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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ty May 26. 2022

밖으로

째깍째깍...

건물을 나서기 전 잠시 바깥세상을 바라봤다. 시린 냉기를 흘리는 대리석이 덕지덕지한 여기는 서늘한데, 저 밖은 딴 세상 같다. 카메라 필터 게이지를 최대치로 올린듯 바깥세상은 묵직한 폭포수가 되어 지상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주변 사물이 뭉개져 보인다. 내가 서있는 공간까지 거침없이 범하는 찬란한 햇볕에 눈이 시리다. 


자꾸 주저하게 된다. 커다란 공간을 울리는 웅성거림, 발자국 소리 그리고 메마르고 상냥한 기계음. 먹이를 찾는 개미가 되어 내 걸음을 쫓아 부지런히 걸어 다녔던 공간. 또각또각. 심장을 발작게하는 나를 쫓는 집요한 스토커.


괜히 구두 뒤축을 부딪치며 속으로 횟수를 세아렸다. 하나, 둘, 셋.... 다시 하나, 둘.... 채 열을 헤아리지 못하고 불쑥 끼어드는 상념에 셈을 빼앗겼다. 하지만 상념조차 길게 이어하지 못하고, 다시 구두를 탁탁 두드리며 도로시처럼 주문을 외웠다. 하나...


거침없던 걸음이 세상을 지워버리는 광폭한 햇볕에 겁을 먹는다. 모든 걸 불사지를듯 화르륵 타오르는 불꽃이 조악한 가슴에 용기를 꽃피우지만, 하지만 채 얼마 안 가 사그라드는 성냥 불꽃처럼 감히 맞설 수 없는 존재감에 초라한 민낯을 드러내며 다시 구부정해진다. 포식자의 살기처럼 나를 오그라들게 하는 빛무리에 괜히 서글퍼진다. 


어디로 가야 하나? 다시 그곳으로 갈까? 시간조차 질색하는 희멀건 형광빛만 나를 반기는 그곳으로? 삭막한 거죽을 뒤집어쓴 방관자 행세를 하지만, 치밀어 오는 칭얼거림은 무엇으로 달래지? 어쩔 수 없지. 가야지. 지금도 저기서 새하얀 눈동자가 희번덕거리며 나를 재촉하고 있지 않은가.


째깍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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