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부는 서로를 가여이 여기고

결국 이기적이지 못한 사람들

by 보보

최근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탁구 대회를 응원차 따라나선 일이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늘 은근히 응원 와주기를 바라고 계셨기에 좋은 마음으로 함께한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쉽지 않은 여정이 되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기죽을 까봐 자존심을 세워드리려 계속 18번인 ‘집에 가자’라는 말을 목구멍 저 뒤로 삼켰다. 이번 탁구대회를 아버지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고 있던 까닭이다. 하지만 참는다는 건 끝이 있는 법이다. 결국 해가 저무는 저녁 시간 무렵이 되자 인내심에 한계가 오고야 말았다. 빨갛게 빛나는 체육관 디지털시계를 보는 어머니의 이마에 삼지창 모양이 깊어진다.


새벽 6시에 기상해 온종일 밖에,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며 내는 땀과 먼지로 가득한 체육관 안에서 선수가 아닌 사람이 버티기는 쉽지 않다. 처음에는 1등 하라며 열심히 아버지를 응원하던 어머니는 몰려드는 피로감과 싫음을 참아내느라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버지는 어렵게 올라간 16강이었지만 경기를 마무리하고 돌아서 내려왔다. 이제 진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서로의 욕심을 참아냈다는 걸 곁에서 지켜보던 난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도 그런 서로의 마음을 알기에 더 이상 뒷말은 하지 않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저녁밥을 먹자 그제야 웃음을 튼다. 허기를 달래며 서로를 달랜다.


“오늘 잘하더라.”


우리의 인정에 아버지는 웃는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탁구라는 스포츠를 취미에서 한 발 더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알고 계셨고, 아버지는 어머니가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기를 싫어하시는 것을 알고 계셨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장장 9시간을 버텨냈고 아버지는 고대하던 16강에서 돌아서 내려왔다. “집에 가자”는 말을 하면서도 어머니는 미안해하셨고 경기를 하는 동안 아버지도 미안해하셨다.


부부관계에 정답은 알지 못하지만, 서로를 가여이 여기고 사랑하면 그만이 아닐까? 두 분의 모습을 보며 부부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이해한다. 참고, 배려하고 결국은 사랑이더라.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2화일을 한다는 건 타이레놀 먹을 일이 많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