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비빅...순간 전등이 켜지듯 침대 아래로 무겁게 가라앉아있던 의식에 불현듯 스위치가 올라갔다. 막무가래로 당겨진 의식은 짜증을 유발하는 선정적인 잡음을 내는 스마트폰을 향해 몸을 뒤척이게 했다. 부들대며 앵앵거리던 녀석을 다독여 조용히 시키고 다시 내 온기가 남아있던 자국에 몸을 뉘었다. 강제로 올라온 의식을 미쳐 따라오지 못한 그림자가 거부할 수 없는 중력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코를 마비시키는 시린 아득함. 시린 새벽 냉기같은 아득함에 헝클어진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어쩔수 없이 새어나오는 한숨.
바닷물이 들이치는 위태로운 조각배처럼 깊은 심연 속에서 닻처럼 나를 끌어당기는 그림자에 이끌려 잠수하려는 아슬한 의식을 겨우 붙잡아 올렸다. 뻑뻑한 두 눈을 힘들게 떴지만, 찌릿한 두통에 이내 질끈 감기는 눈. 다시 내려가려는 스위치를 겨우 붙잡아, 고개를 신경질적으로 흔들며 다시 눈을 뜨고 한숨으로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 걸터앉아 딱딱하고 서늘한 바닥으로 몽롱하고 치명적인 침대의 도발을 한쪽으로 밀어내며, 여전히 남아있던 잠의 잔재를 약간이나마 털어낸다.
커다란 창에 두꺼운 커튼을 두 겹이나 둘렀어도 기어코 내방 어둠을 묽게 하던 햇빛이 보이지 않는다. 날이 흐린가? 하지만 날이 밝긴 했는지, 끈질긴 햇빛이 숨어들어오던 미세한 틈새로 흐리고 탁하게 번진 빛만 어지럽게 어둠속에서 하늘거리고 있다. 내가 바란 어둠은 저게 아니었는데... 고개를 들어 건전지가 다 닳은 손전등에서 흘러나오는 바들거리는 빛을 닮은 흐릿한 막대기를 멍하니 쳐다봤다. 우웅... 어디선가 귀먹은 드라이소리가 아련히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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