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만남

by 이유나






“쾅, 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한차례 더 울렸고, 그 진동이 가게 안 공기를 미묘하게 흔들었다. 조금 전까지 쌕쌕 숨을 내쉬며 자고 있던 아이가 몸을 뒤척였다. 나나는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경찰이라니. 요즘 세상에 경찰이 직접 문을 두드릴 일이 얼마나 된다고. 범죄는 이미 예측되고, 위험은 수치로 환산된다. 도시 상공을 떠도는 드론과 수없이 박힌 렌즈들, 그리고 인간의 이동 경로와 소비 패턴, 온라인 대화와 감정 데이터까지 분석하는 인공지능이 ‘잠재적 충동 상승’을 계산해낸다. 위험 수치가 일정 기준을 넘는 순간 드론이 먼저 따라붙는다. 그런 시대에, 두 발로 걸어 출동하는 경찰이라니.




나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문으로 향했다. 손잡이를 잡기 전, 한 번 더 아이를 바라봤다. 아직 깊이 잠들어 있다. 별일 아니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문을 열었다. 문 앞에 남자가 서 있다. 정리되지 않은 갈색 머리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마음이 그를 보는 순간 조금 느슨해졌다.

“구나나 씨?”

“경찰이 무슨 일이시죠?”

“일단 좀 들어가도 될까요? 생각보다 밖이 많이 춥네요.”

남자는 시선을 곧장 마주치지 못한 채 말했다. 나나는 말없이 몸을 비켜 그를 안으로 들였다. 그가 외투에 묻은 눈을 털어내다 수첩 하나를 떨어뜨렸다. 툭, 하고 바닥에 닿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했다. 머쓱한 표정으로 수첩을 주워 코트 주머니에 밀어 넣었지만, 주머니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 금방이라도 다시 빠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그가 외투를 한 번 더 털어내다 무심히 시선을 옮긴 곳은, 잠든 아이 쪽이었다.




“여기서 기억을 사고판다고 들었습니다.”

의자를 끌어 앉으며 그가 말했다.

“빌려주기도 해요. 거래 때문이라면 예약제로만 운영하는데.”

나나의 말에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반달처럼 휘어진 그의 눈이 순간 부드럽게 풀렸다.

“특별한 기억이 하나 있긴 합니다. 거래하게 되면 예약하도록 하죠.”

“오늘은 왜…?”

남자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그는 아까 넣어두었던 수첩을 다시 꺼냈다. 그의 손놀림이 망설임 없이 빠르고 정확했다. 나나의 시선도 피하지 않았다.

“구나나씨에 대한 경고가 발동됐습니다. 과거 기록과 현재 상황이 겹쳤고, 자동 출동이 배정됐죠. 아무래도 아이들 관련 사안은 사람이 직접 확인하도록 되어 있어서요.”

“경고라면… 그때 백화점은 제가 잠깐 착각했을 뿐이라고, 이미 여러 번 설명했는데요. 아이는 없었던 게 맞아요."

“그런데 오늘은 있네요, 어떤 아이가.”

그는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나나를 지나 아이 쪽으로 걸어갔다. 아이는 이미 깨어 소파 앞에 서서 말없이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겁은 먹었지만 울고 있지는 않았다.




“놀라지 말고, 그대로 있어 줄래?”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남자는 수첩 뒤편에서 손바닥만 한 기기를 꺼냈다. 기기 옆면의 불빛이 켜지고, 아이의 목덜미 가까이에 가져가자 푸른 빛이 잠깐 스쳤다.



삑.



허공에 작은 정보 창이 떠올랐다. 아이의 이름과 생년월일, 보호자 정보, 최근 특이 사항이 정렬되어 나타났다. 그가 정보를 훑는 사이 아이는 나나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뒤로 숨었다.

“싫어요.” 작은 목소리였다.

나나는 아이를 감싸 안았다. 손끝이 조금 떨렸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건 아닙니다. 다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분리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 남자가 아이의 손을 잡았다. 억지로 끌지는 않았다. 아이의 시선이 다시 나나를 향했다. 나나는 아이의 볼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다시 만나면 돼. 우리 해야 할 일도 있잖아. 맞지?”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작은 눈동자, 그 속이 한없이 짙다.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먼저 발걸음을 옮겼고, 아이도 조용히 따라나섰다. 나나는 몇 걸음 뒤따르다 멈춰섰다. 문이 열리자 바깥의 눈발이 거세게 밀려들었다. 들어올 때보다 훨씬 굵고 사나웠다. 남자는 아이를 품에 안아 올렸다. 아이는 말없이 그의 코트 자락을 붙잡았다. 잠시 걸음을 멈춘 그는 나나를 바라보았다.




“곧 다시 뵐 것 같습니다.” 그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눈발 속으로 두 사람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졌다.

다시… 만나게 된다고?

언제

그리고

왜?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