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8시간 느리게 살기로 했다
저 휴학할게요 / 여이진
대학교 3학년, 22살. 학교생활, 아르바이트, 대외활동 등 여느 대학생처럼 치열하게 살았다. 하루는 문득 '이렇게까지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쉼 없이 달려온 삶이라, 너무나도 지친 상태였다. 게다가 3학년이 끝나가니, 휴학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부모님께 선언했다.
"저 휴학할게요."
그저 자격증을 따겠다는 단순한 계획으로 부모님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부모님 마음일까. 되려 나에게 어학연수를 제안해 주셨다. 그렇게 필리핀 세부, 그리고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떠나기로 했다.
단순한 결심이었지만, 출국일이 다가올수록 두려웠다. 부모님 곁을 떠나 먼 기간 혼자 살아가는 게 처음이었다. 내가 잘 살 수 있을지, 낯 가리는 성격 탓에 친근한 사람들을 떠나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몸은 괜찮을지.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그러나 걱정은 잠시 뒤로 물러두었다. '못할 것도 없지 않나! 못해본 자취 나는 외국에서 한다! 나도 해외살이라는 걸 해본다!'라는 부푼 희망과 설렘만 가지고 떠나기로 다짐해 본다.
그래서 나는 2019년 4월 7일부터
8시간 느리게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