 되고, 그러한 책자를 통해서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트레이닝을 거치는 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허나 이 최잎새는 얼토당토않은 짓거리를 참으로 많이 하고 다녔어요.

도대체 왜 실무도 제대로 못하는 직원들을 데리고서 현장학습을 다니는지, 현장학습 다니면서 빠지는 시간만큼의 업무량은 결국 과장에서 차장 사이의 직급에서 처리가 되어야 하거든요. 그래봐야 끽해야 차장 과장 합쳐야 제가 과장, 그리고 차장 하나가 더 있었으니 딱 2명의 업무량이 배가 되는 셈이죠. 참으로 이해가 안 갈 노릇이었어요.


이러한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보자면 결국은 너의 계획은 무계획이었다로 귀결하더라고요. 실제로 퇴사할 즈음에 마주친 결말이 무계획이었어요.


왜 나보고 역사를 새로 쓰라는 거야?

"김 과장 밑으로 사람 뽑아주면 계산 알려주는 건 어려운 게 아니잖아?"


제가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제가 속한 구조 분야에 대한 계산을 할 수 있는 인력은 1명이었어요. 그 1명 또한 회사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 형식으로 계약이 된 사람이었어요. 엄밀히 따지면 회사 소속이 아닌 사람이었죠. 제가 입사하기 전에 단 한 명도 계산 인력을 만드는 시도를 해본 적도 없고, 교욱 시간을 투자해 본 적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니? 이게 도대체 뭔 소리일까요?


그간 회사 창립 이래로 회사에 소속된 계산직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저는 경력직이기에 다른 회사에서 이미 계산 작업을 메인으로 해왔기 때문에 최잎새의 회사에서도 계산을 맡게 된 거였죠. 본인들도 여태까지 성공한 적이 없으면서 나보고 하라니? 나보고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라는 건가요? 시간도 노력도 돈도 투자하지 않으면서 뭔 인력을 만들라는 거야?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죠. 제가 이렇게 얘기하는 이유는 토목 구조 분야에서 계산직이 만들어지는 과정 때문이에요. 정말 길고 기나긴 인내의 시간을 걸쳐서 겨우 만들어지는 인력이 계산직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회사도 인내를 해야 하고, 그것을 배우고 익히는 사람 또한 고된 학습의 시간을 견뎌내야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투자를 할 생각은 없으면서 결과를 바란다니?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최잎새의 상상력은 정말 풍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정은 하지만 돈은 안 줄래, 너 양아치니?


최잎새는 정말 믿힌 놈이었어요. 요즘 가끔 유튜브를 보면 2030 세대의 취업 포기에 대한 내용이 종종 보이더라고요. 정말 최잎새 같은 인간들을 보면 왜 취업 포기라는 현상이 발생되는지에 대해서 조금은 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당시 회사에 A라는 직원이 있었어요. 그 직원에 대한 최잎새의 평가는 'A는 정말 일을 잘해, 특히나 어려운 업무에 대해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수월하게 익히는 특별한 인력이야' 이렇습니다. 헌데, 연봉으로 건너가서 보면 정말 부아가 치미는 행태가 일어납니다. A가 그 당시에 받던 연봉이 거의 신입 수준이었어요. 경력직임에도 불구하고 신입. A에 대한 사적인 내용이라서 여기에 담지는 못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연봉을 모조리 싹둑 잘라내 버렸더라고요. 훗날에 A에게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정말 최잎새는 마지막 씨잎새구나 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어요. 양아치도 이런 쌩 양아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이 자꾸 퇴사를 하면, 관리자를 갈궈야지. 최잎새는 관리자 편을 드네?


그 당시 제가 속해있던 회사는 팀을 둘로 나누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중에 제가 속한 팀을 C라고 칭하고, 나머지 하나의 팀을 D라고 칭해볼게요. 정말 D라는 팀에 사람이 들가기만 하면 1~2달 사이에 올킬, 퇴사 and 퇴사 and 퇴사를 반복했어요. 관리자가 회사에서 배틀그라운드를 하고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도대체 D라는 팀에 얼마나 자기장이 빡세길래 인간들이 계속 퇴사하는 건지에 대한 깊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물론 D라는 팀에 속해있던 사람들이 퇴사한 이유는 하나였어요. D팀의 팀장이 정말 누가 들어가도 못 버틸 성격이었거든요. 오죽하면 D팀의 팀장, 그리고 부장 직급 두 명 빼고 나머지 인원들이 결국에는 전부 물갈이되었으니 할 만 다 한 셈이라고 보이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퇴사가 끊임없이 반복되면, 관리자를 갈구고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는 게 우리네 정상인의 사고방식 아니겠어요? 하나, 최잎새는 정말 어른스러운 방상이 아닌 마치 호모사피엔스와 같은 발상을 꺼내놓았어요.

D팀의 팀장에게 했던 얘기를 기억 속에서 꺼내볼게요. "사람 계속 나가도 신경 쓰지 마, 채용은 계속할 거고 너네 팀으로 사람 붙여줄 거니까" 여기에 덧붙여서 "며칠 써보고 제대로 못할 것 같으면 그냥 잘라"

앞서 적은 두 발언은 충격 쇼킹 경악, 저게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죠.

D라는 팀장도 일을 제대로 모르면서 어설픈 지식으로 2번 정도 알려주면 팀장인 본인이 하는 만큼의 아웃풋을 직원들에게 강요하니, 당연히 인간들이 나가는 게 정상이었거든요. 중요한 포인트는 D팀장 본인도 몰라요, 업무가 왜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건지, 작업을 할 때에 어떠한 책자를 익혀서 일을 해야 하는 건지 그도 몰라, 아무것도 몰라, 몰라 몰라 난 몰라.


통근시간이 왕복 2시간이 늘어는 거리로 이사를 한다고?

제가 최잎새의 회사를 퇴사한 결정적인 이유 었어요. 사람은 계속 나가고, 뽑히지도 않고 결국에는 토목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회사를 옮기면 해결되겠다고 최잎새는 생각했어요. 그래서 결국에는 회사를 이사하기로 결정합니다. 그것도 혼자서 결정합니다. 간부도 몰라, 직원도 몰라, 최잎새만 아는 회사의 이사소식

퇴근할 즈음에 최잎새가 저를 부릅니다. "김 과장, 잠깐 면담할까?" "무슨 일 있으신가요" "회의실로 잠깐 와"

그렇게 회의실에서 최잎새와의 대화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때에 최잎새의 발언은 정말 제정신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발언이 호도독 쏟아졌어요.


"회사가 이사를 할 건데, 위치가 좋아 은행이 회사 코앞에 있어"

"앞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사람이 지금보다 많이 필요해, 현재 인원으로는 어려우니 이사를 가면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은행은 코앞인데, 원래 저의 통근시간이 완복 1시간 40분 정도, 거기에서 회사가 이사를 가게 되면 완복 3시간 20분 정도.

은행이 코앞인 거랑 위치가 좋은 거랑 무슨 상관인 건지 싶어요. 정말 그냥 아무 말 대잔치를 시작하는 최잎새였어요. "이사는 언제쯤 하시나요?" "11월에 회사 이전하는 건 확정이고, 위치가 바뀌니까 직원들한테 1:1로 면담형식으로 얘기하고 있는 거야"


정말 저의 귀를 의심했어요. 이런 중대사를 1:1로 얘기한다고? 왜? 후달리나 봐?

왜냐하면, 그 당시에 회사가 이사를 하게 되면 전 직원의 통근 시간이 왕복 2시간씩은 증가하는 거리었어요. 아마 본인도 후달려서 1:1로 얘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서 며칠 지난 후에 전 직원에 대한 1:1 면담이 끝났죠.


사람들에게 물어봤어요.

나 : 회사 이사 가는 소식 들으셨어요?

다른 직원 : 9월에 간다고 하더라고요.

나 : 응? 11월 이라던데요?

직원들과 얘기해 본 결과, 11월로 들은 직원도 있고 9월로 들은 직원도 있더라고요.

그리하여서 결국 관리부로 직행합니다. 관리부에서 건네받은 얘기는 다음과 같아요. 대표가 말은 안 해요. 계속 물어봐도 언제 이사하는지 얘기를 안 해요. 예, 결국에는 회사는 9월에 이사 가는 게 맞았고, 이사 가기 1주일 전까지 대부분의 직원은 언제 이사 가는 지 조차 모르고 있어요.


이곳에 정확히 풀어놓지는 못하지만 적지 않은 인원들이 퇴사를 했어요. 음, 저도 백수가 된 상태에서 구인공고를 들여다보면 가끔 최잎새 회사의 채용 공고를 보게 됩니다. 제가 나온 게 대략 9월이었어요.

이사를 간 결정적인 이유는 사람을 충분히 뽑고 싶다는 거였어요. (있는 직원들도 제대로 관리 못해서 죄다 퇴사하는 판국에 왜 이사를 가려는 건지는 의문입니다.)

퇴사하는 시점에 회사의 총인원이 예를 들어서 20명이라고 하면, 이 중에서 5명이 이사의 문제로 퇴사했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러면 5+α의 인원을 뽑아야 하겠죠.

결국에는 퇴사한 5명만큼의 인력조차 여전히 채우지 못했어요. 저를 포함한 퇴사한 5명이, 장기 근속자들이었어요. (저를 제외하고서요)


사람을 뽑지 못했다는 걸 알아낸 방법은 간단했어요. 애초에 그 회사는 퇴사한 인력 +1명 정도만 더 뽑을 계획이었거든요. 여전히 추가 인원 3명에 대한 구인공고를 올려놓고 있는 걸로 봐서는 아직도 이사 당시에 퇴사한 인력 수만큼도 채우지 못했음을 대략 추정할 수 있었어요. (사실 3명이 퇴사했어요. 저 포함)


이제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아요. 최잎새는 돈도 얼마 안 주면서 고급인력도 안 쓰려고 하고, 사람들에게 투자할 생각도 없고, 목표는 원대하고, 돈은 많이 벌고 싶어 하고.

투자 없이, 큰 성과를 바라는 것을 정의하는 단어는? 도박


요즘 젊은 세대가 들어갈 만한 회사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오너가 자꾸 직원들을 쥐어짜고 도박을 하려고 해서 일지도 모르죠. 본인만 망하면 상관없는데, 직원들은 뭔 죄인가요. 모든 오너를 비판하는 건 아니에요. 바라는 게 많다면 그만큼의 투자를 해야 함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시제: 냄새, 그건 무계획의 향기였어


그의 입은 24시간 가동되는 발전기였다.
전기는 안 나오고, 말만 나왔다.

“우리 회사는 10년은 영업 안 해도 돼!”


직원은 줄고, 계획은 늘고,
회의는 길고, 결론은 없었다.
그의 꿈은 고층 빌딩이었지만
기초는 종이컵 두 개였다.


그는 외쳤다.
“이건 투자야!”
하지만 아무도 투자받은 적이 없다.


책 대신 현장학습,
교육 대신 견학,
성과 대신 구호.
그의 회사는 도박장이었고,
우린 칩이었다.


오늘도 그는 말한다.
“나는 계획이 다 있지.”
그래, 맞다.
우린 그 계획 속에서
이미 퇴사했다.


여러분,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찾아뵐게요.

마지막으로 혹시라고 퇴사로 인해서 회사로 인해서 힘들어하고 계신 분들께,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하는 만큼 받고자 하는 것

관례라고 포장된 부당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것

퇴사의 끝에 결국 불안만이 가득한 시간을 보내는 것

여러분 탓이 아니라, 마지막 씨잎새의 탓이에요.


탓해도 바뀌는 건 없지만, 내 탓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혹시나 있을까 해서 적었어요.

잠깐이라도 이 글을 읽고서 '전부 세상 탓이다'라고 생각해 주세요.

다음에 찾아뵐게요.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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