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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자유시간

미래를 산다

by 보보

퇴근 후에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운동을 하거나 밀린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한 달에 8권을 읽은 적도 있다. 이럴 때 보면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시간을 얻고 싶으면 우선순위 밖에 것을 놓아야 한다.


이전의 회사를 퇴사한 후의 난 약간의 공허를 느꼈다.

'그동안 내가 해낸 게 뭐가 있지?'

퇴근 후엔 늘 직장 동료들과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 12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기 일쑤.


퇴사하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들이 나의 시간을 빼앗아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이 모양 이 꼴이 되어버렸노라고. 그리고 이 생각은 거절하지 못하고 따라가 순간의 즐거움에 취한 나의 잘못이라는 반성으로 끝이 난다.


닭갈비 먹으러 가자는 말에

치킨을 먹자는 말에 흔들린 것도 나.

따라간 것도 나. 누굴 탓하랴.


그걸 퇴사하고서야 깨달았다. 동료와의 친목도 좋지만 성장을 원한다면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덕분에 지금 직장에서는 내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내 시간을 확보해 두는 건 나를 존중함과 동시에 타인을 존중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아버지에게 직장생활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면 이렇게 말씀하신다.


"대처를 잘해야 해. 자기는 아니라고 하지만 자기는 모를 수 있어. 자기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을 괴롭힐 수도 있어. 상대방에게 상처주든 말든 자기 방식대로 사는 거지. 너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마. 네 머리만 아파."


오랜 직장생활을 경험한 아버지의 말씀이니 새겨들어 본다. 이마의 내 천 자를 검지로 꾹꾹 펴며.


퇴근 후엔 나만 생각할게요!


술을 마시며 파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가 나이더라도 신경 쓰지 않을게. 그동안 나는 나의 미래를 살고 있으니까.


매일 정서적 입사와 퇴사를 반복한다.


이건 고백이자 다짐이다.




'입사와 퇴사' 그리고 '출근과 퇴근'중 고민 했지만, 퇴근 이후에는 생각만이라도 완전히 회사와 분리 되고자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들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진짜 퇴사는 아니더라도 표현을 바꾸는 것 만으로 그런 기분을 잠깐 느낄 수 있다면 뭐 어떤가 싶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퇴근 후, 휴일을 미니 퇴사라고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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