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갑다. 슬며시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이면 얼굴에 경고등이 켜진다. 무시하며 지나치기엔 거슬리는 것이 나도 모르게 거울을 찾았다. 책상 구석 어딘가 있던 녀석은 뒤집혀 있었다. 바로 세워 코앞에 들이밀고서는 한 손으로 눈 밑 쪽을 더듬었다. 아니나 다를까 빨간불이 켜져 있다. 평소 바르던 로션을 한 번 더 손바닥에 펴 발라서 적색신호를 꺼보려고 애썼다. 눈가를 매만지며 더 아픈 곳은 없는지 살피던 중 의외의 것을 보고 말았다. 주름. 실은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던 것이 고등학교 때부터 자글자글하다고 놀림감이었다. 하지만, '새삼'이라는 의미로 와닿았다. 최근에는 관심이 없었으니까. 구불한 선들을 따라 내려가니 거뭇한 수염들이 보였다. 분명 어제저녁에 잘랐다고 했지만 밤사이에 삐져나와 있었다. 보기 흉했다. 면도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화장실로 들어갔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어차피 볼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다.
옷을 갈아입고 대충 방을 정리하고서 문을 열려는 찰나에 반사된 내 얼굴이 눈에 보였다. 언제부터였을까. 거울을 보지 않은 것이.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매일 아침이면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틈틈이 찾아보았다. 그것도 전신이 다 보이는 녀석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매무새를 다가듬었다. 그리고 몰랐겠지만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분명히 그랬다. 때론 즐거워 보이기도 혹은 지쳐 보이기도 했는데 그게 무엇이 되었건 간에 마주했다.
그때가 어쩌면 유일하게 나를 오롯이 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어제 그런 글을 하나 읽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에 관한. 그리고 나와의 거리에 대한. 저자는 가장 이상적인 간격은 한걸음에서 두 걸음 사이라고 했다. 난 백보쯤 떨어진 것 같다고 속삭였다.
그간 너무 무심하게 살아왔다. 처음에는 사회에 적응하기 바쁘다는 핑계였지만 실은 자신이 보기 싫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마주한 모습은 상상과 달랐으니까.
보란 듯이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주변인들에게 인정받는. 돈도 무리 없이 모아가며 사랑하는 사람과 미래를 맞춰가는. 부모님은 밖에서 스리슬쩍 아들자랑도 해보기도 하는.
퀭한 다크서클에 충혈된 눈으로 사각 거울에 담긴 날 보는 것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다.
나가려던 방문을 닫고 다시금 책상에 앉았다.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거울을 다시 바라보았다. 물티슈 한 장을 뽑아다가 조심스레 닦기 시작했다. 얼룩져 형체가 흐릿했던 면은 또렷이 나의 눈을 비추고 있었다. 여기서 다시 시작해보고 싶었다. 나를 '돌아보는 일'을. 기대와 달라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진짜 나라는 것을 이제는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