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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에]어느 고상한 숙물녀와의 맞선

by Zarephath

소개팅-또는 맞선-자리이다. 상대는 정신과 여의사. 나 역시 의사이지만 적성에 안맞아 5급 특채 공무원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던 터였다. 여기로 오라 저기로 다시 오라는 둥 그리 유쾌하지 않은 주문들을 묵묵히 들어주고 여기 저기 그녀를 찾으러 댜녔다. 둘이 마주하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자기는 학교 내내 C.C였다면서,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은 그에대한 마음이 정리가 안됐기 때문엔 것 같다눈 둥 물어보지도 않았고 궁굼하지도 않은 얘기들을 늘어 놓으면서 이번에도 엄마가 하도 나가보라고 그래서 거절하기에 지쳐 나가보라는 곳은 다 나가보는 것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초면에 할 소리인가? 선인지 소개팅인지 머든지 간에 사람을 처음 만났으면 서로서로 조심스레 물어가며 얘기를 들어줘 가며 서로에게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것이 인간이라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예의 아니던가?

자신에 대한 얘기를 물어보지도 않은 얘기들을 그렇게 주저리주저리늘어 놓더니 대뜸 한다는 소리가 공무원 계속 할 거냐는 거였다. 시작하지도 얼마 되지 않은일 일 배우기도 전에 그만 두란 말인가? 이어서 한다는 소리가 자기 언니가 의사인데 돈을 많이 벌었다면서, 자기는 연구를 계속하고 싶으니 남자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둥, 다시 별 관심없는 얘기들을 늘어 놓는다.

한참을 둘이서 그렇게 짜증나는 시간들을 보낸 후 이만 헤어지자고 하더니, 굳이 내 차 세워둔 곳 까지 바레다 주겠다는 것이다. 남자가 여자를 베웅해 주는 경우는 흔해도 굳이 내 차 세워둔 곧 까지만 날 바래다 주겠다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지만, 뭐 그라라고 했다. 뭐든 뜻대로 해버리는 성격 같아서. 내 차가 있는 곳으로 왔다. 나는 당시 공무원 신분에 맞게 칼로스라는 소형차를 타고 있었다. 또 내가 차를 험하게 모는 편이라 여기 저기 잔 기스들도 많고. 다 왔다고 저게 내 차라고 했을때의 그녀의 일그러지는 표정을 난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못봐줄 똥차를 본 듯한 표정으로 내 차를 쳐다 보더니, 안녕히 가시라 하고 헤어졌다.

여러분, 선이든 소개팅이든 나갈때 최소한 차는 좋은 거 빌려서라도 타고 나갑시다. 여자 표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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