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지워진

제2화

by 백상민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지도 않고 곧바로 내 방 침대에 누워버렸다. 하루 종일 긴장을 하고 있던 탓인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누워서 손을 더듬거리며 TV 리모컨을 쥐었다. TV를 켜자, 내가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이 한창 방송 중이었다. 30분정도 깔깔대며 웃고 있었는데, 광고 시간이 되었다. 하나가 촬영했던 스포츠 의류 광고가 나왔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고 모델이 하나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는데, 이번에 하나가 새롭게 계약을 한 모양이었다. 사람들은 하나를 좋아했다. 하나는 연예인에 밀리지 않는 수려한 외모를 갖고 있었고, 항상 웃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었다. 나도 그런 하나가 싫진 않았다. 하나와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 같은 고등학교에서 양궁부 활동을 하면서 동고동락한 사이기 때문에 나름 친하게 지냈다. 하나와 나는 서로 좋은 자극을 주고받으며 성장했다. 그렇게 우리는 프로에 지명 받았고, 프로선수가 된 후에는 자주 만나지 못했다. 가끔 큰 대회 때 잠깐 몇 마디 나누는 게 다였다. 나는 하나를 닮고 싶었다. 하나의 외모도 부러웠지만, 하나의 천재성과 노력하는 자세가 매우 부러웠다. 마침 그때 전화가 울렸다. 하은이었다.


“어, 하은아”

“언니, 오늘 집에 안와?”

“왜? 무슨 일 있어?”

“그냥, 보고 싶어서.”

“놀러와. 저녁먹자.”


하은이는 내 친동생이다. 하은이와 나는 어릴 때부터 친구처럼 가까이 지냈다. 나이차이가 꽤 나기 때문인지 좀처럼 싸우지 않았고, 술만 마시면 다른 사람이 되는 아버지를 피해 같이 숨어 다니다보니 부모님보다 나를 더 잘 따랐다. 지금은 내가 독립을 해서 따로 지내게 되었지만, 여전히 자주만나고 연락하고 있다. 하은이의 목소리를 듣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한 달 후엔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이 예정되어있었다. 하나는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첫 태극마크를 달았는데, 나는 아직 올림픽에 가 본적이 없었다. 4년 뒤에는 내 기량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 같아서, 이번이 마지막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꼭 올림픽에 가고 싶었다. 나는 평소보다 연습에 매진했다. 올림픽 국가대표에 선발되면, 하나에게 쏠린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 나에게 올 것 같았다. 그래서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연습장에 하루 종일 상주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고,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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