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떠난 지 1년 남짓한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우리 가족의 삶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오빠의 죽음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까지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아물지 않았다. 가장 사랑하는 장남을 잃은 어머니는 아직도 오빠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참지 못하신다.
아버지는 오빠가 떠난 후 술에 더 의존하고 계시는 것 같다. 달라진 점은, 예전처럼 자주 화를 내진 않으신다는 것이다. 어린 두 동생은 다행히 '죽음'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는지, 오빠가 없다는 사실에도 여전히 잘 지내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날 오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날 오빠의 마지막 모습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오빠가 떠난 후 나에게 찾아왔던 감정은. 의지하던 오빠에게 정작 나는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날 집을 나서던 오빠를 붙잡지 않았던 것에 대한 후회. 오빠가 떠난 후 느껴진 공허함과 우울함. 그리고 ‘나도 떠나고 싶다’라는 자신감이었다.
나에게는 오빠처럼 죽을 용기는 없었다. 대신, 다른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꿈을 포기하고 살림만 하는 이런 인생이 아니라,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일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열여섯 살의 봄, 나는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오래된 가방에 옷 몇 벌과 모아두었던 돈을 구겨 넣고, 부모님께 남길 편지를 썼다. 굳은 결의가 무색하게, 불안함과 걱정에 손이 떨렸지만 멈추지 않고 편지를 써 내려갔다.
"안녕히 계세요 아버지, 어머니
저는 집을 떠나 혼자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간 너무 힘들었던 저를 이해하세요.
그리고 저는 제 삶을 살 테니, 찾아오지 마세요."
슬픔, 걱정, 그리고 해방감.
이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이 삶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새벽 공기가 차갑게 내리는 길가를 내딛는 나의 작은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자유로웠다. 세상은 무서웠지만 나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