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8(수)
저녁 6시 엄마의 첫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학원 수업이 있는 날. 내가 쓰던 필통을 꺼내 연필과 볼펜, 수정테이프를 챙겨 넣어드렸다. 엄마는 다녀와서 하나도 안 졸리더라며 들뜬 얼굴로 말했다. 확실히 생기 있는 눈빛이었다. 엄마는 친구들이 있는 채팅방에 이렇게 써서 보내고 계셨다. ‘배워서 남 주는 거 아니라더니 맞다’며 말이다. 즐거워하는 엄마의 모습이 귀여웠다.
24.08.11(일)
오후 8시 40분 퇴근하고 돌아가는 길 집 앞마당에 엄마가 서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우셨다. 사진으로도 찍었다. 나는 정말 복 받았구나 생각이 든다.
24.08.12(월)
오늘의 책 구절
‘돈은 누구에게나 환대받지만, 사람은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수 없다. 이 웃픈 사실을 인식하고 타인의 조롱과 험담도 웃어넘길 줄 알아야 삶의 폭을 넓힐 수 있다.’
24.08.17(토)
빨래 걷고 널고. 책 읽고 브런치에 예전에 썼던 글을 이어서 써 업로드했다. 그러고 노트북 배터리가 다 되어 잠깐 충천시킨다고 꼽아두고 거실에 누웠는데 그대로 내리 3시간을 잤다. 엄마가 내가 자는 사이 장을 봐오셔서 닭볶음탕을 만들고 계셨다. 며칠 전부터 내가 닭볶음탕 이야기 했었다고! 보글보글 끓는 치명적인 닭볶음탕.
서른 이후의 꿈, 조승리 작가님처럼 나 또한 꿈이 바뀌었다. 계속 글을 쓰는 삶을 사는 것이다. 즐겁고 충실하게 살다 보면 글을 쓰고 싶어지고. 글을 쓰다 보면 삶이 충만함을 느낀다.
24.08.22(목)
출근을 위해 버스를 탔는데 이전처럼 시원하지가 않다. 기사님이 에어컨 온도를 부러 낮게 안 하시는 듯하다. 등받이에 등을 뗐다 붙였다 했다. 계속 붙이고 있으면 땀이 나기 때문이다.
24.08.24(토)
엄마가 어디 카페에 갈까 물으셔서 임고서원에 있는 카페 온당을 말했고 곧장 거기로 갔다. 오랜만에 먹는 아이스크림 라테는 더 맛있어졌더라. 책도 좋은 것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디저트도 맛있었는데 샤인머스캣 빵이 은근히 맛있어서 집에 갈 때 두 개 더 사갔다.
새로운 발견 ‘fol:in’이라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알게 됐다. 카페 한쪽에 마련된 폴인 페이퍼. 성공의 경험을 나누는 폴인의 공간 파트너가 되었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버티기’그리고 ‘방향’이라는 제목에 얼른 집어 들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거잖아?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소개글도 좋았다.
‘외부에 있는 사물들은 외부에 있어서 너의 혼을 지배할 수 없고 너를 흔들어 놓을 수 없기 때문에, 불안은 언제나 너의 내면에 있는 생각이나 판단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파도가 자기에게 끊임없이 밀려와서 부서지지만, 그 자신은 견고히 서서 주변의 용솟음치는 바닷물을 고요하게 만드는 해안의 넓은 바위처럼 돼라.’
24.09.02(월)
출근길 차 안, 엄마가 나없던 토요일 밤에 아빠가 감동적인 말을 하더란다. 유튜브로 노부부가 나오는 프로를 보는데 70년 해로했다는 이야기가 나와 엄마가 아빠에게 물었다.
“나랑 몇 살까지 살 거야?”
“100년.”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놀랐다. 아빠가? 웬일이지? 싶었다. 금슬이 좋으셔서 다행이다.
24.09.07(토)
퇴근길에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를 갔다. 카드를 긁고 건네주는 남자직원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동생이 봤다고 말했다. 다시 직원의 얼굴을 살피니 잔뜩 긴장한 것이 눈에 보였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인가 보다. 선임으로 보이는 여자가 도끼눈으로 지켜보던데 내가 다 무섭더라. 동생 같아 안쓰러웠다. 부디 잘 이겨내길 바랄 뿐이다.
24.09.10(화)
일기를 쓰다 보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몇 번 씩이고 찾아온다. 빼먹은, 지난날을 쓸지 아니면 지금부터 시작할지.
24.09.16(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엄마의 꽃밭을 구경하는데 엄마가 누가 최근 심어둔 당신의 꽃을 훔쳐갔다며 하소연했다. 무성한 풀 사이 조금 움푹 파여 휑한 자리가 눈에 띄었다.
“2,500원 주고 산 건데…”
엄마가 아쉬워하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가장 최근 심은 걸 알고 그 자그마하고 노란 그것만 훔쳐간 걸까.
다음에 하나 사드려야겠다.
안녕하세요. :) 이번에는 일기장의 내용을 들고 와봤습니다.
오랜만에 지난 일기들을 보는데 어머니가 참 많이 등장하시더라고요.
몇 개만 골라 써봅니다.
일기를 게을리 쓰는 요즘 자극이 되네요!
2025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