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죽느냐의 문제

게으른 뇌 사용법 1

by forever young

과거의 내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지만 수없이 많은 그 선택 중에 나를 크게 바꿀 정도의 선택은 드물다. 또 나 자신이 보는 나의 선택이 끼친 영향의 크기와 남이 보는 크기의 차이도 크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는 지금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라고 한다면 동의하기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약간 다를 뿐 지금의 삶과 비슷하게 살고 있을 것 같은데.'라고 대답해 주고 싶을 때가 더 많을 것이다. 이것은 '평균으로의 회기'라고 할 수도 있고, 좋은 선택을 위해 투자한 시간과 에너지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전쟁같이 삶의 환경을 뒤바꿔 놓아 절박함을 느끼기 어려울 때는 좋은 선택을 위한 노력을 적게 한다. 금수저로 태어난 사람은 잘못된 선택을 여러 번 되풀이해도 삶이 그다지 불행해지지 않는다. 중간의 위치에 있는 사람도 큰 모험을 건 선택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흙수저로 어렵게 사는 사람은 나쁜 선택을 피하는 것만으로 버겁다. 선택지가 얼마 없을뿐더러 좋은 선택이라야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좋은 선택을 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큰 이익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이동 가능한 동물이 '사느냐 죽느냐를 걸고 하는 선택'의 시작점은 '낯선 대상'을 봤을 때다. 이 낯선 대상은 나의 먹이일 수도 나를 죽이거나 잡아먹을 수도 있으므로 뇌의 능력을 최대한 사용해 위기인지 기회인지 판단하고 대처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은 '낯선 대상'이 넘쳐나는 때이다. 예를 들어 새로 살 자동차를 선택해야 한다고 하자. 불과 10년 전만 해도 판단에 도움을 줄 사람도 자료도 충분했다. 지불 가능한 비용과 용도에 맞는 기능, 덧붙여 취향을 더하면 무엇을 선택해도 될 만큼의 선택지가 추려진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존의 차는 수명이 다하기 전에 생산 중단될 것이고 국가 정책은 물론 영향력이 큰 다른 나라의 정책까지 살펴야 한다. 친환경 차로 바뀐다고 하지만 어떻게 바뀔지 뚜렷하게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국제 정치 및 에너지 환경, 관련 기술의 발전 정도와 사용자의 인식 등 중요하지만 불확실한 것들이 많다. 자동차 자체뿐만 아니라 통신 및 AI 기술과 관련 인프라까지 생각하면 결정을 하기 어렵다. 참고할 사례도 매우 적고 상수로 생각한 것이 변수가 되기도 한다. 직업을 택하는 것은 훨씬 복잡하고 말 그대로 '낯선 일'이다. 과거에 보았던 사라지거나 생겨난 직업들을 참고로 하기에도 막막하다. 그 속도가 너무 빠르고 다르기 때문이다. 기술의 변화와 인구 구조의 변화는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면서도 빠르다. 먼저 경험해본 사람이라고 딱히 더 알거나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그들도 적응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그들이 보기에는 경험 없는 사람이 편견이 없어 더 잘 적응할 것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keyword
이전 04화게으른 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