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바삐 등교를 했다. 열심히 뛰어가고 있었다. 주변에는 나와 같이 뛰어가는 사람들, 거의 한 방향으로 뛴다. 그런데, 저기서 반대방향으로 뛰어오는 한 사람이 있다. 신경이 쓰인다. 도대체 이 시간에 이 거리를 반대 방향으로 뛰는 사람은 뭘까? 그런 생각을 하며 뛰고 있는데, 아뿔사! 그 사람과 부딛힌다. 순간 나는 그의 손이 내 뒷주머니를 더듬어 지갑을 꺼내는 것을 알아챘다. 소매치기다.. 어딜! 나는 평소에 배워 둔 유도 기술을 발휘하여 그를 제압하고 내 지갑을 되찾았다. 그리고 주위에 구경나온 사람들과 학교 경비에게 경찰에 신고를 부탁했다. 그런데, 이 새끼, 당황하거나 반성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너무 침착하고 태연하게 ‘이거놔, 이거놔’ 그러고 있다. 일단 나는 그를 붙잡고 학교로 향했다. 첫 수업은 재끼기로 하고 그 새끼를 데리고 학교 옥상으로 올라 가 경찰을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경찰이 오지 않는다. 두번, 세번 연락을 해도 사건 접수가 되었으니 기다리라고만 하고 좀처럼 오지 않는다. 역시 공무원이다. 주변에서 구경하던 학교 경비가 내게 사제 수갑을 주면서 이걸 채워놓으라고 그런다. 잘됐다. 나는 그걸 그 새끼의 손목에 채우고 수갑 줄을 쥐고 있었다. 그 새끼는 연신 쪼개며 실실거린다. 아 열받아. 이 새끼를 그냥 죽여버릴까? 나는 욱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경찰을 하염없이 기다렸다.팔을 비틀어도 이 새끼는 무슨 연체 동물인 양 관절이 한없이 돌아가 전혀 아프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정말 재수 없는 날이다. ‘이 새끼야 경찰은 안와, 어서 이거 풀어.’ 그 새끼가 나를 약올린다. 나도 그냥 지갑 찾았으면 됐지 그냥 풀어줄까 하다가도 지금까지 잡아둔 것이 아까워서라도, 그리고 그 새끼의 이 어이없는 태도에 열이 받아서라도 풀어줄 수가 없다. 나는 참았다. 참다 참다 그 새끼의 조롱에 빡 돌아버린 나는 그 새끼를 옥상에서 아래로 밀어 버렸다. 다행히 수갑 줄이 난간에 걸려 떨어지지는 않았다. 이제 좀 정신이 들겠지. 그러나 그 새끼의 조롱은 계속되었다. ‘야 이 새끼야. 경찰은 안 온다고. 그리고 나 지금이라도 이거 풀고 갈 수 있어. 니가 하는 짓이 신기해서 그냥 구경하고 있는 거야.’ 그새끼의 조롱이다. 이 정도면 거의 사람 미치기 직전이다. 나는 수갑을 풀었다. 다시 말하면,,, 그 새끼를 아래로 떨어트렸다. 아래로 떨어진 그는 꼼짝을 안한다. 죽은 걸까? 나는 순간 불안해 져서 아래로 뛰어 내려가 그 새끼의 상태를 살펴봤다. 머리에서 피가 흥건하게 베어 나온다. 역시 죽은 걸까? 그런데 그 새끼를 자세히 살펴보니, 어럽쇼? 웃고 있다. 키득거리며 나한테 조롱하기를 계속한다. ‘왜? 내가 죽기라도 했을까봐 내려와 봤냐? 내가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냐? 어서 지갑이나 갖고 꺼져.’ 휴~ 다행이다. ‘내가 안 죽어 다행이지? 이 병신새끼.’ 그 새끼는 조롱을 계속한다. 나는 다시 그 새끼를 끌고 옥상으로 올라 가는데, 마침 경찰이 온다. 이제야 온다. 젠장. 나는 경찰에게 내 지갑을 보여 주면서 이 새끼가 내 지갑을 훔쳤는데 블라블라…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경찰은 주변을 보더니 내게 수갑을 채운다. 그 새끼는 울면서 ‘경찰관님, 글쎄 저는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이 사람이 나를 메치더니 학교 옥상에 끌고 가서 저를 아래로 밀쳐 떨어트리기까지 했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나는 주변 구경꾼들에게 뭐라 말좀 해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입을 다물고 구경할 뿐이었다. 나는 경찰서로 끌려갔다. 이런 저런 절차들을 거치더니 내게 죄수복 한벌을 주면서 입으라는 것이다. ‘제발 경찰관님 제 말좀 들어보세요’라며 아무리 애원을 해도 경찰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 새끼는 저기 너머에서 나를 쳐다보며 연신 실실 쪼개고 있다. 나는 결국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재판 결과 살인 미수. 나는 교도소에 수감 되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는가?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소매치기 한번 만난 죄로 하루 아침에 살임미수범이 되어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슬프다. 분하다. 하늘이 무너진다. 내 반듯이 그 놈을 죽이고야 말겠다. 나는 이를 갈았다. 한번은 누가 면회를 왔다고 해서 가 보니 글쎄 그 새끼였다. ‘어때? 지낼만해? 그러게 누가 지갑 하나에 목숨을 걸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부들부들 떨뿐. 나는 교도소에서 이를 갈았다. 나가면 그 새끼를 반듯이 죽이고야 말겠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다. 그 새끼는 한달에 한번 꼭 나를 찾아왔다. ‘너 나오면 나 죽일 거잖아? 내 얼굴 까먹을까봐 와 주는 거야 ㅋㅋㅋ’ 그 새끼의 조롱을 들으며 세월은 그렇게 갔다. 드디어 내가 출소하는 날이 되었다. 나는 늙었다. 그 새끼도 늙었다. 어쨌건 나는 그 새끼를 죽여야 한다. 이제, 분노도 억울함도 없다. 그냥, 인생의 목적이 그 새끼를 죽이는 것 밖에 없어 죽이려 할 뿐이다. 그것 외에 내가 할 일이 뭐가 있으리. 그 새끼는 한달 전에도 나에게 왔었다. 나오면 찾아 오라며 주소까지 주고 갔다. 나는 칼 한자루를 가슴에 품고 그 주소로 향했다. 그 새끼는 술상을 차려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앉아, 죽이는 건 급하지 않으니 술이나 한 잔 하라구. 오늘 나왔잖아? 그 동안 못 마신 술이라도 한 잔 하라구.’ 그 새끼는 끝까지 나를 조롱한다. ‘한가지 물어보자.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왜냐구? 딱히 이유가 있을까? 그냥 그날 그 길에서 너와 부딛힌게 이유라면 이유랄까? 너와 내가 부딛히지 않았다면 네가 감옥에 가는 일도 없었겠지?’ 하~ 내 인생이 송두리째 빼앗기고 감옥에 보내진 이유가 단지 미친 놈과 부딛힌 때문이라니??? ‘그래 이제 죽어 줘야지?’나는 그에게 마지막 말을 했다. ‘그래, 어디 죽일 수 있으면 죽여 보라구.’ 나는 품고 있던 칼을 꺼내 있는 힘을 다해 그를 찔렀다. 그런데, 그는 자기에게 꽂힌 칼을 태연하게 뽑더니 그 칼로 나를 도로 찌른다. 으악~ 외마디 비명,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죽어간다.
인생은 모든 것이 우연이다. 아무런 관련도 없었던 어느 미친 놈과 아침에 부딛혔다는 이 단순한 이유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이제, 내 목숨까지 앗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