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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나 Aug 27. 2023

[소설] 탁계룡과 여은실의 백년해로

#3. 나 여은실



나는 탁계룡과는 다르게 ‘천재’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손이 빠르고 기억력과 성격이 좋다는 말 정도는 자주 들었지만. 내가 공부 ‘우량주’가 아니기도 했지만, 나의 부모님은 ‘공부할 놈은 어디서도 스스로 알아서 한다.’라는 주의다. 그 덕에 난 공부 스트레스는 없었다. 오히려 아버지는 내가 직장에 들어가자 이런저런 충고와 격려를 자주 해주셨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스스로 성공한 경우다. 특히 아버지는 배고프면 집 앞 파밭에서 생파를 뜯어다 씹어먹을 정도로 가난했으나 머리 좋고 성실한 태도로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들어가 회사원으로 갈 수 있는 끝까지 오른 후 퇴직하셨다. 그 덕에 여씨 집안의 일가친척, 사돈의 팔촌까지 종종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 



수도권 4년제 대학에 진학한 나는 아르바이트, 인턴, 휴학까지 골고루 경험했다. 졸업반이 되어 친구들이 하나둘 진로를 결정하자 나도 불안해졌다. 대학원에 가자니 좋아하지도 않는 공부를 더 할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해외유학을 하자니 공부도 공부지만 과년한 딸을 부모님이 순순히 보내줄 리 없었다. 그나마 좋아하던 게 여행이라 여행사에 취직하고자 노력했고 작은 여행사의 3차 면접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무산. 역시나 과년한 딸이 여행사를 다니게 되면 밖으로만 쏘다닐까 걱정한 엄마의 24/7 가스라이팅에 두 손 들고 포기해버렸다. 대신 아버지의 지인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입사. 그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몇 년의 시차가 존재했지만, 각각 회사원이 된 탁계룡과 나는 서서히 접점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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