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가 제일 어려워요
"준하가 등교거부하고 울고 있을 애가 아닌데, 누구지? 무슨 일이지?"
설마하며 가본 계단 아래에서 정말 우리반 준하가 아빠에게 매달려 가지 말라며 울고 있었다. 아빠도 그 손을 놓았다가 잡았다가 어찌할 줄을 모르고 교실로 어서 가라고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우리반 아이를 알아본 옆반 선생님의 눈썰미에 내심 놀라며 여태 준하가 이럴 줄은 몰랐던 내가 한심해지려는 참이었다.
파마머리에 안경을 낀 준하는 박사님처럼 똘똘하게 생겼고 기초 한글과 수 개념이 잘 잡혀있어서 수업 시간에 자신감있게 참여하는 아이였다. 쉬는 시간에는 큰 목소리로 친구들과 활발하게 어울리는데, 어떨 땐 친구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듯 말해서 그게 염려가 될 때도 있었다.
그래도 교실에서 순조롭게 잘 적응하는 모습이었는데 갑자기 왜 그러고 있는지, 담임인 내가 잘못한 게 있었나, 친구와 무슨 일이 있었나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다가갔다.
"준하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이는 대답 없이 아빠 품을 파고 들고, 아빠가 난감해하며 대신 대답을 하셨다.
"저하고 떨어지는 게 어려워서 그러는 거 같아요. 준하야, 아빠 일 끝나고 데리러 온다니까. 지금은 교실에 가야지."
"거짓말, 안 올거잖아."
"온다니까, 약속!"
"미술 학원으로 데리러 와야 돼."
"알았어."
어찌보면 일상적인 대화일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울면서 아빠를 믿지를 못했고 같은 말, 같은 약속을 반복하며 시간을 끌었다. 입학 후 처음 며칠 간 여느 아이들처럼 교실에 잘 들어왔었는데, 최근 부자 사이에 뭔가 약속이 깨진 경험이 생긴 것 같았다.
"준하야, 아빠가 약속하셨으니 오실거야. 아빠 한 번 꼭 안아주고, 자, 이제 교실로 가자."
아이는 아빠를 향한 불안한 눈빛을 거두지 못했지만 내가 내민 손을 꼭 잡고 교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침활동 시간에는 저기압으로 몸을 곤두세우고 있더니 1교시가 시작되자 여느 때의 활발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담임인 내가 가서 손만 내밀면 기다렸다는 듯 아빠에게서 내게로 쏙 옮겨와 교실로 들어오긴 했다.
그러나 만약 내가 아침에 교무실에 갔다오느라 교실에 없으면 여지없이 복도에서 아이와 아버지의 실랑이 소리가 들렸다. 둘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나, 무엇이 문제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 손을 잡지 않고도 아이가 스스로 교실에 걸어들어가기를 바라며 복도 끝에 숨어 십여분을 기다린 적도 여러번이었다. 대화 내용은 매번 비슷했다.
"아빠 일하러 가야된다고. 진짜 데리러 올게"
"거짓말, 안 올 거잖아."
"진짜 온다고, 빨리 교실 들어가. 아빠 간다 (뒤돌아 서서 간다)"
"악, 안 돼. 가지마! (울며 매달린다)"
"하, 미치겠네. 아, 데리러 온다고, 좀!"
아빠가 도망치듯 돌아서면 아이는 매달리며 따라갔다. 그런 아이를 다시 데리고 교실 쪽으로 데리고 온다. 아빠가 큰소리로 혼내며 떼어내면 아이는 눈치를 보면서 계속 울었다. 그러면 아빠는 또 걸음을 되돌려 아이를 달랬다. 언제쯤 저 실랑이가 끝날까? 매번 담임 손을 잡고 교실에 입장하게 할 수는 없는데, 휴...일단 아빠 일 좀 가시도록 담임 또 등판.
"준하야, 들어가자. 아버님, 준하 한 번 꼭 안아주세요. (서로 꼭 안는다) 자, 준하야,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인사 드려. 그렇지. 아버님, 그럼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담임 손을 잡고 교실에 들어오고 나면 금세 다른 아이들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즐겁게 놀았다. 어찌나 신나게 노는지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휴대폰으로 보내드리기도 했다.
[준하 아버님, 아침마다 힘드시죠. 준하가 교실에서 금세 이렇게 잘 놀고 공부도 잘 한답니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준하 노는 모습 보내드려요]
사실 이런 서비스는 어린이집 선생님급인데, 8살 준하의 적응 어려움이 어린이집 처음 갈 때의 모습과 비슷하니 1학년 담임이지만 이렇게 해야할만 했다.
아버님 딴에도 아이 등교에 도움이 될까 싶어 아침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우리반 민우와 민우 어머니를 태우고 함께 등교길에 올랐다. 그러나 매번 민우 혼자 싱글싱글 웃으며 교실에 먼저 들어왔다. (민우는 원래 개구쟁이 웃상이다.)
"민우야, 오늘 올 때 준하 아빠 차 타고 왔어? 준하는 아빠랑 밑에 있어?"
"네."
"왜 같이 안 올라왔어?"
"몰라요, 준하가 같이 안 와요."
그래서 나가보면 둘은 여전히 실랑이 중이었고 결국 내가 준하를 데리고 들어오곤 했다.
그렇게 2주 정도 지났나. 준하의 등교 어려움이 개선되지 않고 계속 반복되자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다. '이래봬도 1학년'이 되려면 최소한 교문에서 보호자와 헤어져 교실까지 거침없이 직진해야 하는데 아빠가 교실 앞까지 동행을 하고, 담임인 내가 나가서 손을 잡아주어야만 비로소 아빠와 떨어진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준하는 학교가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가정 상황과 양육 태도, 아이 기질의 콜라보로 아침마다 아빠와 산뜻하게 헤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걸로 보였다.
마침 1, 4학년에 실시하는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준하가 관심군으로 결과가 나와서 위클래스 상담 선생님의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 목요일 편에 이어집니다.
글은 사실에 기반하였고,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