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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는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by NINA

회의가 끝난 뒤,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혹시 실수한 건 없을까?”
“내 판단이 팀 전체의 결과에 영향을 주면 어쩌지…”


또 어떤 날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말 알고는 계신 걸까?”
“나만 너무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떤 리더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팀원들의 마음은 참 다르게 움직인다.


우리 부서에는 다른 성향의 두 리더가 있다.

한 분은 실무에 깊이 관여하며 매 순간 판단하고 빠르게 결정한다.


“이건 이렇게 해야지.”


분명 그 덕분에 방향을 잃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일이 진행된다.

하지만 팀원들은 항상 긴장하게 된다.


“아, 그분 계시면 괜히 숨이 막혀…”


그런 말이 자주 들린다.


또 다른 한 분은 거의 모든 것을 팀원에게 맡긴다.

가장 자주 하는 말.


"알아서 해라."


자율성과 신뢰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때로는 그 태도가 무관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분 아래에선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아 그분 잘 몰라. 그냥 우리 선에서 알아서 하면 돼."


그런 생각은 당장은 드러나지 않아도 큰 사고로 이어진다.


두 분의 각기 다른 방식.

각기 다른 장점과 한계.


그 사이에서 나는 자주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존중하면서도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나아가려는 방향을 잃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함께 갈 수 있을까.'


직장은 다양한 세대,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나이도, 성향도, 무엇보다 '일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


누군가는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누군가는 정서를 더 우선한다.


어떤 이에게는 정답이었던 것이

다른 이에게는 고통이 되기도 한다.


나는 욕심이 많았다.

이상적인 리더가 되고 싶었다.

늘 본보기가 되어야 하고,
언제나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하며,
감정은 감추고 단단해야 한다고 믿었다.


'리더라면 강해야 해.'

'리더라면 실수하지 말아야 해.'

'리더라면 감정을 드러내선 안 돼.'


그래서 때때로 나는
내가 아닌 모습으로 말하고 행동했다.
감정을 감추고 단단한 척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 나답지 않은 얼굴을 오래 붙들고 있으니,
어느 순간 스스로 혼란이 왔다.

팀원들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 무렵 손자병법을 읽었다.


장수의 보좌가 정확하고 세심하면 국가는 반드시 강해진다.

장수의 보필을 결정하는 것은
최고 통치자의 권위가 아니라
조직을 이루는 사람들의 건강한 마음이다.



리더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건강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드는 사람이라 했다.


건강한 마음.

나는 이 한 단어에서 멈춰섰다.


"왜 그러는 거야?"

"틀렸어."
"아니야."

적으면서도 숨이 막히는 이런 말들을 귀에 들려주면

서로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걸까 병들게 하는 걸까.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팀장과 팀원이라고 다르지 않다.

당연히 그 다름 속에서 자주 충돌하고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그 갈등과 어긋남 사이에 서서

무작정 나의 목소리를 키우면 삐걱거리는 소리는 더 심해지곤 했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들리는 나에 대한 그들의 소리.


왜 저래..


나는 그들이 없는 자리에서 주눅 들었고

그들은 내가 있는 자리에서 주눅 들었다.


욕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춰서 있을 수 없었다.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에

방향을 함께 그리자 손을 내밀었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

그들이 생각하는 방향

우리는 그 중간에서 서로가 서로를 기다려주고

등을 살며시 밀어주기 시작했다.

조금씩 신뢰와 이해가 싹트기 시작했다.


어느새

"할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은

"해냈다" 는 믿음으로 바뀌었고

"기다려줘서 고마워." 라는 서로에 대한 감사함으로 쌓였다.


조직은 결국 사람이다.

한 사람의 마음이 바뀌면 분위기가 바뀌고

분위기가 바뀌면 흐름이 바뀌고

흐름이 바뀌면 결과가 바뀐다.


그러니 조직을 이끈다는 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제 나는 단단한 채찍을 내려놓고

서툴게라도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보려 한다.


"왜 이렇게 했어요?"

대신

“그럴 수 있어요. 나도 그런 적 있어요.”


잘하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는

“와 어떻게 이렇게 잘하지? 나 이거 익히는 데 진짜 오래 걸렸는데.”

라고 말하며 웃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서툰 손을 몇 번 내밀다 보니 조금은 알 거 같았다.

손자병법이 맞았다.


리더가 빚어야 할 것은

훌륭한 성과가 아니라

팀원들의 건강한 마음이었다.


건강한 마음으로 함께 만든 결과는

언제나 어김없이 빛났으니 말이다.


장수의 보좌가 정확하고 세심하지 못하면 국가는 약해진다.

삼군의 사무를 알지 못하면서 간섭하면

군사들이 명령과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이로 인해 제후가 환란을 일으키는 법이다.

- 손자병법(모공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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