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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May 22. 2023

돌아가야 할 거리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오래간만에 얻은 휴가는 그야말로 달콤했다.


 주중이라 더욱이 가는 곳마다 사람은 북적이지 않아 좋았다.  항구에 정박한 고깃배들이 파도에 쓸려 삐걱대는 소리,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오는 여름의 짙은 장미향기, 갑자기 내리는 빗방울에 펼친 우산 손잡이를 잡고 있는 나의 손에 살며시 포개어 오는 너의 손.
 꿈 만 같다는 것이 다른 게 아니었다.

아쉬운 인사를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몰랐다. 그 길이 얼마나 먼 지를.

 집까지의 거리가 먼 것이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의 거리가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가족들의 이야기가 허공에 흩어져 내 귀에 들어오기가 힘들었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침대조차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일의 일을 잠시 생각해 보았을 때는 순간 숨이 턱 막히기까지 했다.
 너무 급하게 돌아섰던 걸까.

 혹자는 연휴 증후군, 월요병 등 휴식에 대한 관성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맞다. 꿈같은 시간을 뒤로한 채 돌아가기 싫었던 것이니까. 한데,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도대체 몇 번의 숨 막힘을 겪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숙명인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회인이라면. 뒤이어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고 머무르는 법은 없는지 고민도 해보았다. 퇴사를 하면? 아니 그냥 휴가를 하루 더 쓰면? 모두 헛수고였지만 헛헛한 마음을 달래는 노력은 되었다고 위로해 보았다.

 어쨌든, 결국 난 잠시나마 빠져버린 톱니 마냥 내일 다시 끼워진 채로 돌아갈 것이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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