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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May 10. 2024

호주인이 게으르다고요?

아닌 것 같습니다만.

호주에 가기 전부터 늘 들어왔던 것은 호주인은 게으르다였다.


지금은 생각나지 않지만 게으른 호주인을 나타내는 영어단어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정도로 호주의 국민성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유롭다 내지는 게으르다. 호주에 살아보니 확실히 한국과는 달랐다. 한국은 전례 없는 빠른 성장을 한 곳이라 그런지 느긋함과 여유로움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빨리빨리가 한국의 국민성을 나타낸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일례로 농장에서 일할 때 빨리 하는 게 곧 돈이었던지라 동서양 막론하고 빨리빨리를 외쳐댄 적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빨리빨리를 들을 줄이야 조금은 놀랜 기억이 있다.


차치하고 호주의 모든 시스템은 느리다. 행정시스템도 은행업무도 모든 게 느릿느릿 여유롭다. 한국에 한평생 산 사람들은 조금 놀랄지도 모르겠다. 별게 아닌데 이렇게 느리다고? 했던 적이 자주 있었던 것 같다. (반대로 한국이 너무 빠른 시스템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그래도 한없이 느긋한 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그런 한국식 일처리는 사람이라는 자원을 끌어다 쓴 격이니 말이다.


호주는 연말이라도 되면 몇 주씩 휴가를 갖는다. 자영업 하는 사람들도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도 모두 해당되는 듯하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연말쯤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모두 휴가를 가느라, 구인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마다 행사로 쉬는 날이 존재하며 국가 공휴일 또한 잦은 것 같다.


아직 휴대폰엔 호주 달력도 함께 연동되어 있는데, 어떤 이유로 -Day라며 휴일이 굉장히 많이 찍혀있다.부러울 따름이다.(한국의 5월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호주의 느긋한 삶에 적응해갈즈음, 아니 이미 뇌리에는 호주는 게으르다는 생각이 지배했을 즈음, 호주의 카페만큼은 일찍 여는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호주 대부분의 카페가 새벽 6시면 문을 열었고 그마저도 더 이르게 여는 카페도 몇몇 존재했다.



나 역시 카페에서 일했을 때 6시 오픈을 한 적이 있었는데, 6시에 오픈한다고 손님이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손님이 그 새벽부터 커피를 사겠다고 줄을 서는 걸 보며 우리나라가 게으른 건가 싶기도 했으니까.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일을 시작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고, 일하지 않고 그저 커피를 즐기러 나오는 사람들도 보면 참 부지런하다 느꼈다.


누가 호주가 게으르다 했나! 이렇게 이른 시간 커피를 마시는데..혹은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안되었던걸까? 한참을 생각하다 장난 삼아 카페사장에게 ‘호주인은 게으르다며 이렇게 이른 시간에도 카페를 오네?’라고 얘기했다. 카페사장은 이민 온 지 몇 년이 된 튀르키예 사장이었는데 그 소리를 듣더니 호주인 손님에게 곧바로 이르는 게 아닌가..


뜨헉..! 다행히 그 호주인은 유쾌하게 '호주인이 왜 게을러! 나는 새벽부터 헬스를 한다고!' 하며 웃어넘겼었다. 모든 문화가 한 면만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대체로'를 대신 붙여주면 흑백논리가 아닌 융통성 있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대체로' 빨리 하는 편이지만.. 여유를 부리는 곳도 있으리라..(우리나라는 좀 여유를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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