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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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헌수



신천지를 찾아 떠나야 하는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현실로 다가오는 환웅님의 걱정거리가 있었는데 그것은 이주행렬을 따라나서는 사람들의 건강문제였다. 환웅님은 험한 이주 과정에서 지쳐 쓰러지는 경우 적절한 대처법과 물선 낯선 땅에 적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풍토병 같은 질병에 대한 예방과 치료를 위한 보건체제를 하루 바삐 마련하여야 했다.

평소에도 아픈 사람들에게 처방을 내려 치료해 주고 있는 저가는 오랫동안 깊은 산속에서 약초를 캐며 저마다의 효능과 사용법을 터득하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고 그들이 사는 마을에 가면 좋은 약재를 구할 수 있을뿐더러 훌륭한 의원과 치료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웅님께 말씀드리고 길을 나섰다.

약초마을은 크고 깊은 산 어귀에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 잡고 있는데 비교적 넓은 들판과 맑고 깨끗한 연못을 끼고 있었다. 사람들은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 너와집을 짓고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박달나무가 서 있고 돌무덤에는 금줄이 이리저리 걸려 있었다.

약초마을은 외딴곳에 있어도 약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수시로 다녀가고 있었고 아예 이곳에 머물면서 병을 치료하려는 아픈 이들도 많이 보였다. 저가는 약초일로 여러 번 만난 적이 있고 마을에서 이름 높은 의원님이자 제일 큰 어른이신 촌장님이 사시는 집을 향해 곧바로 나아갔다. 집 앞마당에서는 새벽에 캐논 약초들을 부드러운 햇살에 말리고 있었고 주방에서는 약을 다리는 냄새가 은은히 풍겨 나왔다.

의원 어른은 저가를 아들처럼 반갑게 맞이해 주면서 안으로 들게 하였는데 약재들이 주렁주렁 천장에 매달려 있었고 벽면에도 여러 가지 약초 주머니들이 걸려 있었다. 의원님의 머리는 백발이었으나 얼굴은 여전히 동안으로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저가에게 구수한 차를 내어주시면서 삼신산과 반고에 얽힌 옛날이야기와 약초마을의 유래를 알려주시고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환인천제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존경하는 마음을 전해주었다.

저가도 신천지로 떠나는 이주계획이 머지않아 실행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백성들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환웅님의 걱정과 염려를 전달하였다.

의원님은 모든 약재와 대대로 내려오면서 터득한 지식을 모두 꺼내서 돕겠다고 약속하였고 이제야 비로소 선대조상이신 동남동녀들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게 되었다며 매우 기뻐하였다.

의원님은 큰 아들을 불러 저가를 따라가서 환웅님의 말씀을 잘 받들어 백성들을 돌봐주라고 이르고 나이 많은 자신보다 약초지식이 부족하지 않고 나이도 젊으니 쓸모가 더 많을 것이라고 천거하였다.

다음날 아침 큰 아들은 동반자 몇 명과 함께 필요한 약재들을 짊어지고 저가를 따라나섰고 나머지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따로 모여 출발 날짜에 맞춰 합류하기로 하였다.

환웅님은 의원아들 일행을 만나보고 그들이 가져온 약재에 대하여 설명을 들으신 후 매우 흡족해하셨고 큰 아들에게 기성이라는 직책을 내려 의술을 베풀고 약재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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