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도 여느 밤처럼 한밤 중에 전화가 왔다. ‘저 응급의학과 김이라고 합니다. 3일간의 복통으로 내원한 환자인데 우하복부 압통과 반발통이 있고,,,’ 더 이상 들으나 마나 맹장염이다.‘아,네, 수고 많으십니다. 항생제 쓰시고 입원시켜 놓으시면 내일 보겠습니다.’일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재앙은 항상 일상을 노리는 법. 그 환자는 복막염이 진행되고 숔에 빠져 그날 밤 사망하고 말았다. 일단 응급의학과에서는 해당과 당직인 나에게 노티를 하였기에 책임이 없고 노티를 받고도 즉시 병원에 오지 않고 입원만 시켜 놓은 내가 책임을 지게 된다.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된 나는 그 길로 거의 파산에 이를 지경이 되었다. 의사로서의 생명이 다하게 된 나는 매일을 술로 보냈다. 하루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 내 옆에 와 앉았다. ‘당신 의사였다면서? 실력도 좋았다고 하던데.’‘누구시죠?’‘그런건 알 필요 없고 당신 내 밑에서 일할 생각은 없소? 내 보수는 병원 월급의 몇배는 드릴 수 있는데.’ 솔깃했다. 무슨 일인가 구체적으로 물어보니, 불법 장기매매를 하는데, 매번 의사를 섭외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전담 의사를 물색하던 중 나를 알게 됐다고 한다.‘하겠습니다.’ 거의 폐인이 다 된 내가 불법 합법 따지고 의사로서의 양심 따위 따질 여유가 없었다. 돈이 급하고 무엇보다 수술하던 손이 근질근질해서 견딜 수가 없던 차에 잘된 일이었다. 그래서 그 날부터 나는 폭력조직 밑에서 불법 장기매매시 장기를 적출하고 Donor 의 수술후 관리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 폭력조직은 많은 술집과 클럽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비록 조직 밑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내가 하는 일의 중요성과 이전의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해서 매우 대우를 잘해줬다.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와졌고 그 조직에서 운영하는 업장에서는 술을 공짜로 마실 수가 있었다. 이미 알콜 중독이 되어 있었던 나에게 술은 필수였기에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이 매장 저 매장에서 술을 마시다가 한번은 트랜스젠더 바에서 술을 마시게 됐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연들을 들으니 참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다들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다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일 밖에 없어 이리로 흘러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그러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는데 이 많은 사람들이 성 전환수술을 다 어디서 받느냐 하는 것이었다. 물어봤더니 대부분 태국에서 받고 왔다고 했다. 수술 비용은 한번에 2000~3000정도 들었다고 한다. 아! 이건 내게 새로운 기회인가? 나는 그 길로 태국의 성전환 수술 병원을 물색했다. 무엇보다 트랜스젠더 클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수술을 배울 수 있는 루트를 알아냈다. 문제는 조직에 어떻게 얘기를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내가 태국으로 가버리면 장기 적출을 할 의사가 없으니 조직에서 허락할 리가 없다. 그렇지만 수술 한 건에 거의 한달 보수를 벌 수 있는 길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방법은 하나, 탈출하는 것. 정식으로 비행기 표를 끊고 태국으로 여권에 비자를 발급받아 간다면 흔적이 남기에 꼬리를 밟히게 된다. 그러면 난 내 목숨 부지하기도 힘들 것이다. 나는 밀항을 하기로 했다. 아무도 몰래 내 흔적을 다 지우고 태국으로 가기로 했다. 태국에는 클럽에서 일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성전환 수술을 하는 병원 측과 접선을 해서 내 전 제산을 다 주기로 하고 수술을 배우기로 했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고 태국에 가는 날짜를 정해서 태국 측에 알려 줬다. 마중을 나오기로 했다. 그 전날 까지는 평상시 처럼 아무 일 없는 것 처럼 장기적출을 했다. 어차피 불법적으로 사는 인생, 한번쯤 모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나는 간단하게 짐을 꾸리고 항구로 향했다. 어선 밑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오랜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렇게 나는 태국으로 갔다. 태국 의사들도 영어를 잘해서 의사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나는 그 날로 태국의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성전환 수술을 배우는 일에 몰두를 했다. 아마 한국에서는 내가 사라진 것을 알고 조직에서 날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1년 정도 배우고 나니 어느 정도 혼자서도 성전환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때다. 태국은 이미 성전환 수술이 보편화 되어 있기 때문에 레드오션이다. 블루오션인 한국으로 가야 큰 돈을 벌 수가 있다. 한국으로 가는 방법 역시 밀항을 했다.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오랫만에 한국땅을 밟았다. 그렇다고 무일푼인 내가 갑자기 성전환 수술 병원을 버젓이 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인생 어차피 어둠의 길로 들어선지 오래 됐는데, 뭐가 더 두렵겠는가? 나는 내 발로 조직의 보스를 찾아갔다. 처음에 나를 보더니 보스는 나를 죽일려고 했다. 나는 사정을 얘기하고 예전처럼 장기매매 일도 하겠으니 수요가 있는 대로 성전환 수술도 겸하겠노라고 양해를 구했다. ‘짜식이 간이 크군. 그래 솔직히 얘기 했더라면 내가 태국으로 보내줬을 리는 없지. 이미 이렇게 된 거 다시 시작해 보자고.’보스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나는 예전처럼 장기매매 일을 하면서 성전환 수술이 필요한 사람에게 태국에 가는 비용보다 약간 저렴하게 수술을 해줬다. 나는 돈방석에 앉았다. 장기매매 일로 조직에서 받는 돈에 성전환 수술로 버는 돈까지,,,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그래, 이게 돈 버는 것이지. 나는 차라리 이렇게 된 게 잘됐다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죽어라고 일해봐야 지금 버는 돈의 십분의 일도 못벌었을 것이다. 게다가 술도 맘대로 마시고. 성전환 수술의 수요는 예상보다 훨씬많았다. 성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 중 숨어 지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나는 그들에게는 은인이었다. 태국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클럽 같은데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기가 원하는 성별로 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돈을 악착같이 벌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두더쥐 마냥 어둠의 세계에서 살 수는 없었다. 언젠가 합법적인 성전환 전문병원을 세울 목적으로 이일 저일 닥치는 대로 일했다. 어느 정도 돈이 모여 조금만 융통하면 자그마하지만 병원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차마 조직에게 이제 장기매매 일은 그만 하겠노라고 얘기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입은 은혜도 있어어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가 그런 말 꺼내는 즉시 죽을 것 같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보스에게 병원을 세우게 되었음을 얘기하고 장기매매일은 야간에만 하면 안 되겠냐고 양해를 구했다. 의외로 보스는 축하를 해주며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 그래서 난 낮에는 합법적인 명실상부한 성전환수술 전문의사가 되었고 밤에는 불법 장기매매를 위한 장기적출 수술을 하는 의사가가 되었다. 아! 언젠가는 불법적인 일은 조금씩 손을 놔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그래도, 뭐 이정도로 만족한다. 블루오션인 성 전환수술 전문병원을 세운 의사,,, 어디 내세워도 꿀릴 것 없는 완벽한 재기다. 밤에 하는 일이야,,, 누가 알겠는가? 누군가는 해야 할 일, 내가 도맡아서 해 주는거라 생각하니 맘은 좀 편하다.
그러나 항상 불안하다. 누가 마지막에 시체 처리하는 일을 잘못해서 장기가 적출된 상태의 시신이 어디서 발견이라도 되면, 불법 장기매매에 대한 수사가 벌어질것이고, 그러면 나도 연루되어 감빵에 들어갈 게 뻔하다. 내가 그 일을 하는 한, 이 불안함은 계속 날 붙어다닐 것이다. 아직 그런 일은 없다. 그저 하루를 살 뿐이다. 오늘 하루 별일 없었으면 그만 만족하고 내일을 맞는 것이 진정한 협객의 삶인가? 제발, 내가 두려워하는 그 일만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