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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ine Sep 27. 2024

어느 날 내 삶이 사라졌다(2)

- 7년간 자율신경실조증 투병기 -

1장. 어느 날 내 삶이 사라졌다.


2)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왜 갑자기 이렇게 일어나지도 못하고, 여러 통증에 시달리는지 모르겠지만, 제발 제 생명만큼은 지켜 주세요..!'




이 기괴하고 알 수 없는 통증을 침대에서 꼼작도 못한 채, 몇 개월 앓고 나서야 나는 기적처럼 집안에서 걸을 수 있는 기력이 조금 생겼다.


아마 정신이 돌아오는 중간중간 본능적으로 물을 마셨을 것 같긴 하지만, 음식을 먹은 기억조차도, 혼자 어떻게 그 시간들을 버텼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나 홀로 어둠 속에서 지독히 버틴 후, 기력이 조금 생기자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거울이었다.


그동안 거의 먹지를 못했으니 아무래도 모습에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거울을 본 순간 생각한 것보다 내 모습은 더 끔찍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몸무게는 30kg대로 빠져 있었고, 얼굴과 몸은 뼈마디가 그대로 다 드러났다.

그냥 산송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순간 절망스러운 기분이 얼마간 감돌았다. 내 주변의 공기마저도 차갑게 느껴졌다.

점점 막막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다시금 생각했다.


‘그래, 이렇게라도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 감사하자.' 이렇게 계속 속으로 되뇌고 또 되뇌었다.


물론 여전히 통증은 계속되었지만, 원인을 찾으면 회복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증상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랜 기간 지속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내 몸을 찬찬히 살펴보던 중, 그동안 연락드리지 못한 부모님이 생각났다.

당장 부모님께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호가 울렸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며 긴장되었고, 과연 부모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내 말을 믿으실지 걱정되었다.

“여보세요?”

“응, 엄마... 있지.. 나 아파.. 그것도 많이…”


갑자기 서러움이 폭발했다. 간신히 마음을 부여잡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간 몇 개월간의 일을 말씀드리고 이 증상이 사라질 수 있게 기도 부탁을 드렸다.


그러고 보니 사실 그전부터 전조 증상이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몸이 조금씩 기운이 없어지고, 조금씩 몸살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도저히 일을 할 수 는 상황이면 반차, 그다음엔 휴가를 썼다.

점점 이러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리고 갑자기 내게 이러한 일이 도둑같이 온 거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하는 일은 통증의 원인을 찾는 것이었다.
원인을 알아야 이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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