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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울 May 14. 2024

마음의 찌꺼기를 덜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2번째 인생을 사는 것처럼


'죽고 싶다'는 생각이 확신처럼 들었던 밤, 한 익명의 댓글이 나를 위로해 주었고 덕분에 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 지워낼 수 있었다. 펑펑 울다가 잠이 들었고 새로운 아침을 맞았다. 잠에서 깨어 거실 창으로 맑은 하늘이 보였는데 신기하게도 '새로운 생을 얻은 기분'이 들었다. 새삼 내가 살아있다는 게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치 2번째 인생을 사는 것처럼 무엇이든 해볼 용기가 생겼다.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왜 늘 망설이고 살았을까? 극단적으로 생각해 보면 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어떤 사고로 죽을지도 모르는데, 왜 나의 행복을 먼 미래에 맡겨두고 나의 현재를 희생하며 살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에 내 진솔한 감정을 담기 시작했다


나는 제일 먼저 우울한 감정의 찌꺼기를 털어내고 싶었다. 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라고 고백할 용기가 없었다. 또 나의 이런 우울한 상태를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웃고 떠들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만 전했다. 그래서 더 절실했다.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공간이.


그래서 선택한 플랫폼이 브런치다.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라 여겼다. 내 이야기를  썼을 뿐인데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것도 기분이 참 좋았다. 그렇게 차분히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되짚어 보았다. 부모님에게 상처받았던 일, 힘들었던 직장생활, 그리고 나를 자책했던 시간들을 글로 남기면서 깨달았다. 내가 나를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해서 아팠다는 걸. 생채기가 난 마음을 치료하지 않았고, 끝내 곪은 염증들이 커지고 커져 지금에서야 터졌다는 걸.


나는 글을 쓰면서 상처받은 과거의 나를 만났고, 그 작은 아이를 위로해 줄 수 있었다. 너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바르게 사느라, 잘 살아가려고 애쓰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고 말해줄 수 있었다.



'언젠가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다


글로 나를 치유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키워왔던 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내 경험들을 엮어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꿈. 나처럼 영문 모르고 아파하는 누군가에게,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안심할 수 있을 테고 또 내가 극복한 방법들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는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학생 시절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다. 학생 시절 논술이나 시 등을 지어 다양한 상을 받았다. 그래서 어렴풋이 글쓰기가 나의 재능이라고 느꼈다. 언젠가는 나의 경험을 엮은 에세이도 써보고 싶었고 웹소설도 한번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작가라는 직업은 내가 느끼기에 허들이 굉장히 높았다. '이미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너무 많아'라는 생각이 내 마음속에 벽을 만들었고 '글 쓰는 일로 돈 버는 쉽지 않아'라는 편견 어린 생각으로 내가 평생 가질 수 없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일상에는 늘 글쓰기가 있었다. 지난 10여 년 간 블로그를 통해 나의 일상을 꾸준히 기록해 왔고, 마케팅팀에 재직할 당시에는 일부러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 관리를 자진해 담당했다.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퇴사를 한 이후에는 팀을 이뤄 뉴스레터 제작도 해보았고, 시민 참여자로서 TBS에서 진행하는 라디오에 직접 나의 사연을 대본으로 만들어 참여하기도 했다.


나는 결국 '언젠가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다. 브런치에 에세이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고, 웹소설을 남몰래 한 편씩 꾸준히 쓰고 있다. 아직 더디지만 내 속도에 맞게 천천히 꿈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 일로 정말 내가 돈을 벌 수 있을지. 그리고 불안하다. 회사를 다니지 않고 정말 내가 먹고살 수 있을지.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해보고 싶었던 일이니까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에게 주어진 2번째 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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