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나온 말은 단숨에 그녀의 가슴에 내리 꽂힌다. 순간 숨이 막히며 저릿한 느낌이 돌았으리라.
그녀는 중고로 내놓은 값비싼 책장을 단 돈 3만 원에 판다고 했다. 이사 덕분에 급히 처분을 해야 했으니 어쩔 수 없다 싶었다. 다만 걱정된 건 그 무거운 걸 1층까지 혼자서 옮겨야 한다는 것. 멀리 떨어진 탓에 도와줄 수도 없었다. 그래도 씩씩하게 하나씩 옮겨서 판매까지 잘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나, 빠진 것이 있다며 혼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조립 설명서가 필요 하대. 근데 아무리 찾아도 없네."
그 책장은 담당기사가 방문 설치를 했었다. 설명서가 있을 리가 없다.
"그럼... 내가 하나 만들어서 주지 뭐..."
순간 생각했다. 굳이 없는 것을 사서 고생을 할까. 가뜩이나 끼니도 못 챙기고 낑낑대며 물건을 날랐는데 고작 3만 원 받고서... 거의 새것과 다름없는 책장을 가져간 구매자가 아무 이유도 없이 미웠다.
우리가 바보가 된 것 만 같았다. 남 좋은 일만 하는.
그래서 소리쳤다. 이제 그만 좀 해도 되지 않냐고. 착하게 살아봤자 돌아오는 게 뭐가 있는데. 그저 지나가는 한 번의 호의로 잊힐 텐데.
그건 그녀가 아니라 내게 말하고 있었다.
어디서 그런 억하심정이 생겼는지 알 길이 없었다.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이유를 찾지 못하여서일까. 그때, 그녀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인정받고 싶다'
한 줌 호의라도 그 누군가가 인정해 준다면, 들어준다면 그 걸로 스스로가 쓸모 있음을 느끼고 싶어 했다.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엔 충분했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의미 없다는 식의 대못을 박았다니. 아차 싶었다.
그녀에게 무한한 미안함과 함께 스스로에게 한참 모자라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 글을 빌어 전해본다. 정말 감사하다고. 그녀 덕분에 놓쳤던 삶의 의미를 되뇔 수 있었다. 여전히 나를 성장하게 해주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