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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내 인생 최고의 개

by Zarephath

비 바람이 부는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그 강아지가 이 노래를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지만 그 강아지는 비 바람이 치는 밤을 작은 상자에 갇혀서 주인만을 기다렸다. 내 사랑 만을 영원리 기다렸다.


그러나 그 사랑은 오질 않고 몇날 몇일을 그 강아지를 관찰하던 어느 아주머니에게 구출되었다. 처음엔 따라 오려 하지 않자 그만 돌아서려는 아주머니의 다리에 그 작은 강아지 발을 살며시 올려 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 아주머니는 수술을 앞두고 있는 병든 분으로 반려견을 키울 형편이 못 되었다.그래서 동네에서 개 잘키우기로 소문난 우리 집에 그 개를 의탁하러 데리고 왔다.

응급실 근무를 마치고 집에 와 초인종을 누르니 뭐가 현관에서 화닥닥 거리는 것이 안봐도 ‘아 개구나’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때 마침 키우던 개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직후라 마음이 허하던 차에 엄마도 나도 그 개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처음 내 품에 안기던 그 녀셕은 내 옷에 쉬를 했는데, 야단치지 않고 ‘응, 괜찮아~’라고 해 준 것이 그 녀석의 마음을 쉽게 열게 해 준 행동이었는 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이 강아지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개는 눈치가 100단이다. 가만보니, 지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같은 집이라는 걸 곧 눈치챘다. 이때부터는 후다닥 후다닥 이방 저방 돌아다니며 영역표시를 한다. 온 집에 영역 표시를 다 하더니, 배 고플때 마다 밥달라는 것 기본이고, 과일 먹고 싶을 땐 과일을, 육폭 먹고 싶을 땐 육포를,,, 지가 땡기는 메뉴를 정확히 지정하며 내 놓으라고 지랄이다. 그렇게 영역 표시하고 먹을 거 먹고 나니 슬 산책이 하고 싶어 지셨다. 어떻게 알았는지 개 목줄을 물고 와서 내 앞에 놓고 낑낑거린다. 산책 나가잔 말이다. 그렇게 산책을 시켜드리고 들어오니 피곤한 지 한 숨을 코 잔다.


그 개가 나름 사람을 다룰 줄 안다면 나 또한 개 다루는 데는 일가견이있다. 뭐, 다룬다기보다, 괴롭히고 못살게 군다는 표현이 저 정확할 것이다. 잘때 끌어안고 자느라 꼼작 못하게하는 그런 건 기본이고, 개 입물기, 개 코 물기 등 무는 짐승이 오히려 물리는 황당한 체험을 수차례 선사했다. 그 외 개한테 치면 재미가 쏠쏠한 장난 몇개를 소개하면, 오렌지나 자몽 같은 과일을 먹을 때 껍질을 개 코에 대고 콱 짤아 버리는 것이다. 코가 민감한 개로서는 정말 견디기 힘든 난관일 것이다. 그런데, 한 발을 더 나아가, 개가 나한테 오길래 ‘어 이리와’해놓고 개를 잡아다 개 코에 대고 방귀를 뀌어 버렸다. 아무리 심한 장난을 쳐도 그런 일은 없었는데, 개가 우웩 하더니 정말 구토를 해 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 토사물 정리도 내가 다 했지만.

이찜 되면 개가 불러도 안온다. 첨엔 부르면 반갑게, 나중에는 의무감으로라도 오다가도, 저정도의 고초에 시달리다보면 나중에는 부르면 안오기만 하는게 아니라 아예 다른 방으로 가버린다. 이 정도 되야 개와 내가 정말 죽고 못사는 관계가 된 것이다.


그 개는 참 오래 살았다. 내가 키운 개 중 내 손을 가장 많이 탔고 내 품에서 내가 물고 빨며 키운 개이다. 너무너무 보고싶다. 무지개 다리 건넌 지 한참 되었어도 아직 그 개의 촉감들이 남아있다. 죽을 때가 다 됐어도 내 퇴근시간에 맞춰 내 얼굴을 본 후에야 생명줄을 놓아버린 놈이다. 나에게는 최고의 개였다. 그렇게 사랑하고 내 손에서 놓지 않을 만큼 스킨쉽을 많이 한 개도 없었다. 또비야, 무지개 다리 건넌 거기서도 잼있게 살고 있지? 난 한번씩 네가 미치도록 보고싶단다. 그럴 때면 너와 함께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 보곤 해. 우리,,, 나중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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