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나나와 그녀의 딸, 지안

by 이유나






2034년, 대형 쇼핑몰




“세상에 이것 봐. 토끼 귀에 금이 갔잖아.

이런 걸 어떻게 팔지?"

"엄마가 떨어트렸어?"

"아니지. 가서 바꿔와야겠네. 지안아 같이 갈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이는 눈앞의 장난감에 푹 빠져 있었다.

아이를 바라보는 내 시야에

AR렌즈를 통해 선명한 녹색 점이 보인다.

“엄마 금방 다녀올게.

우리 딸, 여기 그대로 있을 수 있지?”

“그러엄!”

액세서리 매장은 한 층 아래였다.

내가 에스컬레이터로 향하기 위해 아이를 등지자

눈앞의 점이 붉게 변했다.

몇 걸음 떼지도 않았는데

점은 검붉다 싶을 정도로 진해졌다.



액세서리 매장에 사람이 없다.

같은 종류 토끼핀이 여럿 걸려 있다.

시간이 흐른다.

건너편 매장에서 누군가 나를 힐끗 쳐다봤다.

종종걸음으로 직원 한 명이 매장으로 들어섰다.

나는 깨진 귀가 달린 토끼핀을 내밀었다.

“교환될까요?”

직원은 깨진 부분을 확인한 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 고객님. 죄송하지만 이런 경우 구매 후에 교환은 어렵고, 새 제품 구매하시면 할인 도와드릴게요.”

“사서 바로 가방에 넣었다 좀 전에 발견했어요.”

직원은 재차 죄송하다고만 했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나는 토끼핀 진열대로 갔다.

같은 색을 찾았지만 한눈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결국 맨 앞에 걸린 것을 집었다.

“계산해 주세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으려나.

나는 계산과 동시에 핀을 받아 들고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내려올 때보다 사람이 많아졌다.

한 계단도 앞서 올라갈 수 없을 만큼.




다섯.

넷.

셋.

계단 수가 줄어드는데도

붉은색이 조금도 연해지질 않는다.

사람들 어깨너머로 조금씩 위층이 보였다.

내려서 코너만 돌면 바로다.

아직은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렸지만 나는 바로 뛰지 못했다.

내 앞에 타고 있던 두세 명의 무리가

갈 방향을 아직 정하지 못했는지 길을 막고 서있다.

내가 그들을 얼마나 세게 밀쳤는지는 모르겠다.

누군가의 짜증 섞인 소리가 내 등뒤로 들려왔다.

장난감 가게에 도착하기도 전에

딸이 쭈그리고 앉아 있던 자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눈앞의 점이 여전히 붉다.




아이가 없다.

아이가 있던 자리에 다른 아이들만 보인다.

가게 안을 한 바퀴 돌았다. 다시 한 바퀴.

귀가 먹먹하다. 원래 이렇게 조용한 곳이었던가.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몇 번이나.

없다. 대답이.




혹시 나를 찾으러 내려간 걸까 싶어

나는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손에 쥔 핀이 땀으로 미끌거렸다.

액세서리 매장으로 재차 들어서자 몇몇 사람이 나를 쳐다봤다.

둘러봤다. 여기도 없다.

한 남자가 걸어왔다.

그는 액세서리 매장 직원과 짧게 눈을 마주쳤다.

“고객님, 무슨 일이시죠?”

“아이가… 제 아이가 사라졌어요.”




“바로 위에 장난감 가게요. 조금 전까지 있었는데… 사라졌어요.”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휴대용 모니터를 빠르게 조작했다.

“장난감 가게라고 하셨죠.”

“네. 맞아요. 여자아이예요. 다섯 살. 보라색 원피스를 입었고…”

그의 입에서 떨어질 말을 기다렸다.

제발…

“따님이라고 하셨는데… 이거 보시겠어요?”

모니터 화면이 장난감 가게를 비추고 있다.




잠시 후 화면 속에 내가 나타났다.

진열대 앞에 서서 무언가를 집어 들고, 다시 내려놓고.

그뿐이었다.

내 옆에 있어야 할 아이가, 없다.

“그럴 리가… 깨진 핀 때문에 여기 왔다가…

아이한테 가는 길이었…”

조금 떨어져 있던 액세서리 매장 직원의 표정이

묘했다.

설마.

나는 꽉 쥐고 있는 주먹을 내려다봤다.

천천히 주먹을 벌렸다.

두 개의 핀.

하지만 깨진 귀는 없었다. 어느 것도.




“고객님.”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고객님께서 오늘 아이를 데리고 오셨다는 증거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나는 에스컬레이터 쪽을 바라봤다.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보라색 원피스.

작은 손.

“그러엄!” 하고 웃던 얼굴.

숨이 짧아졌다.

나는 다시 손에 든 핀을 내려다봤다.

갑자기 머리가 깨질 것만 같다.




혹시, 부작용인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는 했다.

지안이의 얼굴이 희미해졌다.

속이 메스꺼웠다.




비슷한 증상이 며칠 사이 두어 번 더 나타났다.

그 후로 나는 다시는 기억을 주입하지 않았다.

그나마 내가 가지고 있던 것까지

뒤죽박죽 될까 봐.

아니, 아예 사라질까 봐.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