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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가는 곡물, 열매, 뿌리채소 등 이주민들이 당분간 먹고 생활할 식량자원을 확보하는 일을 맡아서 준비하였다. 가을걷이가 끝날 때 곡물들을 거두어들여 움집에 썩지 않게 잘 보관해 두었고 산에서 채집한 열매들은 바람이 잘 통하는 바구니에 담아 벌레가 먹지 않게 보관하였다. 뿌리채소들은 항아리에 담아 토굴 안에 서늘하게 보관하게 했고 나물이나 약초들은 잘 말려서 통나무집 천장에 매달아 두었다.
먹여 살릴 인원이 많기 때문에 확보해야 할 식량도 만만치 않아서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는 장터마다 돌아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사들여야 했고 어떤 것들은 직접 산지로 달려가서 구입해 오기도 했다.
곡물들은 각각 수확하는 시기가 다르고 열매들도 열리는 철이 제각각이며 뿌리와 나물들도 캐낼 수 있는 때와 채집하는 때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야만 섬으로 들여와서 보관할 수 있었다.
썩기 쉬운 고기나 상하기 쉬운 물고기나 조개들은 따로 비축하지 않기로 했고 그때그때 솜씨 좋은 사냥꾼이나 능숙한 어부들을 동원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해결해 나가기로 결정하였다.
사실 뭍에서 먹을 식량을 관리 보관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닌데 바다에서 배를 태워 실어 나르는 것은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점이 있었다. 제일 큰 문제는 곡물들이 바닷물이나 빗물에 젖지 않게 하는 것인데 가마니나 바구니는 빗물에 젖기 쉬워서 지붕이 없는 배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고 항아리가 제일 좋은 수단인데 깨지기가 쉽다는 약점이 있었다.
우사는 운사를 만나서 무슨 묘안이 없을까 의논하였고 운사는 뱃사람들을 불러서 여러 가지 경험들을 들어 보기로 했다. 항아리를 짚으로 둘러 싸매서 운반해 봤다는 경험담은 여러 건 있었으나 한 두 개를 운반해 본 것이었지 여러 개를 한꺼번에 실어 본 경험은 아니었다.
어느 날 나이 든 뱃사공이 운사를 찾아왔다. 그 노인은 바닷가와 강을 오가면서 소금과 곡식을 물물거래하며 살아가는 장사꾼인데, 항아리를 짚으로 감아 싼 후에 바깥쪽에 중간크기의 나무들을 대고 끈으로 묶어주면 여러 개를 붙여 놓아도 깨지지 않는다고 알려 주었다.
운사는 백성들의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되는 지혜로움에 감탄하면서 노인을 우사에게 안내하였다. 우사는 노인을 극진히 대접하고 튼튼한 용기를 만드는 일을 부탁하였다 어려운 숙제를 쉽게 해결한 우사와 운사는 이들과 함께 이룩해 나갈 새로운 나라의 미래가 매우 밝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흐뭇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이주 과정에는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하고 매우 중요한 전문적인 영역이 있는데 그 하나가 숙련된 기능을 보유한 뱃사공들이고 그다음은 잘 훈련된 호위무사들이다. 운사는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을 모아서 훈련하고 관리하는 책임을 맡게 되었다.
인근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들을 불러 모으고 강에서 오르내리며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던 뱃사공들도 모이게 했다. 바닷물 흐름을 손바닥 보듯 잘 아는 사람도 있고 바람의 방향을 꿰뚫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노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도 있고, 돛을 바람에 맞춰 반듯하게 펼쳐 세우는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하늘의 빛깔만 보아도 비를 예측할 수 있고 밤하늘의 달과 별을 보고 다음날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도 있었다. 운사는 각자의 가진 능력을 서로서로 가르쳐주고 배워서 모두 일등 선원이 되어 이주 선단의 기둥이 되어주기를 부탁하였다.
환국에서는 서로 싸우거나 다투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적을 물리치거나 방어할 일도 없었다. 따라서 무사처럼 서로 대결하는 일을 해본 사람이 없었다. 어떤 사람들을 무사로 키워볼까 고민하던 운사는 사냥꾼들을 불러오기로 결정하였다. 화살이 육상이건 해상이건 침입해 오는 적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물리칠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여든 사냥꾼들은 제각각 다른 모양의 활을 지니고 있었는데 운사는 한 번씩 쏘아보게 하여 성능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활은 크기가 큰 장궁인데 화살이 빠르고 힘차게 멀리까지 날아갔다. 바다로 접근하는 적을 배 위에서 퇴치하기 쉽고 정착지에선 울타리를 넘어오는 침입자를 방어하기에 아주 적당한 무기라는 판단이 들었다
운사는 장궁 중에서 제일 성능이 우수한 활을 선택하여 활 잘 만드는 장인들에게 똑같이 만들게 의뢰하였다. 활대는 보통 박달나무나 느릅나무를 사용하는데 가장 우수하다고 뽑힌 활은 가볍고 탄력이 좋은 시무나무로 만들어졌고 다른 단순 목궁과 다르게 두 가지 나무를 접합하여 탄력을 더욱 향상한 복합궁이었다.
활줄은 질긴 동물의 힘줄을 사용하는데 질긴 나무줄기를 꼬아 만든 줄을 쓰기도 했다. 화살촉은 동물의 뿔이나 뼈를 날카롭게 깎아서 만들었다. 흑요석이나 뗀돌 또는 간돌을 화살촉으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흑요석은 구하기가 매우 어렵고 돌화살은 날카로움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
나무를 흙속에 묻어 말려야 하는 과정이 필요해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지만 장인들과 나무꾼들이 합심해서 제법 많은 양의 활을 생산해 내었고 절반이상의 궁수들이 강궁으로 무장하게 되었다
오가들도 육지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모두 섬으로 돌아왔다. 신천지 개척단에 선발된 사람들도 오가의 인솔과 안내를 받고 무리 지어 섬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출발지 근처에 마련된 임시거처로 안내되었고 그곳에서 출항일까지 기다리게 되었다. 멀리 보이는 포구에는 그들을 태우고 갈 큰 배들이 정박되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의 얼굴엔 기대반 우려반의 표정이 교차되었다
우사와 운사는 준비된 음식을 제공하여 장시간 여행에 지친 사람들의 심신을 달래주었고 풍백은 항해계획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 불안감을 털어내고 안심하고 쉴 수 있게 해 주었다
삼사와 오가의 뼈를 깎는 노력 덕분에 신천지로 떠날 모든 사람들이 빠짐없이 집결하였고 이제 남은 과제는 이들을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신천지로 인도하여 살기 좋은 나라를 세우는 엄중한 임무 하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