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는 설명되지 않는 마케팅의 진짜 이유
요즘 데이터 마케터들이 사용하는 측정 도구나 지표들을 보면 정말 다양하죠. 예를 들어, CDP, GA4, 마테크 스택, LTV 모델, ROAS, 리타깃팅… 듣기만 해도 정말 복잡하죠. 그렇지만 다양한 지표들 가운데서도 우리가 중요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은 '데이터가 가리키는 의미'를 읽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다시 말하면 데이터가 말하고 싶은 '고객의 마음'이죠. 결국 클릭을 하는 것도, 구매 버튼을 누르는 것도 바로 사람, 고객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팀원들에게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대시보드만 보지 말고, 사람 마음의 대시보드를 떠올려봅시다!”라고요.
■ 광고심리 – 주목, 이해, 기억, 행동의 벽을 넘어라
광고가 소비자에게 영향을 주려면 일반적으로 다음 네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주목 → 이해 → 기억 → 행동]. 데이터는 보통 ‘행동’ 단계에서 수집되지만, 실제 성패는 그 이전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주목(Attention)
요즘은 스마트폰이 워낙 빠르게 데이터를 불러오기 때문에, 배너나 뉴스레터 같은 디지털 에셋이 노출되는 ‘처음 1초’가 캠페인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할 때, 메인 배너의 첫 노출 이미지를 6가지 버전으로 테스트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단순히 색상이나 그래픽이 화려한 배너보다, 이메일 상단이나 웹페이지 피드 속 다른 이미지들과는 다른 행동의 순간, 예를 들어 사용자가 제품을 직접 잡고 있는 손의 움직임이나 실제 사용 장면을 암시하는 이미지 구성이 훨씬 높은 고객 반응률을 보였습니다. 결국 사람의 뇌는 단순한 ‘시각적 자극’보다 변화를 예고하는 장면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 이해(Comprehension)
너무 많은 정보를 한 번에 보여주면 사람들은 금방 포기합니다. 초반에 제가 담당하는 제품의 장점들을 고객들에게 더 많이 설명하고자 7가지, 10가지 최대한 많은 장점들을 한 번에 보여주고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그 원인을 보면, 처음부터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 고객 입장에서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에 처리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고, 이는 회피의 행동을 유발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죠. 이를 해결하고자, 제가 선택한 방법은 초반에 많은 장점들을 한 번에 보여주는 대신 1~2개만 강조하고, 나머지는 아래쪽 스크롤 구간에서 천천히 하나씩 풀어주는 방식으로 고객들을 설득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렇게 전략을 수정하니, 고객들의 클릭률(CTR)도, 전환율(CVR)도 함께 올라가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문단에 두 줄 이하’ 원칙만 지켜도 이해도가 훨씬 좋아집니다.
□ 기억(Memory)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 동일한 마케팅 메시지를 반복하면 고객들이 다 기억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반복을 통해서도 의도한 메시지들은 고객들의 머릿속에 다 기억되고 저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단순 반복보다는 ‘의미 있는 반복’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제품은 내 삶을 바꾼다”라는 같은 주제를 '감성 스토리' → '기능 중심' → '후기 중심' 이런 메시지 타입으로 변화를 주고 고객들에게 노출했을 때, 고객들의 콘텐츠 클릭, 제품 페이지의 재방문율 등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행동(Action)
행동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고객들을 귀찮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 번은 제품 구매 및 결제 단계를 개선하는 과제를 진행했습니다. 구매 정보의 입력 단계 및 결제 단계를 기존 7개에서 4개로 과정으로 줄이니 결제 과정에 있는 고객들의 이탈률을 14% p 낮출 수 있었고, 이는 결제 완료 과정까지 이어져 구매 매출도 견인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느낀 부분은, 소비자들은 때로 “좋아서 산다”기보다 “귀찮지 않아서 산다”는 점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 소비자 행동심리 – 빠른 생각, 손실 회피, 그리고 사회적 증거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 두 가지 시스템으로 나눴습니다. 시스템 1(빠르고 직관적인 사고), 시스템 2(느리고 논리적인 사고). 이 개념은 마케팅에서도 놀라울 만큼 유용한 접근법입니다. 먼저, 시스템 1에게는 ‘길을 깔아주기’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장바구니 위에 “이 제품과 함께 많이 산 상품”을 보여주면,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가 함께 결제합니다. 이는 바로, 깊게 고민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결정하는 행동 심리를 이용한 것이죠.
시스템 2에게는 ‘근거를 쥐여주기’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제품 비교표를 단순히 스펙 순서가 아니라
‘문제 → 해결 → 효익’ 순으로 구성했으면, 고객들의 제품 데모 신청률이 높아지는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이외에도 또 하나의 강력한 행동 심리는 바로 손실회피(Loss Aversion)입니다. 예로 설명드리면, “지금 사면 3만원 절약”보다 “지금 안 사면 3만원 손해”가 더 소비자의 행동 변화에 효과가 큽니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 전략을 자주 쓰면 소비자들로 하여금 피로감이 생기게 되죠. 그렇다 보니, 콘텐츠 메시지 전략을 수립할 때는 저는 보통 긍정 메시지와 손실 메시지 비율을 2:1로 유지하면서 메시지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또한 메시지 전략을 수립할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유럽에서 진행한 캠페인들의 결과를 지켜보면, 제품 전문가들의 리뷰보다, 오히려 실제 소비자 후기(사진 + 짧은 문장)가 훨씬 고객들의 콘텐츠 소비 시간 즉 제품 페이지에서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40대 남성 고객들이 많이 산 제품” 같은 문구가 전환율을 크게 올렸던 경우입니다.
■ 미디어 이론 – ‘어디서 보여주느냐’가 ‘무엇을 말하느냐’만큼 중요하다
매스커뮤니케이션 이론 중에 '정교화 가능성 모형(ELM)'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은 관심이 높을 때는 ‘내용’을 보고, 관심이 낮을 때는 ‘느낌’을 본다는 겁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하나의 캠페인을 종종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눠서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콘텐츠 초반 노출에서는 감정적으로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메시지를 배치했고, 하단 내용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찾는 고객들을 위해 제품 장점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와 수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위치시켰습니다. 이렇게 하면 각 단계에서 전달력이 훨씬 좋아지고 이는 고객들의 행동도 좋아지는 효과를 가져오게 했습니다.
이외에도 '이용과 충족 이론(Uses & Gratifications)'은 “사람들이 왜 미디어를 소비하는가?”를 설명해 줍니다. 보통은 고객들의 심심함 해소, 정보 탐색, 자기표현 등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콘텐츠를 기획할 때는 가장 먼저 다음을 고민합니다. “이 콘텐츠는 고객들의 어떤 ‘결핍’을 채워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문제-해결-성과’ 구조의 영상은 고객들의 정보 습득 욕구를, 전문가 인터뷰 영상은 제품에 대한 신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죠.
또한 사람의 뇌는 한 번에 많은 걸 처리하지 못합니다. 팝업, 음악, 자막이 한꺼번에 나오는 영상은 자극적이지만 기억에 남지 않다는 것을 위에서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한 화면에 한 개의 메시지” 원칙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장을 마무리하면서 캠페인이 흔들릴 때, ‘심리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라!'를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네요. 데이터 마케팅은 과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에 대한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말하고, 심리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설명하기 때문이죠.
제가 실무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이것입니다. “사람을 이해하면, 데이터가 더 잘 들린다.”
오늘 캠페인 결과에 대한 대시보드 수치나 그래프들을 보기 전에, 잠깐 눈을 감고 고객의 하루를 상상해 보세요. 우리 고객들이 어떤 걱정을 하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마케팅 전략은 훨씬 따뜻해지고 효과적으로 변할 겁니다. 데이터는 길을 보여주고, 심리는 그 길을 사람답게 만드는 지도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순간, 마케팅은 비로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