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두리 Sep 22. 2024

떠난 그날, 시작된 삶

어린 엄마의 독립 이야기

 열여섯 살에 나는 집을 나왔다.


 이것은 내게 큰 결단이었고,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강압적인 어머니에게서 벗어나 드디어 자유를 얻었으니, 이제부터는 내 힘으로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자유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었다. 세상은 고작 열여섯의 어린 내가 혼자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차갑고 막막했다. 당장 어디서 잠을 자야 할지부터, 지금 가진 돈으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다. 목적지 없이 길을 떠돌다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불안한 마음이 엄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곳으로 돌아간다면 또다시 부모님의 폭력과 방임 속에서 고통받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작정 길거리만 떠돌 수는 없었다. 당장 지낼 곳이 필요하니까, 우선 숙식을 제공해 주는 일자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에 돈부터 벌어서 작은 단칸방이라도 구하자, 그게 나의 첫 목표였다.


 그렇게 며칠을 무작정 길거리를 떠돈 끝에 운 좋게 작은 공장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하루종일 고된 일을 해야 했지만 그래도 숙식을 제공해 준다기에, 그것만으로도 큰 다행이었다. 집에서 살림을 도맡아 했던 경험 덕분인지 공장에서의 일도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가끔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면 '그래도 집보다는 낫지' 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몇 달간 공장에서 악착같이 번 덕분에 드디어 작은 단칸방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틈틈이 다른 일도 찾아 나섰다.

 공장을 그만둔 이후에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서툴렀지만, 손재주가 좋아 나중에는 음식도 나름 맛있게 할 수 있었다.


 작은 돈이었지만 꾸준히 모았다. 간혹 누군가는 가출한 나를 보고 '계집애는 집에나 들어가라'며 비아냥대기도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내 힘으로 살아가겠다는 마음은 나를 악바리처럼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어른이 되었다. 그동안 여러 직업에 도전하며 실패도 겪었지만, 그만큼 많이 배웠다. 어느덧 20살의 어른이 된 나는, 적지 않은 돈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동네 시장에 작은 가게를 차려 장사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장사만큼은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팔지 고민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도와 팔던 생선을 이번엔 내가, 나의 가게에서 직접 팔아보기로 했다.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 어시장에 가서 가장 신선한 생선을 고르고, 얼음으로 가득 채운 상자에 생선을 담아 가게로 가져왔다.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두렵고 막막했지만, 결국 나는 끝내 해냈다. 가게에 나란히 놓인 생선들이 나를 응원해 주는 듯했다.


 처음 가게 문을 열며 바라본 세상에 감회가 새로웠다.


 "좋아, 본격적으로 장사 시작이다!"


 떨리는 마음이었지만, 그 속에는 설렘도 함께했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길을 걸을 것이다.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이전 05화 집을 나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