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정답
어릴 땐 블랙커피에 넣는 희고 네모난 각설탕이 그렇게 있어 보이더랬다. 흰 각설탕이 조금씩 검은 물에 녹아내려 스며들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는 게 좋았다.
각설탕이 녹고 뜨거운 커피가 조금 식기를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있는 어른. 그런데 정작 어른이 되고는 더 이상 각설탕을 보거나 넣을 기회가 없었다.
커피는 무조건 아이스커피에 각설탕을 넣을 필요 없이 이미 충분히 달달한 바닐라 라테를 마시기 때문이다. 카페에 가도 이제 각설탕이나 스틱설탕은 보이지 않고 슈가시럽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럽은 참 편하다. 쭉- 단 한 번의 펌프질 만으로도 충분한 단맛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음료에 녹아드는 속도도 빠르다. 각설탕은 이제 추억 속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쓴 맛이 무어냐! 어른이 된 난 달달한 커피를 쪽쪽 빨며 일하고 있다. 힘든데 음료까지 쓰면 추가로 달달한 디저트를 주문해야 밸런스가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 나름의 절약 방법인 셈이다. 아무리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지만 너무 단맛만 추구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어릴 적 어른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답을 우리들에게 말했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에 나와 보니 이제는 또 모두가 그 답을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삶이란 질문에 한 개의 답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세 개, 네 개, 열 개 일수도 있다.
이것도 정답이고 저것도 정답.
틀렸다고 생각되면 계속 고쳐 쓰기 하면 된다.
어린 시절에 생각한 여유 있는 어른의 모습이란 실은 많은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던 게 아닐까?
인생의 정답, 삶의 이유와 의미는 한 가지 만으로 부족하지 않나 생각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