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내시경을 해보니 특별한 염증은 보이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됩니다. 기름진 음식이나 취침 전 음식 섭취를 조심하시고, 특히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스트레스... 늘 있는 일인데..'
"네, 알겠습니다. 원장님.."
그렇게 내과 진료 후 약 처방을 받은 후 내 상태는 좋아질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그 당시 나는 교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 프로그램 수료 때까지 새벽 예배를 드려야 했다.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고서 며칠이 지났을까... 그날도 새벽에 일어나 교회로 향하는데,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 내가 요즘 제대로 밥을 안 챙겨 먹어서 기력이 없는 건가? 오늘따라 몸이 많이 힘드네..'
제법 무거운 발걸음으로 겨우 교회에 도착해서 새벽 예배를 드리고, 기도 시간이 되어 나의 일상에 대한 기도를 드렸다. 한 10분이 지났을까..
좀 전까지 들리던 내 목소리가 들리지가 않았다. 나는 처음엔 다른 사람들의 기도 소리에 중저음인 내 목소리가 섞여 들리지 않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계속 소리를 내려고 애써도 목소리가 안 나왔다.
" 아... 아... 아.." 아주 낮은 소리의 쇳소리만 들려왔다. 그리고 말을 이어가려면, 더 이상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내 병의 전조 증상이 이때부터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당시에는 무리하게 업무와 교회 프로그램 활동, 연이은 새벽 예배로 내 몸이 많이 피곤하여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줄 알았다.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회사에는 당분간 의사소통은 메신저를 통해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최대한 목을 쓰지 않고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목에 억지로 힘을 주어 소리를 낸들 상대가 들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 요즘 좀 많이 몸에 무리가 갔나 보네. 건강을 좀 챙겨야겠어..'
그렇게 결심을 하고선 틈나는 대로 건강식을 챙겨 먹었다. 그리고 가끔은 산책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회사에선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 수료를 위해 시간을 쪼개며 몸에무리가 가는 생활을 이어갔다.
회사에 출근하는 길이었다. 그날따라 갑작스럽게 식은땀이 나고 온몸과 다리에 힘이 쭉 빠져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마치 내 다리가 없는 느낌이었다.
다리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한 발을 내딛고 또 한 발을 내딛는 게 너무 힘들었다. 두 다리가 강물의 물살을 버티며 한 걸음 한걸음 힘들게 전진하는 기분이었다.
출근길에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요즘 가장 저렴한 자동차 시세가 얼마 정도 돼?'
'왜, 누나? 차 사게?'
'응, 아침에 출근하는 게 너무 힘드네'
이렇게 문자를 주고받고, 겨우 회사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온몸에 몸살과 비슷한 통증이 찾아왔다.
가뜩이나 온몸에 기운도 없는데, 몸살 기운이 느껴지니 도저히 업무를 진행할 수 없었다.
오전 업무를 가까스로 하고 나선 하는 수 없이 반차를 신청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반나절 쉬고서 다음날 출근하면 며칠간 괜찮다가 다시 통증이 찾아왔다. 업무 미팅이 있는 날이면 등에서부터 식은땀이 미친 듯이 흐르며, 몸에 기운은 없어서 정신력으로 버티며 일을 해왔다. 그러는 사이 통증이 찾아오는 주기는 점점 짧아졌고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내는 날이 잦아졌다.
내 몸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심하게 있는 데다가,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으며, 며칠이 멀다 하고 나에겐 반갑지 않은 통증이 찾아왔다.
때마침 회사는 경영상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며, 신청자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난 도저히 현재 상태로는 업무를 할 수 있는 자신이 없었다. 이미 몸이 좋지 않아 반차와 휴가를 꽤 많이 낸 상태였고, 지금 당장 몸 상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끝까지 버텨 보는 게 나을까?, 아니면 몸 상태가 심상치 않은데, 몸을 생각해서 쉬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