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우가는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서려있는 직녀촌을 찾아가고 있었다. 먼 곳까지 까치가 날아와서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까마귀는 산과 들과 계곡을 높이 날아다니며 손님을 반겨 주었다. 하천을 따라 길게 자리 잡은 마을은 비교적 크고 넓었는데 뒷산에는 참나무 숲이 울창했고 그 앞으로 삼밭이 길게 줄지어 있는데 삼나무가 무성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침 오늘이 삼베굿하는 날이라 냇가에는 희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알싸한 삼 삶는 냄새가 바람에 실려왔다.
삼베나무는 대마초라고도 불리며, 3월 초에 파종해서 7월 초순에 수확하는데 크기가 10자 정도까지 자란다. 어린나무에서 다 자랄 때까지 3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백일초라 불리기도 한다.
다 자란 삼베나무는 한꺼번에 수확해서 뜨거운 물에 찌고 불려서 껍질과 속대를 분리하는데 이 과정을 삼베굿이라 한다. 무더위 속에서 하는 작업이라 일이 힘들고 고되서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새참을 먹어가며 마을 축제처럼 진행한다. 벗겨진 껍질을 햇볕에 널어 말리는 작업으로 삼베굿은 끝나는데 이때부터 아낙네들의 고되고 지루한 삼실 만드는 작업이 시작된다.
잘 마른 껍질을 다시 물에 불려 속껍질만 남기고 훑어내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대초리를 이빨과 손톱으로 잘게 짼다. 가늘게 찢어져 실처럼 생긴 삼은 한 올 한 올 빼내 입에 물고 끝을 훑어서 가르고 무릎에 놓고 손으로 비벼서 길게 한가닥이 되도록 한다. 좋은 삼실을 얻기 위해서 모든 작업은 손으로 해야 하는데 손톱이 갈라지고 입술이 터지고 이빨이 흔들리고 무릎에 피가 나는 험한 작업이다. 이렇게 백여 번의 손길을 거쳐야 베를 짤 수 있는 질기고 튼튼한 삼실이 완성된다.
초기에 삼베옷은 동물의 뼈로 만든 바늘이나 사람의 손으로 풀잎을 엮거나 그물을 짜는 방법과 새끼를 꼬거나 가마니를 짜는 손기술로 만들기도 했는데, 지금은 가락고리와 삼둑가지를 이용해서 곱고 질긴 삼실을 만들 뿐만 아니라 선다리와 잉여대 등 능률적이고 편리한 여러 도구들을 개발하여 높은 품질의 삼베옷을 생산하고 있다.
우가는 촌장님의 안내로 삼베굿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고 새참도 마을 사람들과 둘러앉아 맛있게 먹었다. 신천지 이주계획을 설명들은 직녀들은 새로운 땅에도 삼베농사에 적합한 물이 잘 빠지는 토양과 물이 풍부한 하천을 끼고 있는 마을을 찾을 수 있는지 궁금해하였고 주변에 사람들은 얼마나 살고 있고 어떤 옷을 입고 생활하는지 관심이 지대하였다.
촌장님의 부인은 환웅님께 선물할 잘 지어진 삼베옷 한 벌을 우가에게 전달하였고 우가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마을을 떠났다. 멀리까지 까마귀가 따라오며 배웅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