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면 자세가 어때서?

내 탓이오를 멈추자

by 보보


혹시 나만의 엄청난 잠버릇이 있는가? 수면 자세는 사람마다 다양하여 성격 특징과 연관 짓기도 한다. 아기형, 통나무형, 군인형, 자유낙하형 등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이런 수면 자세를 번갈아 가며 하다가 최근 천장을 향해 똑바로 누워 자는 것으로 정착했다.


옛날의 나는 몸부림이 조금 심한 편이었다. 방 안에서 자고 있다가도 아침에 깨어보면 상반신만 문 밖으로 튀어나간 적이 있을 정도다. 초등학생 때는 큰 방에서 우리 삼 남매가 같이 잤었는데, 동생의 배 위로 묵직한 내 다리를 올려 나도 모르게 동생을 암살할 뻔한 전례도 있다. 고작 어린아이 다리가 무거우면 얼마나 무겁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초등학생 때의 난 한약의 부작용인지 식욕이 왕성해져 살이 많이 쪄있었고 마르고 작은 동생은 그런 내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의 나는 문 밖으로 탈출하지도 않고 나름 반듯하고 평범한 자세로 잘 잔다. 하지만 부모님은 지금도 여전히 아침마다 나의 자는 모습을 확인하신다. 옛날에 살펴보셨던 이유가 내 다리로 인해 동생이 숨을 쉬지 못할까 였다면 지금은 뇌전증으로 인해 발작을 일으키지는 않았을까 걱정돼서이다. 발작으로 몸이 꼬이지는 않았는지 혹은 불편한 자세로 자고 있지는 않은지 두 눈으로 확인하시는 것이다.


어찌나 걱정이 많으셨는지 초반에는 이런 일도 한 번 있었다. 비몽사몽 상태로 누워있었는데 코밑으로 손가락을 슥- 가져다 대시는 게 아닌가.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 확인해본다고 그러신 것 같은데 나는 그 상황이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겨서 푸흐흐 웃었다. 나를 걱정해서 하신 행동인 걸 알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긴 것 같다.


엄마는 누워있는 내 팔다리가 꺾인 것 같다거나 비틀어져 있을 때면 풀어서 바른 자세로 만든다. 그리고 팔다리가 쫙쫙 펴져 있는 걸 보고 나서야 만족한 듯 뒤돌아 나가신다. 몇 년이 지나도 한결같이 살피셨다. 마치 애기들이 힘든 자세로 자고 있으면 바른 자세로 고쳐주는 것 같아 웃기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감동이었다.


이불을 제대로 안 덮고 있을 때면 배가 차면 안 된다고, 문을 닫고 있으면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부모님의 잔소리는 끝이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부모가 자식에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랑 표현의 한 방법인 것을.


의미 없이 널브러져 있는 나의 포즈에도 엄마는 ‘왜 그러고 있는 거야?’라고 묻는다. 사실 무슨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편한 자세라 그러고 있을 뿐인데도 혹시나 무슨 다른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시는 모습에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아주 조금은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귀찮다는 마음 또한 나 때문에 걱정을 달고 사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안타깝고 답답해 드는 것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조심스레 말해본다. 오늘도 나는 속으로 말한다, ‘그렇게 까지 안 해도 된다니까!’라고 말이다.


다른 사람이 보면 과잉보호하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나의 미묘한 변화를 캐치해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은 그만큼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늘 감사한 마음이 크지만 이제는 정말 괜찮으니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셨으면 한다.


모든 자식 둔 부모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자식이 아프면 모두 내 탓인 것만 같고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부모 마음에 자식들 또한 이런 마음일 것이다, ‘부모님은 아무 잘못 없어요.’라고. ‘내 탓이오.’라고 말했을 때 내 가슴에 한 번 그리고 상대방의 가슴에 한 번 상처를 준다. 그러니 우리 서로 누가 잘못했나 따지지 말기로 하자.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으니까 말이다.



keyword
이전 05화중앙도서관 9와 4분의 3 승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