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휘파람을 불며 얘약한 호텔방으로 향했다. 방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기대감으로 가득찬 그의 손이 호텔 문을 열었을 때 거기 있어야 할 그녀가 없었다. 당황하고 실망한 그는 허겁지겁 그녀를 찾고 있는데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찾고 있어?누굴 그렇게 찾고 있을까?’ 뒤를 돌아본 그는 따져 물을 새도 없이 입술부터 포갰다. 그 다음 목선을 거쳐 가슴, 엉덩이, 음부의 순으로 내려가는 대로 옷과 속옷들이 벗겨져 침대에 내던져 졌다. ‘아, 제발 좀 천천히 해. 숨 좀 쉬자.’ 한마디 내뱉는 시간도 아까운 그는 아무 대꾸 없이 그녀의 몸을 한껏 가졌다. 한바탕의 뜨거운 정사가 끝나고 난 후 그가 겨우 한마디를 건냈다, ‘출장은 어땠어? 거기 남자들은 어떻던가?’ 한달간 유럽 출장을 다녀온 그녀는 대답했다.‘출장도 좋고 남자들도 좋았어’‘뭐라구’‘아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출장은 성공적이었어’‘그래 출장 얘기는 내일 하고 일단 커피나 한잔 하자’‘그래’ 커피를 마시고 저녁식사를 한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남자는 IT계열의 스타트업의 대표이고 여자는 같은 학교 같은 학과 CC였던 엔지니어이다. 둘은 졸업후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꽤나 성공적인 회사로 성장해 나갔다. 그들만의 독보적인 기술은 유럽뿐 아니라 미주 여러 곳에서도 관심을 보였고 여러 곳에 기술을 수출하는 성공적인 소규모 회사가 되었다. 그들의 사업이 성공할 수록 그들의 정사 또한 격렬해졌고 그들의 관계 또한 자연스레 미래를 함께할 사이로 발전해 나갔다.
다음날, 사무실에서 둘은 유럽 출장 결과를 논의 중이었고 직원들은 바쁘게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와 그녀의 관계는 회사내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활기찬 아침, 업무와 함께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한참 뒷담화 중이었다. 유럽출장 결과를 논의하던 그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오늘 밤도 뜨겁게 한바탕 하겠는데’라며 뒷담화를 하였다.
그들의 회사는 승승장구 하였다. 그러는 만큼 두 사람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 그냥 같이 살까? 어차피 하루 종일 보고 사는데, 결혼하는게 어때?‘남자가 물었다.‘너랑 나랑 결혼을? 웃기지 마. 거시기에 점이 몇개인지까지 아는 너랑 나가 무슨 신비감으로 결혼을 하니?’‘야 그러니깐 결혼을 하자는 거지. 이상한놈 만나서 나중에 실망하거나. 뒤통수 맞으면, 너 그때는 나 너 안 받아 줄거야.’ 주고 받는 대화는 장난 같아도 서로는 이미 결혼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상도 하지 못하던 사건이 진행 중이었다. 사업이 번창할 수록 결혼을 기정 사실화 하는 두 남녀를 바라보던 사람들 중, 그녀를 짝사랑 하던 남자가 있었고 그는 그들의 결혼을 막기 위해 회사에 위해를 가하려고 계획 중이었다.
유럽 출장에서 따낸 계약이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아무도 그 내막을 몰랐지만, 그녀를 짝사랑 하던 그 남자가 원천 기술을 중국에 헐값에 팔아 넘겨 유럽에서 따낸 계약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유럽에서 중국과 계약을 해 버린 것이다. 이 사건이 벌어지고 그 직원이 곧 사직을 하는 등의 정황과 증거들로 산업스파이로 체포되어 그 남자는 교도소를 가게 되었지만 이미 회사는 그 존폐가 위험해 졌다. 회사를 헐값에 팔아 넘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망한 것이다. 그 남자의 범죄로 망해버린회사, 그 대표와 연인, 모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한가하게 결혼이나 고민하고 있을 여유가 없어졌다.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녔고 신기술 개발에 밤잠을 설쳤다. 그런 그들의 노력으로 망하기 직전의 회사를 겨우 살리고 다시 사업을 유지할 수는 있게 되었으나 예전처럼 승승장구하던 스타트업의 위치를 회복하진 못했다.
오랜만에 여유를 갖고 남자의 품에서 여자가 말했다.‘나 너랑 결혼 안해. 난 부잣집 남자. 돈 많은 남자랑 할 거야.’‘나도 너랑 결혼 안해. 나도 돈 많은 여자 만나서 결혼할 거야.‘농담처럼 주고 받은 말이었지만 둘은 침대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또 한번 서로의 육체와 영혼을 나누고 밤을 지새웠다.
5년 후, 출근하는 남자에게 옷을 챙겨주고 용돈을 지갑에 넣어주는 여자는 바로 그 여자였다. 둘은 몇년 전 결혼하여 회사를 유지하며 여자는 전업 주부로 들어 앉았다. 애를 둘이나 키워낼려면 여자가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회사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새기술 개발 등의 일은 집에서 여자가 내조일지 외조일지를 하고 있다. 둘은 그렇게 회사와 결혼생활을 예전처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