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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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헌수



수십만 년 전 인간들이 짐승들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가엽게 여긴 환인께서 인간들에게 불을 내려주셨다. 그러나 미개한 사람들은 불의 위력에 대해서는 실감하였으나 효율적으로 불을 보관 관리 사용하지 못하고 불을 쉽게 꺼뜨리고 새로운 불씨를 얻으러 수 만리 산과 들을 헤매고 돌아다니는 고생을 하였다. 이를 불쌍히 내려다본 수인천녀께서 자신이 아래로 내려가 붙을 관리하는 방법을 인간들에게 알려주겠다고 환인천제님께 청하였다.

수인천녀님은 환인천제의 방계자손으로 한 손에 불꽃을 다른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천의를 입고 옷자락을 나부끼며 하늘을 날아다녔다. 환인님의 허락을 얻은 수인님은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불을 일으키고 관리 보관하는 법을 알려주었는데 그중에서도 고시족 사람들이 수인님의 가르침을 제일 잘 이해하고 따랐다.

수인님은 고시족 여인들에게 불씨를 보관하고 음식물을 익혀먹는 모든 방법들을 가르쳐주었으며 남자들에게는 나무에 구멍을 뚫어 불을 피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고시족들은 수인님의 말씀을 하나도 빠짐없이 승계하였고 발전시켰다.

석회로 불씨를 덮어 열이 식지 않게 보관하는 초기단계에서 진흙으로 화덕을 만들어 용기를 올려 사용하는 단계로 발전시켰고, 아궁이를 개발하는 수준까지 진화하였다. 딱딱한 곡식들을 끓여 먹게 되었고 비리거나 질긴 고기들을 익히거나 구워 먹게 되었다. 식생활이 향상되어 건강이 증진되었으며 주거생활이 점점 개선되어 안락하고 행복한 상태로 발전되었다. 이때부터 고시족 사람들은 수인님을 최고의 수호신으로 모시고 대대손손 숭배를 이어왔다.


구가는 환웅천왕님의 하명을 받고 고시마을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마을사람들의 생활상을 알아보고 신세계 개척단에 함께할 지원자들을 선발해 보기 위함이었다. 마을 어귀에 다다르자 촌장이 나와서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초로의 건강한 여인이었고 함께 마중 나온 젊은 일행들도 모두 건강하고 온화한 모습이었다. 마침 저녁때가 되어서인지 이 집 저 집에서 하얀 연기가 조용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촌장은 구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였다. 촌장의 집은 흙과 돌, 나무와 잎으로 지어져 있는데 작고 아담하였다. 마당에는 모닥불과 돌화로가 있었는데 그 위에는 들짐승 고기를 굽고 있었고 집안에 있는 진흙화로에는 여러 곡식들을 섞어 죽을 끓이고 있었다.

죽과 고기가 준비되었고 이미 익혀져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뿌리채소가 같이 차려졌다. 촌장님의 식구들은 대가족인데 모두 둥글게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하였다. 이들은 모두 나무로 다듬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었고 손은 뿌리채소를 까먹을 때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위생적으로 다른 부족과는 차이나는 청결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식사가 끝난 후 구가는 환웅님의 신세계 이주 계획을 설명하였는데 촌장님을 비롯해서 마을에서 중요한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 마을은 살기가 좋아서 거주민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같이 살게 해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하고 곤란한 상황에 이르게 되어 여러 가지 마을 분리 계획을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주 계획을 들은 촌장은 바다를 건너는 일 빼고는 자신들이 생각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고개를 끄떡 였고 마을사람들도 꿈꾸던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다며 부풀어 오른 기대감으로 웅성거렸다.

다음날 아침, 촌장은 마을의 대표를 뽑아서 구가와 동행하게 하였다. 환웅님을 뵙고 마을 사람들의 확고한 뜻을 전달하고 또한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와서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는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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