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산과 동남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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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헌수



먼 옛날 환인천제께서 다스리던 환국땅에 삼신산이 있었다. 삼신산은 불로장생하는 신선들이 살고 있는 신비스러운 곳인데 봉래, 방장, 영주, 세 명의 천신들이 머물고 있었다. 그들이 거처하는 산을 각각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이라 불렀다. 이 산들은 신선들이 보기에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사람들에게는 그 거리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산과 산 사이에는 천 개의 봉우리가 있고 만 개의 골짜기가 있었다. 수백 개의 폭포들은 은하수 물을 기울인 듯 은빛으로 흘러내렸다. 산봉우리들은 짙은 구름에 가려져 있고 연못들은 맑은 안개에 잠겨있었다. 연못가에 부용들은 하늘 같이 솟아있고 온 산은 붉은 꽃, 푸른 잎으로 덮여 있으며 그 사이사이를 나비가 흩어져 날고 새들이 지저귀며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

나무 위에는 맛있는 과일과 열매들이 풍성했고 땅에는 먹으면 늙지 않는다는 불로초들이 그득했다. 하얀색의 사슴들과 흰색의 두루미들이 한가로이 놀고 있었고 신선들은 모두 흰 옷을 입고 구름 위에서 노닐었다.


어느 날 갑자기 반고라는 자가 어린 남녀 수십 명을 데리고 신선이 되겠다는 헛된 꿈을 품고 삼신산에 찾아 들어왔다. 어디에서 왔는지 귀허라는 바다보다 깊고 크다는 연못을 건너왔는데 용백이라는 물속 괴물을 만나 절반 이상의 일행들이 목숨을 잃고 구사일생으로 나머지만 겨우 살아남아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몇 날 며칠을 굶고 헤매었는지 사람들의 얼굴은 퉁퉁 붓고 노랗게 변해 있었다. 삼신들은 이들에게 쑥을 달여 먹여 병을 치료해 주고 콩과 달래로 죽을 쑤어 먹게 해 기운을 차리게 해 주었다.

쑥은 우리 땅과 산과 들에 자생하는 다년생풀인데 병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어 의초 또는 애엽이라고 불린다. 특히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쑥이 약효가 많은데 종류로는 참쑥, 산쑥, 사자쑥 등이 약용으로 사용된다.

쑥은 성질이 따뜻하여 속을 덥혀주고 냉증을 치료해 준다. 여성들의 자궁 건강에 효능이 있어 자궁출혈, 생리통 등 여성병을 다스려 준다. 지혈작용이 있어 상처에 바르면 출혈을 멈추게 한다. 위장과 대장을 건강하게 하고 설사나 구토를 멎게 한다. 담즙 분비를 촉진하여 소화를 돕고 황달을 치료해 준다.

이 외에도 정화작용이 있어 벌레나 해충을 퇴치시켜준다. 이렇게 다양한 약효에 비해 채집하기가 쉽고 관리 보관하기가 어렵지 않아 집집마다 준비해 두고 비상시에 요긴하게 이용하였다. 쑥은 온 백성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하늘이 내린 의초임이 분명했다.


달래 또한 우리 들녘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는 여러해살이 풀뿌리인데 그 맛이 알싸하고 쌉싸름한 향기가 있어 다른 음식과 같이 섭취하면 합이 잘 맞아서 우리 백성들이 예로부터 즐겨 애용해 왔던 봄나물이다.

달래에는 원기를 회복하는 효능이 있어서 추운 겨울을 견디느라 허약해진 몸의 기력을 보충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거친 곡물이나 딱딱한 열매를 섭취해서 생겨나는 소화불량을 해소시켜 주고 질긴 고기를 먹을 때 같이 곁들여 먹으면 체하지 않게 되고, 오랫동안 얹혀서 내려가지 않는 가슴 답답한 증상을 없애준다.

쑥과 달래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 땅에 우리 백성들과 함께 살아오면서 약이 되고 때론 음식이 되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긴요한 식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다.

삼신들의 돌봄에 힘입어 일행들의 건강은 점차 회복되었으나 반고는 불로장생하고자 하는 헛된 야심을 버리지 못했다. 아직도 온전치 않은 동남동녀들을 산으로 몰아붙여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내몰았고 어설프게 배운 도술로 신선들의 거처에 불쑥불쑥 나타나 생활하는 모습을 몰래 엿보기도 했다

흰 사슴에 무슨 대단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오해한 반고는 사슴들을 따라다녔으나 잡힐 듯 잡히지 않고 흰 사슴들은 안갯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흰 두루미를 잡아보려고 살금살금 다가가 보았으나 깜짝할 사이에 엷은 구름 속으로 유유히 날아가 버렸다.

동남동녀들은 반고와 마주치기 두려워서 모두 산속으로 흩어져 숨어 버렸고 신선들은 반고의 어설픈 도술을 무력화해서 신선들이 사는 세계로 통하는 모든 길을 막아버렸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반고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마는데 산에 사는 왕거미들에게 잘 끊어지지 않는 올가미와 그물을 만들게 해서 흰 사슴을 잡으려 시도했다.

흰 사슴은 거미줄에 걸려 잡힐 듯했지만 신성한 동물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거미줄은 튼튼하지 못했고 흰 사슴은 빠져나오다가 다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이 사실이 하늘에 계신 천제님께 알려지게 되었고 그렇지 않아도 반고의 돌출적인 행동에 심기가 불편하셨던 천제님은 신성한 동물을 다치게 한 불손한 행동에 몹시 화가 나서 엄중한 조치를 내려야 되겠다고 결심하셨다.

반고는 두려운 마음에 깊은 굴 속으로 숨어들어 꼼짝 못 하고 있다가 어느 비 오는 날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 북쪽 메마른 땅으로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불로초를 구해 보겠다는 헛된 망상은 버리지 못한 것 같았다.

남겨진 동남동녀들은 삼신님들의 배려로 맑은 연못을 끼고 있는 산속 분지마을에 터를 잡고 살게 되었다. 서로서로 짝을 맺어서 아들 딸 낳고 그곳에 뿌리를 내렸고 산속에서 약초를 캐고 산나물을 채취하면서 대대손손 약초마을을 지키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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