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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두리 Sep 08. 2024

집을 나서다

열여섯 살의 가출

 오빠가 떠난 지 1년 남짓한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우리 가족의 삶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오빠의 죽음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까지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아물지 않았다. 가장 사랑하는 장남을 잃은 어머니는 아직도 오빠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참지 못하신다.

 아버지는 오빠가 떠난 후 술에 더 의존하고 계시는 것 같다. 달라진 점은, 예전처럼 자주 화를 내진 않으신다는 것이다. 어린 두 동생은 다행히 '죽음'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는지, 오빠가 없다는 사실에도 여전히 잘 지내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날 오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날 오빠의 마지막 모습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오빠가 떠난 후 나에게 찾아왔던 감정은. 의지하던 오빠에게 정작 나는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날 집을 나서던 오빠를 붙잡지 않았던 것에 대한 후회. 오빠가 떠난 느껴진 공허함과 우울함. 그리고  ‘나도 떠나고 싶다’라는 자신감이었다.

 나에게는 오빠처럼 죽을 용기는 없었다. 대신, 다른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꿈을 포기하고 살림만 하는 이런 인생이 아니라,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일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열여섯 살의 봄, 나는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오래된 가방에 옷 몇 벌과 모아두었던 돈을 구겨 넣고, 부모님께 남길 편지를 썼다. 굳은 결의가 무색하게, 불안함과 걱정에 손이 떨렸지만 멈추지 않고 편지를 써 내려갔다.



 "안녕히 계세요 아버지, 어머니

 저는 집을 떠나 혼자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간 너무 힘들었던 저를 이해하세요.

 그리고 저는 제 삶을 살 테니, 찾아오지 마세요."



 슬픔, 걱정, 그리고 해방감.

 이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이 삶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새벽 공기가 차갑게 내리는 길가를 내딛는 나의 작은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자유로웠다. 세상은 무서웠지만 나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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