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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울 May 21. 2024

마음을 치유하는 열쇠를 찾다

내 마음을 치유하는 열쇠는 나에게 있었다


우울증이었음을 깨닫고 난 뒤, 내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처음에는 마음껏 사랑을 표현해주지 않았던 부모님의 탓을 했지만, 그들을 탓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내 마음을 치유하는 열쇠는 결국 나에게 달려있다는 걸. 내가 나를 사랑해 주는 마음을 차곡차곡 채워야만 이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방법을 알지 못했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찾기 위해 다양한 영상물과 책을 찾아보았다. 우울증과 관련된 에세이를 찾아보기도 하고, 유튜브에서 정신과 의사들이 추천하는 심리학 도서를 읽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를 알게 됐다.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그려내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여자주인공 정다은의 이야기를 관심 있게 보았다.


다은은 정신병동 간호사다. 환자들에게 늘 진심으로 대하는 따뜻한 사람이지만, 일터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 일을 빠릿빠릿하게 해내지 못해 상사 혹은 동료들에게 미움을 사기도 하는 캐릭터다. 환자를 대하는 그녀의 따스함이 마음의 병으로 자리 잡는 일련의 과정을 보며 마음이 저릿했다. 회사생활을 하던 나의 모습이 다은에게서 많이 보이는 것 같았다.



칭찬일기를 쓰며 나를 치유하기 시작하다


정신병동 간호사였던 그녀가 우울증 환자가 되어 정신과 의사를 대면하는 날,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칭찬일기를 써보면 어때요? 자기 자신을 칭찬하는 거예요.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아요.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는 거예요." 그리고 다은은 매일 아주 사소하고 자잘한 것들을 칭찬일기에 옮긴다. 이를테면 신발을 가지런히 놓았다든가, 남과 다른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든지. 그렇게 마음을 치유하는 다은의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다은을 보며 일평생 일기를 멀리해 왔던 내가 칭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려웠다. 무언가 성취했던 것 외에 나를 칭찬하는 일은 드물었고 그마저도 충분히 나를 칭찬해주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한번, 두 번 물꼬를 트기 시작하니 나를 칭찬하는 일이 제법 쉬워졌다. 나는 주로 이런 것들을 적었다. 귀찮았지만 나를 위해 산책을 나갔던 일. 충전을 위해 쉬었던 나를 자책하지 않았던 일. 버스를 탈 때 기사님께 인사를 했던 일 등등.


효과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신기하게도 이 별 것 아닌 칭찬들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나를 사랑하는 힘을 주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마음을 돌보는 일에 소홀해질 때면 우울감이 또 고개를 들겠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이제 다가올 그날이 그다지 두렵지 않다.



정신병에 대한 편견과 맞서야 하는 현실


우울증으로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다은이 간호사로 복직한 후, 자신의 가족을 우울증 환자에게 맡길 수 없다며 보호자들이 항의를 하며 상처를 준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다은의 상사 효신은 이렇게 답한다.


"아픈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욕심인 것 같다고요? 그럼 병희 님(환자 1)도 평생 집에서만 숨어 살아야겠네요. 성식님(환자 2)도 평생 회사생활은 못하실 거고요. 내 가족한테 이런 말 하니까 마음이 아프세요? 가슴이 찢어지세요? 근데 보호자님들이 방금 하신 말씀 모두 환자들이 사회에 나가면 듣게 될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우리끼리는 그런 말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신병이란 건 그런 겁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예상할 수 없는 병이요. 본인들만 안 아플 거라고 장담하지 마세요."


사람의 마음이란 참 얄팍하다. 내가 우울증이라는 걸 깨닫기 전까지, 나는 정신병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누군가 소개팅을 했는데 우울증에 공황장애가 있는 사람이어서 선뜻 만나기 꺼려졌다는 말을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었다. '만나기 어려웠겠네'라고 생각하며. 그런 나의 생각과 행동은 마음속에 작은 감옥을 만들었다. 생각의 감옥은 나를 이런 생각으로 이끌었다. '우울증이 생긴 나도 이제 누군가를 이성으로서 만나기 어렵겠네'라는.


그러나 이제는 안다. 정신병이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라는 걸. 어리석게도 직접 경험한 후에야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는 바란다. 부디 정신병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바뀌어, 곪은 마음을 마음껏 오픈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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