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봐도 영진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뒷모습일 뿐이지만 경윤은 알 수 있었다. 헤어진 남편이라도 착각할 수 없는 일이다. 경윤은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정부청사가 몰려있는 세종시 체육관에서 열리는 미술관 전시회에 왔다가 대산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한국화가 이영희 작가와 서양화가 김규림 작가가 ‘인연과 별리’이라는 주제로 결합하여 경계와 형식을 해체한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통해 대중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두 작가와 경윤은 여고 시절 미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같은 화실에서 함께 그림 공부를 했었던 인연으로 지금까지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그때는 화실에서 거의 하루 종일 붙어있었지만, 특별한 추억 없이 온통 4B 톰보 연필의 끝이 보이지 않는 스케치 소리뿐이었다. 당시 화실에는 이젤 몇 개와 석고상들이 즐비하고 벽에도 온통 데생 작품과 수채화 그림으로 가득했었다.
오늘 경윤은 오전 11시에 시작되는 전시회 개막식 참석을 위해 새벽부터 대산에서 KTX를 타고 올라왔다. 전국적으로 아침부터 추적이며 봄비가 내려 4월의 중순이지만 비교적 쌀쌀한 날씨다.
“고마워요. 경윤 씨! 정말~ 저의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여기까지 직접 오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작품이 너무 좋아요. 덕분에 저도 눈 호강 실컷 할 것 같아요.”
경윤은 개막식을 하기 전에 두 작가와 손을 맞잡고 인사를 하고 혼자 전시된 작품을 관람했다. 오기 전에 셋이서 오랜만에 점심을 하기로 했으나 개막식을 마치자마자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예정된 점심을 취소한 탓에 세종에서 B2버스를 타고 오송역에 도착하니 열차 탑승시간이 아직 한 시간 반이나 넘게 남아 있었다. 비는 쉼 없이 내리고 역 내는 승객들로 붐비고 있어 아주 혼잡하기에 경윤은 2층 라운지에 들어가 커피와 빵을 사서 창가 자리에 앉았다. 새벽부터 설쳐대느라 몸은 이미 지쳐 있었지만, 탑승 시간 때문에 마음 편히 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요즈음은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날이 갈수록 자신이 변해지고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는 경윤이다. 삶의 가치관도 변했지만, 그 좋아하던 섹스도 이제는 달콤하지 않아 딴 남자에게 수작 부릴 일도 없고 은원과의 섹스도 심드렁해졌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스트레스가 심해서인지 발정기조차 없었다.
아마도 예전부터 이런 마음이었다면 자연스러운 연애가 힘들어 자신은 “유전적 부적응자”가 되어 어쩌면 지금까지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 잊게 되더라구요. 아무리 큰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져요. 그래야 사람이 살아 간다구요. 요즈음에는 헤어진 남편과의 사이에 가슴에 담아 둘 추억도 없다구요.”
경윤이 이혼했을 때 이쪽으로는 두 해쯤 선배이기도 한 김규림 서양화가의 위로의 말을 겸한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외도 앞에는 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라고 누군가 말했듯이 김 작가는 자신의 외도로 인해 남편으로부터 이혼까지 당하게 된 것이다. 현직 예술고 교사인 자신의 대학 시절 애인과 다시 만나 2여 년 동안 남들 눈을 피해 숨어 다니며 육탄전을 벌이다가 어느 날, 그녀의 집에서 둘이 격렬한 섹스를 하고 나서 팬티 한 장 달랑 걸치고 쉬던 중에 출장 갔다던 남편에게 두 눈으로 직접 들키는 바람에 변명 한마디 못하고 결혼 생활을 종 쳤다고 했었다.
물론, 애인과도 더 이상의 진척 없이 환상이라는 투명 유리병이 산산이 깨어져 버린 것은 자명한 일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동안 인정에 굶주려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남자에게 끌려다닌 것 같다며 자신조차 이해되지 않고 한심하게 느껴진단다.
진화의 외도(저자-마티아스 글라우브레히트)라는 책에서는 동물들의 세계에서 외도란 번식을 의미하며 자신의 DNA를 퍼트리는 최고의 전략으로 지구의 환경과 자연 상황에 맞게 진화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남자는 아내의 외도를 감지한 순간 후손 증식에 대한 위험 요인을 동물적으로 인식해 종족 번식의 대상을 잃어버렸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남편 영진은 자신의 외도로 인한 마음의 응어리가 아직도 풀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경윤도 용서를 구해본 일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 나도 곧 그렇게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을 거야.....”
경윤은 처음에는 단순히 그렇게 생각을 했었지만 어쩐 일인지 자신은 정반대로 되어가고 있었다. 세월이 갈수록 무감각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더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것이 위스키보다 독한 영진이었으니....
“아이~~. 오빠~~~ 내가 먹을게.”
“싫어. 오빠가 먹여주고 싶어.”
옆자리에 앉은 젊은 커플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여자는 비에 젖어 조금은 달라붙은 옷이 단정치 못한 모습으로 흐트러져 있지만 베이지색 원피스가 새하얀 우윳빛 살결과 잘 어울렸다.
경윤의 입술은 아직도 푸르스름하다. 버스에 내려 담배를 한 대 피우는 동안 스며든 빗물이 서늘하게 살갗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줄기차게 퍼붓던 빗줄기는 가늘어졌다가 이내 굵게 내리기도 하며 변덕을 부린다.
“치이... 내가 비 맞으니깐 걱정도 해주고 너무 좋아. 앞으로도 비 맞고 다닐 거야.”
“싫어. 나도 아까워서 경윤이 몸을 함부로 못 만지는데 비조차 만지니깐 질투나.
앞으로는 비 맞으면 안 된다. 알았지?”
언젠가 퇴근길에 갑자기 쏟아진 소낙비를 맞으며 우산도 없이 집으로 뛰어든 경윤의 봉긋한 가슴 사이로 흘러내리든 빗물을 마른 수건으로 부지런히 닦아주며 그렇게 말을 했었다.
“제가 오래 있을 순 없어요. 열차 시간이 있으니깐 말이죠.”
“알겠습니다. 제가 GRDP 발생량을 더 감축하라고는 요구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국가의 목표가 20%이니 대산시도 10%대 중반 정도는 잡아 주셔야 합니다.”
처음부터 환경부 담당 사무관은 시종일관 정중하게 말을 하면서도 인구의 지속적 감소 영향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폐기물이 단기적으로 증가했을 뿐이라는 대산시의 의견을 전체적으로 통계 자료에 반영해주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못해 준다고 했다. 대산시의 끈질긴 요구에 단단히 심통이 난 모양이다. 그러나 결국은 영진의 고집스러운 논리에 일정 부분 수긍하게 되었다.
영진은 이 정도면 오늘의 환경부 방문목적은 충분히 달성되었으며 슬기롭게 잘 대처했다고 생각했다. 최 박사와 대산시는 애초부터 15% 감축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두 시간 동안 환경부 담당 사무관과의 입씨름의 결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습니다. 대산시도 더 이상의 요구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저도 좋습니다. 힘들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둘은 악수를 나누고 회의실에 마주 앉아서 준비된 차를 처음으로 마셨는데 그냥 물인 듯 맛이 밋밋했다. 그리고 탁자에 놓아둔 바나나를 하나 까서 먹었는데 좀 오래되었는지 색깔이 검고 볼품도 없었지만, 생각보다는 단맛이 남아 있었다.
“연구관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은 저도 고집을 못 부리겠던데요.”
작달 만한 몸집의 담당 사무관은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영진이 맡은 임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그런 웃음이다.
“아닙니다. 사무관님의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니 당연한 것이겠지요.
어쨌든 감사드립니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둘은 방금까지 핏대를 세우며 싸웠던 논쟁은 아예 잊은 듯 새로운 주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영진이 환경정책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면 사무관은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환경 단체와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해 서로 묻고 답하며 정보를 나눴다.
영진은 말을 듣고 묻고 하면서도 시간을 자주 확인했다. 대산행 KTX를 미리 예약해 두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오송역까지는 택시를 이용하면 20분 정도 소요될 것이다. 또한, 택시 탑승 시각과 역에 내려 담배 한 대 피울 시간은 추가로 더 해야 할 것이다.
환경부 청사를 빠져나온 영진은 급하게 택시를 잡아탔다. 다행인 것은 빗줄기가 많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택시는 그다지 차가 없는 도로를 규정 속도로 달리고 있다. 영진은 도로변의 영산홍 철쭉꽃이 빗물에 흠뻑 젖어있는 차장 밖의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더러는 꽃이 만개했지만, 또 어떤 꽃은 이제 막 꽃 몽우리가 맺히고 있다. 기후 차이로 인해서 대산시와는 개화나 만개 시기가 차이가 날 것이다.
택시가 오송역에 다다를 때쯤 빗줄기가 다시 세게 몰아친다. 비는 내리고 바람은 불고 새하얀 목련 꽃잎 어디서 날아와 빙글빙글 허공에서 맴돌다가 차 유리문 앞으로 내려앉았다.
“어디에서 오신 거예요?”
택시 기사의 물음이다. 오는 곳을 묻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 가는 곳을 묻는 말일 것이다. 영진은 웃으며 대답했다.
“대산시에서 왔다가 대산시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아~~~ 대산. 참 좋은 곳이죠. 제가 젊었을 때 거기서 몇 년 살았거든요.
어찌어찌하다 보니 여기 왔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살아온 이력을 간단 하지만 열성적으로 영진에게 들려주었다.
“여긴 아직 철쭉이 다 안 피었네요.”
“그렇죠. 대산시 하고는 기후 차이가 엄청 있으니깐요. 다음 주 후반 정도 되어야 다 필 것 같은데요.”
“도착했습니다.”
시종 웃는 얼굴로 얘기하던 택시 기사는 엄지손가락으로 안경을 걷어 올리며 말했다. 영진은 황급히 인사를 하고 흡연실을 향해 뛰어가 담배를 한 대 피웠다.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어도 우산이 없으니 비를 덜 맞으려고 다시 역 안으로 뛰어 들어가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디뎠다 KTX 대합실은 3층이다.
“영진 씨”
대합실에 올라와 열차 출발시간을 확인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처음에는 긴가민가 하면서 그대로 서 있다가 다시 부르는 듯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최경윤.
보랏빛 블라우스에 주름 무늬 치마를 입고 웃으며 자신 앞에 서 있는 것은 분명히 그녀였다. 기가 막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곳보다도 더 넓은 서울 바닥에서 우연히 남녀 주인공들이 잘도 만나지만 같이 사는 대산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경윤을 오늘 이렇게 만난 것이다.
물론, 그동안의 소식은 이런저런 경로라도 간혹 접할 수 있었지만 서로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던가?
두 사람은 잠시 거리를 둔 채 한동안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영진이 먼저 천천히 다가섰다. 그녀가 곧 눈물이라도 쏟을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잘 지냈어?”
그러나, 먼저 말을 꺼낸 것은 경윤이었다. 그때 서야 길게 숨을 뱉는다. 목소리가 차분해진 것을 듣고는 영진도 마음을 놓았다.
“그럼. 잘 지냈지”
그리고는 경윤의 허리를 한 팔로 감싸 안았다. 기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었다. 영진에게 있어 경윤은 언제나 보호해주고 싶은 한 떨기 여린 꽃송이다. 비록 이혼 후에는 특별한 접촉은 없었지만 자칫 어색할 수 있는 행동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동이었고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4년을 살 맞대고 살았던 부부였기에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서로에 대한 사랑이 남았던 것일까?
2층 라운지에 앉아 있었던 경윤은 영진의 뒷모습을 확인한 순간 본능적으로 뛰쳐나와 단숨에 3층까지 올라왔다. 승차 시간 확인을 위해 뚫어져라 폰을 들여다보는 그를 보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경윤은 마른침을 삼키고 영진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그렇게 둘은 KTX를 타고 내려와 종점인 대산역에서 내렸다.
“얼마 만에 올려다본 밤하늘인가?
밤하늘의 빗줄기는 수많은 실로 엮은 거대한 엘리오스의 선샤인 선인장처럼 반짝반짝거렸다. 역을 벗어나기 전에 산 우산 속에서 팔짱을 끼고 걸어가 차이나타운의 한 식당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술을 마셨다.
주문을 하고 난 영진은 가끔씩 수줍은 듯한 얼굴에 홍조가 더욱 예쁘게 피어난 경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응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 영진 씨?”
“아니야... 정말이야.... 오랜만에 보니 너무 예뻐져서 넋을 잃고 쳐다 본거야.”
“영진 씨! 여전히 나쁘다.... 막 놀리고....”
“정말이야. 꼭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너무 예뻐.”
“정말.... 그럼 오늘 나 안아줄래?”
둘은 잠시라도 분위기가 서먹해지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탐색하는 듯했다. 영진은 언제나 밝고 활기찬 모습이다.
“오늘, 피곤하지?”
“조금 피곤했는데 이젠 괜찮아.”
머리를 돌린 경윤이 영진을 보았다. 얼굴에 옅은 웃음기가 배어나 있다. 내려오는 열차 안에서 경윤은 정신없이 잠을 잤다. 그러면서 한시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영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손은 깍지를 끼고 놓지 않았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은 점점 다가온다. 그렇게 둘은 잃어버린 세월을 보상받으려 하는 듯 마음에 마음을 더해갔다. 부끄러울 것도 없고 숨길 이유도 없었다. 집에 다다를 무렵 경윤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고 영진은 잔뜩 굳은 얼굴이 되어갔다. 이윽고 경윤의 집 앞이다. 그녀는 천천히, 그러나 또박또박 말했다. 오늘을 놓치면 또다시 멀어질 것이다.
“같이 있어 줘. 오늘.”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안타까움과 그리움에 얼마나 힘들었던 세월인가? 우연한 만남은 두 사람의 이성을 완전히 흐트러 놓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몸짓으로 집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몸부림치고 있었다. 서로의 몸에 몸을 더욱 밀착시켜 갔다. 신발을 벗자마자 영진은 경윤의 입술에 키스를 했고 경윤은 입술을 벌려 혀를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혀가 엉키고 경윤의 몸이 뜨거워졌다. 체크무늬 치마는 어느새 벗어졌다.
이 순간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그리고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 모른다. 영혼이 서로에게 잡힌 채 홀린 눈으로 서로를 더 끌어당기다가 겨우 자세를 바로잡고 침대로 올라갔다.
영진은 경윤의 몸을 안았고 경윤은 두 팔로 영진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경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가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었다. 곧 경윤의 탐스러운 알몸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고 둘은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서로의 몸을 혀로 핥아주었다. 이것을 단순히 욕정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사랑의 선물이며 표현이고 마음의 확인이다. 수없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미친 듯이 껴안았다.
오랜만의 섹스는 밤을 새울 듯이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두 몸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린다. 그리고 두 남녀의 신음소리가 귓가에 윙윙거리며 숨이 가빠진다. 서로를 사랑했었고 지금도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다.
경윤의 허리가 휘어지더니 다시 내려오며 엉덩이가 올라온다. 그녀의 다리는 이내 영진의 허리를 감았다. 흥분한 경윤의 보라색 손톱이 영진의 등에 자신을 이름을 새기듯이 깊게 깊게 파고든다.
둘의 신음 소리에 하염없이 내리는 빗소리, 바람 소리가 조용히 어둠에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