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원석에서 글을 꺼내다
이웃집 김선생 연재 기획으로 브런치 작가가 된 후
일주일에 두 번 연재하는 것이 나의 준비성에 따라
때론 여유롭기도, 때론 12시를 앞둔 신데렐라처럼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다.
글을 쓰는 습관, 일정이 잡혀있지 않은 사람에게 마감 시간이라는 것은 기어코 한 편의 글을 쓰게 하는 특효약이다.
난 부지런하거나 계획적이지는 않아도 다행히 약속을 지키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지금까지 단 한 번을 빼고는 브런치북 연재일에 꼭 글을 올려왔다.
그 한 번의 휴재는 브런치가 칼 같은 12시 마감시간을 적용하는지 모르고서 한가하게 글을 다듬다가 12시가 넘어 발행을 눌러서 일어난 결과였다.
"열 두 시가 되면은 문이 닫힌다, 꽉!"
그 뒤로는 늦어도 12시 전에는 꼭 발행을 누르고 있다.
육아를 이유로 브런치연재를 일요일 별난 여자 하나로 줄여놓았는데, 덕분에 일주일이 더 순식간에 지나간다.
머리 속으로는 계속 소재를 생각하고, 작가의 서랍에 다듬지 않은 원석을 주워모으듯 글감을 툭툭 던져놓는다.
그 원석들을 다듬지 못한 채 일요일까지 미루다가
드디어 일요일이 되면 그 안의 형체가 보이는 원석을 골라 손끝으로 다듬어 한 편의 글을 세공해낸다.
이제 6개월 차에 접어든 꽃봄이의 낮잠, 밤잠 시간을 틈타 글을 쓰는데 아이의 잠이 얕아 진득하게 글 쓸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주말에 남편이 아이와 놀아주거나 안고 재우면서 브런치 글 쓸 시간을 벌어주는데 이 금쪽 같은 시간에 생각했던 글부터 쓰는게 왜 이리 안 될까?
글을 쓰지 못할 상황에서는 머릿속에 글귀가 반짝 떠오르고 원대하게 출간 기획까지 만들면서 막상 키보드 앞에 자리를 잡으면 시험공부하려던 학생 마냥 할 일은 안하고 자꾸만 딴 것들에 정신이 팔려버리고 만다.
시선을 빼앗는 기사 제목에, 이것저것 갑자기 검색해 보고 싶은 것들이 생겨서 잠시만 보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넷의 바다를 기웃거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은 또 얼마나 재미나고 유익한 것들이 많은지 몇 개 읽다 보면 또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간다.
미루고 미루다 12시를 넘길 수 없는 신데렐라가 되어 드디어 운을 떼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글의 꼬리를 물고 다음 문장이 따라나오는 걸 경험하기도 한다.
몇 번의 검토를 거친 후 발행을 누르고 나면 그래도 오늘도 해냈다는 안도감이 주어진다.
연재 후 따라오는 브런치 이웃분들의 라이킷은 조용히 건네는 따뜻한 토닥임 같다.
감사하고 뿌듯하다.
발행 후에도 스스로 몇 번을 다시 읽고 좀더 손을 보며 원석에서 다듬어낸 내 글을 보석처럼 모아가는 이 과정이 소중하다
브런치 작가님들을 보면 존경스러운 분들이 참 많다. 각자의 글로 진솔하게 담아낸 삶의 모습들이 그들의 보석이고 그 반짝임이 아름답다.
글을 쓰면서 쓰는 게 참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
글의 원석은 많은데 그것들을 다듬어 글이 되도록 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그래서 자꾸 미루게 되나보다.
미루면서 조각칼을 벼르기만 해서인가
마감 시간 직전에 가장 날카로워진 그 칼로 원석을 다듬어내니 그 맛에 미루고 미뤄 벼르고 벼른 것인가.
게으른 작가이지만
미켈란젤로가 조각을 통해 돌 속의 형상을 찾아냈듯 난 글쓰기를 통해 나를 찾아내고 있다.
누구의 삶에나 원석이 있다.
그 원석들을 돌멩이처럼 그냥 지나칠 것인가
눈길을 건네 발견할 것인가가 그 첫 번째 정성이요,
원석을 발견하여 그 안의 보석이 빛을 낼 수 있도록 다듬어내는 것이 그 다음 정성이다.
군더더기를 떼어내고 원석 속 글만 남을 수 있도록 세공하는 것, 그게 내가 글을 쓰는 작업이다.
널려있는 모든 원석을 보석으로 세공해내지는 못하지만 나의 속도와 노력으로 할 수 있는 만큼의 글들을 다듬어 내고 있다. 그렇게 다듬어진 글들은 나의 보석이고 이 곳에서 작게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