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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rephath Sep 17. 2024

정면충돌

도서관이 이어 준 인연

그녀와 그는 도서관에서 정면충돌을 했다. 말 그대로 정면 충돌 이었다. 출입문에서 서로 뛰어 드나다가 박아버렸다. 그녀는 머리를 다치고 그는 코피가 났다. 서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대화를 나누고,,, 뭐 그러다 친해지고 CC가 되었다. 도서관이 이어준 인연이었다. 둘은 학교에서 거의 부부처럼 행동했다. 어딜 가든 같이 가고, 같이 밥먹고, 같이 차마시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항상 붙어다녔다. 뭐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는지 조차 알 수 없다. 그렇게 붙어 다니던 그들은 크리스마스나 특별한 날이면 남들 보라는 듯이 한 방에 들어갔다. 아마도 둘은 이미 미래를 약속한 모양이었다. 모든행복한 커플들이 그렇듯이 그들도 그들의 행복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그들은 특권이라도 부여받은 듯 둘이서 떠들어 대고 공공장소에서 금지된 행동들도 그들은 특권이라도 있는양 서슴지 않고 했다. 모두들 부러워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겉으로만 그럴 뿐 속으론 다들 욕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만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관계에 묘한 기류가 돌기 시작했다. 특히 여자 쪽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굳어버리더니, 사소한 것으로도 둘은 싸우곤 했다. 둘이 싸우면 각자 지내기 몇일-도서관 따로 앉기, 책 따로보기, 필기 안 보여주기 등-을 하고 그들이 각자 지내기를 끝내면 화해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내 생각엔 둘의 사랑과 친분을 과시 하려는 여자의 행동이 남자 쪽에서 탐탁치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여자는 오히려 그런 것을 탐탁치 않아하는 남자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뭐 남의 연애사 콩인지 팥인지 땨져봐야 뭐하겠냐마는 그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학구들의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둘이 헤어졌음을 알게 된 사건이 일어났는데, 남자가 그의 새 여자친구를 도서관에 데려와서 자기 공부하는 옆자리에 앉힌 것이다. 이것은 천지가 개벽할 빅 사건 이었다. 세상에 그가 새 여자친구를 학교에 데려오는 것도 모자라 도서관 옆자리에 앉힌다??? 그것은 큰 의미가 있는 사건 이었던 것이, 헤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의 옆자리에 앉혔다는 것은 하루 종일 붙어다니는 생활을 이제 새 여자친구와 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헤어졌고 남자는 이 여자 저여자 만나다가 적당한 여자와 결혼했고 여자는 아직 미혼이라는 소문이 있다.

남녀간의 사랑은 뜨거워 곧 타버릴 것 같고 영원할 것 같지만, 결혼 하기 전의 사랑놀음같은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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