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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8시간 느리게 살기로 했다

유신디

21살, 재수 끝에 희망하는 학과로 입학에 성공했다. 그러나 1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휴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내가 원해서 들어온 곳이었지만 지난 일 년 동안의 노력이 헛수고였다고 느껴질 정도로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때쯤, 우연히 유튜브에서 어느 유학원의 영상을 통해 아일랜드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 있다는 것, 영어를 쓴다는 것, 영국에 비해 한국인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아일랜드는 나에게 잘 맞는 나라일 것 같았다.

한 학기를 끝내자마자 휴학을 다짐했고 1학년을 마치자마자 휴학서를 제출했다. 유튜브에서 보았던 유학원을 통해 학원과 홈스테이를 등록하고 어서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출국이 다가오자 누군가는 걱정을 누군가는 응원을 또 누군가는 부러움을 전했다.

어학연수라는 포장지로 잘 감싸놓은 해외 도피, 28인지 캐리어 가득 담긴 걱정과 기대를 안고 더블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래서 나는 2019년 5월 8일부터 8시간 느리게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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