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 따라 걷다 — 글로독 졸졸 이야기

“거기, 그 동네 물소리 글로독 글로독 나는 곳 있잖아.”

글로독 글로독(glodok-glodok) 인도네시아어로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흉내 낸 말이다. 지금은 자카르타 차이나타운의 지명, 글로독(Glodok) 으로 남아 있다.


1688년, 자바섬의 구눙 살락(Gunung Salak) 화산이 폭발하면서 찔리웅 강(Ciliwung) 이 화산재로 오염되었다.


당시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바타비아(Batavia), 지금의 자카르타 구시가지 일대에선 콜레라와 이질이 퍼지며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유독, 글로독 지역에 살던 중국계 화교 공동체는 이 전염병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바타비아 지역 주민들은 글로독의 수질이 좋아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었고, 결국 약 2km 떨어진 바타비아 중심지까지 붉은 파이프를 설치해 글로독의 물을 끌어다 썼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당시 화교들은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여 마시는 습관을 갖고 있었고, 그 덕분에 콜레라 감염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글로독’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1743년경 자카르타 역사박물관 광장에 설치된 팔각형 분수대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다른 하나는, 글로독에서 바타비아로 이어지던 수로를 따라 흐르던 졸졸 흐르는 소리 “글로독 글로독” 을 흉내 낸 것이라는 설이다.


오늘날 글로독은 여전히 화교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며, 전통시장과 약방, 사원, 찻집이 밀집한 자카르타의 대표적인 차이나타운으로 알려져 있다. 관광지로 소개되는 곳이지만, 혼자 방문하기엔 아직 조심히 필요한 동네다. 현지 사정에 익숙한 사람과 함께 가는 편이 안전하다.


흐르는 물소리에서 비롯된 이름, 글로독.
그 이름 안에는 삶의 방식, 기억,
그리고 한 도시의 시간들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by 23년 차, 자카르타 언니




사진 출처 및 참고
인도네시아 최대 차이나타운, 자카르타 글로독 차이나타운의 역사와 독특함 https://share.google/7KJQx7IGSHxpp2uv0


글로독의 역사 살펴보기 https://share.google/LS0hM2rIofweMnSX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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