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척의 이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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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헌수



얼어붙었던 강물이 풀리고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들에는 새싹들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종달새가 높이 날아오른다. 산에는 진달래가 붉게 피고 두견새 우는 소리가 이산 저산에서 울려 나온다

물가에는 물안개가 자주 피어나고 두루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들은 연초록 어린잎들을 하루가 다르게 틔워내고 양지바른 곳에는 할미꽃이 고개 숙여 피어있다. 제비꽃들 사이로 노랑나비가 날아다니고 민들레꽃 위에는 흰나비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신천지로 떠날 사람들이 모이는 갑구지에도 봄이 찾아왔다. 응달에 쌓여있던 잔설은 녹아 사라졌고 따사로운 언덕에는 해당화가 곱게 피었다. 가끔씩 강물에 떠내려오던 유빙들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바닷물은 점점 초록색으로 변하였다. 북쪽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의 구슬픈 소리는 들리지 않고 갈매기들의 활기찬 울음소리만 포구에 가득했다.


환웅님은 얼음이 녹자마자 섬으로 들어가셔서 모든 준비사항을 돌아보기 시작하였다. 환웅님의 제일 큰 관심사는 사람들과 물자를 실어 나를 배였다. 그동안 수시로 선박을 건조하고 있는 밤섬을 찾아서 진행상황을 점검해 보고 필요한 모든 물자를 아낌없이 지원해 주셨다.

환웅님의 지속적인 관심 덕택에 짧은 시간 내에 넉넉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정도의 척수는 확보할 수 있었다. 새로 건조한 배가 아홉 척이고 인근 해안에서 활동하던 열두 척의 배가 합류하여 모두 스물한 척의 대규모 선단을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 건조한 배들은 대부분 쌍돛을 달았고 기존의 작은 배들도 모두 외돛을 달아서 바닷바람을 잘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돛은 주로 왕골로 만들었는데 왕골은 질기고 탄력이 있어서 바람을 맞아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 바짝 마른 왕골은 무게가 가볍고 물에 젖지 않아 비를 맞아도 형태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왕골을 엮을 때는 삼베나무껍질을 사용하는데 삼베껍질은 그물을 짜거나 밧줄을 만들 때 많이 사용하는데 물기에 강해서 돛을 엮을 때 씨줄로 이용하기에 매우 훌륭한 소재이다.

큰 당돌이배들을 좌우에서 호위할 통나무 쪽배들도 모두 돛을 달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만들었고 양옆에 날개를 붙여서 파도에 균형을 잃지 않게 보완하였다

테우도 대여섯 척 준비하였다. 테우는 뗏목과 비슷한 형태이지만 크기가 훨씬 크고 사방을 울타리처럼 막아 놓아서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가까운 바다에서 고기잡이할 때 주로 사용되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 위에 집을 짓고 생활하기도 했다.

뭍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해안가 포구에서 테우에 태워 섬으로 실어 나를 계획이고 뗏목을 타고 강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은 테우에 뗏목을 묶고 물 때를 잘 이용해서 섬사이 수로로 안전하게 끌어들일 예정이다.

풍백과 우사와 운사, 삼사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섬에 머물면서 이주 계획을 정리하고 그에 따른 만반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풍백은 이주선단의 구성과 운행에 대하여 검토하였는데, 날씨와 바람을 자세히 조사하고 물의 흐름과 배의 속도를 고려하여 최적항로와 예상소요 시간을 산출해 내었다.

경험 많은 뱃사람들을 탐사선에 태워 여러 차례 예비항해를 실현하였고 본인 자신도 탐사선을 직접 타고 항해를 체험해 보았다. 탐사선을 보낼 때마다 한 무리의 무사들을 태워 보내서 도착지 부근을 정찰하고 위험요인을 제거하게 하여 안정성을 확보하였다.

야간항해는 어렵고 약간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다소 돌아가더라도 최소한 두 곳의 중간 경유지를 거쳐 삼사일의 일정을 잡는 것이 보편적이고 상식적이지만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 처음인 사람들에게 여러 날 연속으로 배를 타게 하는 것이 너무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첫 번째 경유지에서 하룻밤 쉬고 다음 날 새벽 여명에 서둘러 출발하여 해지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정을 선택하였다.

중간 기항지인 거북섬은 원래 사람들은 살지 않고 고기잡이에 나간 어부들이 비와 바람을 피해 며칠씩 묵어가던 곳인데 산란철이 되면 수많은 거북이들이 알을 낳기 위해 모래밭으로 줄지어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다. 아담한 포구가 있어 우리 배들이 정박하기에 불편함이 없었고 깨끗한 백사장을 울창한 해송이 끼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하룻밤 쉬어가는데 부족함 없이 넉넉했다.

한편 곡물을 실은 화물선 몇 척은 속력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가축을 태운 테우 몇 척과 함께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안선을 따라 가는 항로로 움직이게 하였다. 첫 번째 섬까지는 본진과 함께 가지만 다음날부터는 바다 쪽으로 빠져나온 곶이나 해안선과 가까운 섬들 여러 곳을 거치면서 무리하지 않고 안전하게 운항하여 사오일 후에 도착하도록 하였다.

후미선단은 우사가 우두머리를 맡아 지휘 감독 하고 저가가 선원들을 통솔하여 이끌어 나가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